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얼마나 대세인지 이커머스 종사자로서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최후의 승자는 네이버라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 기사에서 볼 수 있거나 숫자로 이야기할 수 있는 거 말고 내 직감을 마음대로 섞어보고 싶다. 어차피 데이터 기반의 판단은 무수히 많은 콘텐츠들이 있다! 아직 이커머스에서 매출이니 영업이익이 하는 것들은 믿을만한 지표는 아니라고 본다. 끝까지 잘 나갈 것 같은 회사가 한순간에 종이조각이 되는 것은 아직 이 산업에서는 일어날 수 있다. 다른 산업처럼 40년이 넘은 깊은 역사를 지닌 곳이 아니기에 숫자는 얼마든지 곤두박질칠 수 있다.
1. 로켓배송은 더 이상 차별화된 경쟁력이 아니다
네이버에서 '오늘도착'서비스를 시작했고 아마존에서도 점점 배송기간이 짧아지고 있다. 규모가 있는 이커머스는 풀필먼트를 구축하면서 배송기간에 대한 경쟁력을 계속 강화해 왔다. 1일 만에 도착하는 것은 센세이션 했지만 이제 더 이상 참신한 서비스는 아니다. 쿠팡 초창기 회원으로서 요즘의 로켓배송은 그렇게 빠르다고 느끼지 않는다. 일정 시간 전에 주문하지 않으면 다음날 저녁 늦게나 그다음 날 도착하기도 한다. 좁은 땅떵어리인 대한민국에서 늦게 받아봤자 1~2일 차이인 데다가 네이버페이 적립금이나 최저가가 민감한 고객들은 네이버에서 충분히 구매할 수 있다. 새벽배송도 있고 서울 기준으로 집 앞에 나가면 각종 편의점, 반찬가게, 슈퍼, 대형마트가 즐비해 있다. 이커머스 중에서 쿠팡의 로켓배송은 엄청난 파워이지만 소비자의 눈으로 비즈니스를 바라보면 상당히 냉정하다. 소비자는 그냥 더 싸고 빠르고 편한 곳이 있다면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
2. 판매자와의 커넥션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업계 종사자들은 익히 알고 있다는 쿠팡의 갑질 논란이 강력한 경쟁자를 만났을 때 한 번에 힘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업 초반에는 판매자가 쿠팡이 좋아서 납품하는 분위기였다. (초반에는 쿠팡의 직매입 덕분에 현금회전이 잘 된다고 좋아하는 판매자들이 더러 있었다.) 운영해 보니 판매가 세팅이 시스템상 자동으로 돼서 다른 채널에서 행사하려고 하면 쿠팡에서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되니 결국 여기에만 목매게 되는 구조가 돼버린 거다. 쿠팡 의존도가 늘어난 판매자들은 결국 매입가 인하 요구를 받아줄 수밖에 없는 '을'의 입장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CJ와의 논란도 보면 쿠팡이 어떤 태도로 판매자를 대하는지 알 수 있다. 반면 네이버 역시도 뜯어보면 네이버의 이득이 잘 남도록 설계해 놨지만 겉보기에는 판매자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어필한다. 수수료도 낮고 (그러나 운영해 보면 어마어마한 광고비가 나감) 판매자 대출제도나 빠른 정산 지원, 물류 지원 등 여러 가지 정책들이 판매자를 위해서 생겨난다.
기본적으로 네이버에서는 판매자가 잘 되어야 유통사가 오래 살아남는다는 기조로 정책을 마련하나, 회사는 결국 이익집단이기 때문에 네이버도 알고 보면 수익을 철저히 계산하고 행동할 것이다. 하지만 판매자들이 느끼는 두 회사는 사뭇 다르다. 쿠팡은 엄청나게 갑질하는 곳, 네이버는 판매자를 존중하는 곳처럼 느껴진다. 나는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고 있다. 판매자는 생각보다 단순하고 철저히 매출에 의해서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만약 쿠팡에 대항력을 가지는 매출이 더 일어나는ㅡ유통채널이 생긴다면 판매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날 것이다. 그들은 쿠팡이 매출이 잘 나오기에 매여있는 거지 쿠팡과의 관계성으로 남아있는 존재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개인 사업자는 의외로 '의리'로 움직이기도 한다. 많은 판매자들이 '상놈'의 마인드라는 걸 아는 것이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지속해 나가는 중요한 열쇠다.
3. 사업을 확장하는 방식
두 회사의 사업을 확장하는 방식을 보면 쿠팡은 대세인 곳의 빈틈을 발견하고 빠르게 침투하는 반면 네이버는 중장기 플랜을 짜고 회사의 방향성을 고려해 선택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나쁘게 말하면 회사 수익이 우선이지 공격적으로 비즈니스를 시작하지 않는다. 이번 네이버 도착보장도 쿠팡의 로켓그로스와 비교되며 언급되고 있는데 핵심은 네이버는 풀필먼트 비즈니스를 하면서도 풀필먼트 파트너를 이용하지만 쿠팡은 자체 물류센터를 활용한다. 자체 물류센터를 활용하면 배송 지연 사건도 없고 각종 수입도 직접 가져가니 더 이득일 것 같지만 물류센터의 구축과 운영에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네이버의 행보가 보다 안정적일 수 있다고 본다. 같은 비즈니스 모델도 진행해 가는 과정이 다르다.
