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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ina Mar 18. 2024

영화 파묘의 흥행 이유로 알아보는 요즘 트렌드와 미래

오랜만에 천만 관객을 기대할 수 있는 영화가 나왔다. 파묘다. 원래부터 사주명리니 무당이니 미지의 세계에 대해 워낙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본거지만, 보면서도 이 영화가 그렇게 인기를 끌 거라 생각하지는 못했다. 어렸을 때부터 이런 주제를 좋아했던 사람으로서 주변에 비슷한 관심을 가진 사람보다는 이런 걸 왜 이렇게 좋아하냐고 신기하는 사람이 훨씬 많았다. 그런데 판매가 흥행을 하고 최근에 800만을 돌파했다는 기사를 보면서 이게 과연 단순히 유행이기 때문에, 요즘에 영화관에서 볼 게 없어서 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것은 하나의 문화이고 사람들의 기호이자 변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인기 요인에는 뭐가 있었을까. 영화적 관점에서 보자면, 이쪽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단순히 무당 얘기만 하고 있지 않다. 사주 명리와 풍수, 오행 그리고 관련한 동양 역사 등 이쪽(?) 마니아라면 정말 미칠 수밖에 없는 다양한 요소들이 영화 곳 곳곳에 녹아 있어서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 마니아층은 그렇다고 치자. 그렇다면 대다수 사람들이 이걸 본 이유는 우선 주제 자체가 연령층을 다양하게 아우를 수 있다는 점이 있겠다. 또 다른 점은 뭐 배우들 의 라인업, 평범한 소재를 긴장감 있게 풀어 나가는 감독의 능력도 돋보였다. 배급사의 힘이 좋았다던가 등등 여러 가지 이유는 있을 수 있겠다. 단순히 재미있기 만한 걸로 따지면 이만큼 관객 수를 동원했어야 하는 영화는 얼마나 많았겠는가? 유통을 아무리 잘해도 고객이 주도적으로 선택하는 세상이다. 옛날처럼 대중에게 어필해도 냉정한 고객 선택으로 판매가 갈린다. 나는 이 영화의 흥행을 통해서 여러 가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첫째로는 더 이상 비주류는 비주류가 아니라는 것이다. 괜찮은 상품과 서비스가 즐비한 세상에 판매자는 욕구를 억지로 만들어야 할 판이다. 어쩌면 취향과 색채가 잔뜩 담긴 상품(=작품)이 때로는 사람들에게 신선함을 가져다준다. 감독도 이 작품을 찍으면서 워낙 취향을 타는 영화라서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냥 소신껏 자신의 취향이 담긴 영화를 만들어 보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미 무수히 많은 소비 경험이 있다. 이제 이 세상엔 없는 게 없다는 느낌이다. 그럴 땐 오히려 파묘처럼 아주 구체적이면서 특이하고 누군가에게는 생소하기까지 한, 집요하게 파고든 하나의 취향이 더 임팩트 있게 다가올 수 있다. 흔히들 똑같은 카페여도 뚜렷한 콘셉트가 아니면 살아남지 못하는 것과 같은 원리인 게 아닐까? 나는 항상 과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기를 원했다. 이 때문에 사주팔자 타로 같은 거에 계속해서 관심을 가진 걸 지도 모르겠다. 내가 한창 진로에 대해서 고민할 때 찾아봤던 콘텐츠 중 송길영 데이터 박사가 어떤 직업을 가져야 될 것인가에 대한 조언으로 그냥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해야 한다고 했다. 많은 콘텐츠의 인기 원인을 분석할 때 전문가들조차 정말 모르겠다는 대답이 많다. 이게 무엇을 의미할까? 지난 몇 년간 어떤 걸 해야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돈을 벌 수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한 사람으로서 결국엔 좋아하는 걸 파고 파서 그걸 시장에 오타쿠처럼 보여 주는 것이 정답일지도 모른다. 요즘은 모든 데이터가 개인화를 외치고 있다. 예전부터 존재했던 MBTI가 갑자기 유행하는 것은 (나는 10여 년 전에도 이런 테스트를 하고 다닌... 꾸준한 이쪽(?)의 마니아였다.) 복잡한 세상에 자신을 알고 싶어 하는 기호가 확대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비슷한 항목으로 퍼스널 컬러를 몇 십만 원 돈 주고 구매하는 것도...)


또 하나는 철학과 나 자신을 탐구할 수 있는 콘텐츠가 점점 인기를 끌 것이라는 거다. 어떤 전문가는 미래의 중요한 요소 중 철학을 꼽기도 했다. 실제로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는 철학과 출신들이 요즘 들어 좋은 대우를 받고 있다고 한다. 예전에는 철학이라는 것이 정말 돈 못 벌기로 유명한 학과였는데 왜 이렇게 인식이 바뀐 걸까? 코딩을 모르는 사람들도 챗GPT 에 물어볼 수 있는 세상이 됐다. 한창 챗GPT가 발견하고 서점에 AI 관련서적들이 도배를 했을 때 결론이 무엇이었는지? 결국엔 사람들의 판단력과 방향성이 중요하다는 것. 리뷰에 지배당한 세상에서 기준을 갖고 삶의 자세를 탐구하는 자세는 매우 중요하다. 파묘는 비과학적이면서 동양철학의 근간을 담고 있다. 기술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사람들로 하여금 색다른 인식을 줬다.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고도화될수록 사람들은 더욱더 불안하고 미래를 알고 싶어 한다. 풍수처럼 보이지 않는 영역으로 기대와 희망을 건다. 영화 중간에 최민식의 딸이 우주 관련 연구자인데, 최민식이 풍수와 우주의 일은 다르지 않다고 말하는 대사가 나온다. 우주와 관련된 콘텐츠는 선명하고 과학적인 것일까? 과거와 미래를 통해 지혜를 얻고 호기심을 충족하고자 하는 욕망은 같은 선상에 있다. 미신과 역사, 철학은 불안정하면서도 스스로에게 관심이 큰 어린 친구들부터 고 연령층까지 만족도를 높여준 것은 아니었을지.


말도 안 되는 내용과 CG로 인기를 얻었다고 치부하기엔 이 영화가 주는 소비자 기호에 대한 시사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중반 이후부터 이야기가 산으로 간다는 비평도 많았지만(개인적으로 열린 결말을 선호하는 사람으로서 너무 낱낱하고 친절한 설명은 내 취향은 아니었다. 다만 감독의 스타일이 영화를 보고 나올 때 찝찝함이 없었으면 한다는 인터뷰를 보고 그의 취향이려니 인정했다.) 동양(정확히는 일본과 우리나라) 역사의 일부를 사유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좋았다. 독립운동가의 이름을 그대로 등장인물 이름으로 사용한 것과 같이 직접적이라 촌스러운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영화 속 다양한 요소(일본이 믿는 귀신, 문화 차이, 음양사와 같은 시대적 특성 등)를 계속 파 볼 수 있었다. 단순한 스토리에 흑과 백이 명확했음에도 영화가 끝난 뒤 무언가를 자꾸 찾아보게 만들고 탐구할 수 있었다. 개인적 기호를 차치하고서라도 어떤 콘텐츠가 대중의 선택을 받을 때 그걸 마냥 지나칠 수 없는 것이 이커머스 종사자의 숙명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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