쿠팡에서 몇 년 전에 쿠팡이츠와 쿠팡 플레이도 진행했던 걸 보면 '돈이 될 만한 것'에 더 도전하는 느낌을 받는다. 네이버의 도착 보장 서비스에 대형 브랜드만 매출이 성장했다는 둥, 내일 도착이 아니라는 둥 아직 서비스 안정화까지 모든 이해관계자의 지지를 받는 것은 아니지만 네이버의 관점에서만 생각해 보면 좋은 선택이다. 풀필먼트 비즈니스 모델이 업계에서 안착되거나 확실한 수익화 방법이 구축된 것은 아니지만 대세인 모델은 맞으니 네이버가 이를 제공하면서도 비용 손실은 최소화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4. 제3의 비즈니스와 마찬가지인 해외 판매의 성공 여부
네이버와 쿠팡 모두 각자만의 방식으로 해외 판매를 시작하고 있다. 요즘 이커머스의 주요 화두 중 하나는 '국가 간의 거래'가 아닐까 싶다. 테무와 알리바바가 한국에 진출해 뜨겁고 (이와 관련해 할 이야기도 많다.) 네이버는 일본을, 쿠팡은 대만과 인도네시아를 발판으로 해외 이커머스로의 판로를 넓히고자 한다. 네이버는 비즈니스 파트너 계약이나 인수합병으로 쿠팡은 자체 물류센터를 각 국가에 구축하며 기반을 마련 중에 있다. 이 역시 3번의 풀필먼트 비즈니스와 유사한 행보다. 일본은 객단가가 높고 문화적 이해도도 지리적으로 가까워 높은 편이지만 패션 카테고리 자체의 어려움이 있고 대만과 인도네시아는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나 아직 한국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가 낮다는 점과 국가 제재가 큰 단점으로 들 수 있다. 어느 쪽이 성공할지 장담하긴 어렵지만 해외 이커머스의 성공 여부가 누가 승자가 될 것이냐에 큰 요소를 차지할 것으로 본다.
예전부터 나는 이 좁은 땅떵어리에서 수많은 플랫폼이 춘추전국시대처럼 흩뿌려져 있는 것이 피로하고 답답했다. 아마존이 미국에서 승승장구할 동안 우리나라는 약 1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겨우' 네이버와 쿠팡이 가장 큰 시장점유율을 가져갔다. 그마저도 약 20% 중반인 수준이다. 2022년 기준 아마존이 539억의 거래액을, 알리바바가 약 158억 원을 발생시킨 반면 우리나라는 5천만 되는 인구 구조에서 150조의 거래액이 나왔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기도 한 걸까. 실제 온라인 결제 인구는 더 적을 텐데 그 안에서 대륙 땅의 몇 분의 일밖에 안 되는 데도 불구 활발히 인터넷 결제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온라인도 오프라인과 마찬가지로 외화를 얼마나 벌어들이느냐가 미래 성장 가능성과 안정성에 큰 영향을 끼칠지도 모르겠다.
5. 무너져가는 소비자 경험
사실 나는 쿠팡을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월 최소 1회 이상은 꾸준히 결제하지만 대부분 로켓 배송이 가능한 브랜드 제품 생필품이나 가공식품 위주로 구매한다.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쿠팡은 처음에 박스로 배송이 왔고 의외의 와우 포인트는 송장 텍이 아주 뜯기 쉽게 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개인 정보 보호가 점차 예민하게 받아들여지면서 택배 박스를 버릴 때 반드시 송장 껍질을 뜯어 버린다. 이와 관련된 송장 뜯기 전용 칼도 판매되고 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박스가 아닌 비닐로 포장돼서 오기 시작했고 송장 껍질은 그 어떤 택배사보다 뜯기 어렵게 바뀌었다. 알고 보니 쿠팡이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어떤 실무자의 결정이었다고 한다. 이 점은 참 잘한 점 중 하나라고 생각하긴 하나 로켓 배송 시켜보면 알겠지만 합배송이 안되고 개별 배송되는 경우가 많았다. 여기에 무료반품까지 하면 언뜻 봐도 물류 인건비가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또 6시간에서 반나절 정도 배송 속도도 늦어졌다.
알 사람은 알겠지만 쿠팡은 타사보다 보통 1-2천 원이 더 비싼 경우도 많다. 그렇지만 난 빠른 배송비라고 감안하고 구매하고 당장 필요한 것만 아니라면 네이버 최저가로 검색해서 구매한다. 배송이 올 때 물건의 상태를 보면 박스 포장된 제품들은 거의 구겨져서 오거나 때론 반품 이력이 있어 보이는 제품들이 오곤 한다. 몇 년 전 그렇게 바이럴 되던 로켓 배송 기사님들의 미담도 사라진 지 오래다. 그럼에도 '아직' 쿠팡이 주는 배송 속도와 결제의 편리함은 유지되고 있어 쿠팡이 찬양받고 있지만 적어도 어떤 비즈니스든 기본 가치는 훼손되지 않은 채 더 상승하는 것을 기본으로 부가적인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음식점도 맛과 서비스의 아주 살짝 떨어질 때는 '그래도 맛있으니까' 손님들이 계속 많지만 끓는 주전자 속의 개구리처럼 이미 소비자가 떠났을 땐 늦은 법. 아직 안심할 수 없는 시장 상황에서 소비자 경험이 퇴색되어선 안될 것이다.
사실 작은 사업도 성공과 실패 여부는 한 가지 요인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네이버와 쿠팡처럼 이미 거대기업인 곳들은 흥망성쇠에 여러 가지 요인이 존재할 것이다. 그리고 '망한다'는 기준이 애매하다. 내 기준에서는 시장 점유율을 누가 가장 최대치로 가져갈 것이냐-라는 관점에서 아직은 네이버에 더 손을 들었다. 기업은 시간이 지나면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움직인다. 나는 두 유기체의 움직임이 아주 다른 큰 줄기를 갖고 있다고 봤고, 이커머스처럼 규모의 경제가 반드시 필요하면서 차별화를 크게 둘 수 없는 비즈니스 구조에서는 매출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느냐보다는 안전장치가 얼마나 있느냐가 더 중요한 요소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