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eina May 05. 2022

임신과 출산의 현실적인 문제들을 다룬 웹툰 <GONE>

나는 낙태죄가 폐지된 줄 알았다. 몇 년 전에 뉴스에서 낙태죄 사실상 폐지라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들었기 때문이다. 다음 웹툰 <곤>은 임신과 출산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만들었고, 낙태죄는 아직 완전한 폐지가 아님을 알게 됐다. 헌법불합치일 뿐 이렇다 할 법 개정안은 없는 상태로 시간이 흐른 것이다. 웹툰 <곤>은 단 한 번도 낙태죄가 기이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임신한 여성들이 겪는 다양한 현실적인 문제를 촘촘하게 보여줄 뿐이다. 임신에 대한 여자와 남자의 온도 차이도 보여준다. 과연 남자들은 이 웹툰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그리고 나는 임신과 출산에 대해 과연 어디까지 깊게 생각해봤을까? 아이를 낳는 일이 당연하다고 느꼈는데 이 생각은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 딩크로 살겠다고 했던 몇몇 여성들이 사실은 더 책임감 있고 현실적이었던 건 아닐까?


웹툰 속 설정은 IAT라는 기술로 여성들의 낙태 여부를 판단할 수 있고, 양성이 나온 여성들은 1년 정도 감옥에 가야 한다. 이로 인해 발생되는 감정의 변화를 그려낸다. 20살에 남자친구와 임신이 된 샛별이, 딩크로 살자고 합의해놓고 막상 임신이 되니 낳자고 하는 제갈경, 아들을 원했던 분위기 속에 낙태와 임신을 반복했던 5060 세대 어머님들, 정자 활동이 약해 시험관 임신으로 고생했던 윤이, 이미 결혼해서 아이까지 낳아 잘 살던 중 이 기술로 낙태했던 과거가 드러날까 봐 두려워하는 샛별이 어머님이 등장한다.


낙태에 대한 사회적 시선

  전만 하더라도 만약 남자가 여자친구의 낙태사실을 알게 된다면, 차라리 모르는  낫지 않을까,  프로 이해하긴 어려울  같다,라고 말하고 생각했던 내가 떠오른다. 나는 낙태를 죄라고 생각했을까? 단순하게 '그러게 피임을 잘했어야지.'라던가 혹은 어딘지 모르게 경험이 많을  같은 헤픈 사람, 이라고 규정지었던 것은 아닐까? 여자인 나조차도 이러는데 남자들이 느끼는 낙태한 여성은 어떤 이미지일까? 웹툰을 통해 다양한 경로로 낙태할 상황에 처해진 여성들을 보며  생각이 얼마나 짧았는지 깨달았다. 자유로운 임신과 출산이 보장된다면 지금처럼 출산율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사회 제도적인 문제도 개선해야  것이 많지만 당장 우리 사회 속에 낙태는 죄라는 인식부터 사라져야 한다. 웹툰 속에서도 낙태한 여성너무 많아 감옥을  지어야 하는 웃픈 상황이 벌어진다. 법은 현실 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을 위해 만들어져야 하는  아닌가? 한글말도 다수가 편리해서 사용하는 것이 있다면 맞춤법을 개정한다. 낙태죄는? 수많은 여성들이 다양한 상황 속에서 낙태를 했는데 이를 처벌해서 사회 구조가 마비되는 거면 법이 잘못된 걸까 낙태한 여성이 잘못된 걸까?


육아에 나몰라라 하는 남성들

시대가 많이 변했다고 해도 이제야 남성들도 육아휴직을 쓴다는 것은 사실상 기이한 현상이다. 아이를 돌보는 남성에게 '가정적이다'라고 말하는 말을 이제야 지양하는  또한 마찬가지. 자신의 아이를 보는 일인데 뭐가 가정적이란 말인가?  모든 일들이 당연해야 하고, 사회도 당연하게 생각해야 한다.  안타까운 것은 아직도 몇몇 사람들은 복직한 여성에게 같은 기회를 주는  맞냐는 의문을 품고 있다.


비교 대상은 전혀 아니지만 군대를 갔다 와서 취업할  너는 사회 경험을 못해봤으니 여자보다 불리하게 평가하겠다고 하면 그럴  있다고 공감하는 남자들이 몇이나 될까? 실제로 군대 2 다녀온다고 취업할 때도  유리하고 연봉도  받는다. 여자들도 이렇게 한다면? 육아휴직, 출산휴가 쓰고  뒤에 인생 경험을 하고 출산을 위해 몸이 많이 망가졌고 고생했으니 월급도  주고 사회적으로도 인정하는 분위기가 된다면? 지금처럼 많은 여성들이 아이를 낳지 않고 살겠다는 결정은  내리지 않을까? 임신과 출산 과정 자체부터    망가지는  감수하고 결정하는 일인데 낳고 나면 무슨  낳는 기계도 아니고 사회에서 처리하기 귀찮은 짐짝 취급하면 누가 손해를 감수하며 아이를 낳는단 말인가?


임신의 두려움에 대한 관점의 차이, 책임진다고?

신체구조상, 어쩔 수 없이 여자와 남자는 임신에 대한 두려움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이해해주는 것이 맞는 걸까? 20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임신해버린 샛별이, 본인이 조절 잘하니 임신할 걱정은 없다며 웃는 그의 남자친구. 꽤나 많은 남자들이 이 웹툰 속 남자들처럼 여자친구가 임신하면 '책임질 거라고' 얘기한다. 그 책임이 뭔데? 어디까지 생각을 했기에 '책임진다'라고 표현할까? 결혼하고 아이 낳자고 '결정'하는 것이 책임인가? 당장 지금 양쪽이 하는 일은? 아이를 낳고 나서 돌보는 일은? 누가 어떻게 어디서 얼마의 비용으로 돌볼 것인지? 함께 살 집은 무슨 수로 구할 것인지? 양쪽 부모님께는 어떻게 설명드릴 건지? 여자친구의 몸은 많이 망가지고 호르몬 변화로 옆에서 계속 케어해줘야 할 텐데 본인 일을 하며 얼마나 자주 어떤 식으로 돌봐줄지 생각해봤는지? 아이에게 들어가는 비용, 필요한 물품이 어떤 건지 알고 난 다음 말하는 건지? 여자친구가 병원 갈 때마다 따라가 줄 수 있는 건지? 생각할게 수십 가지인데 이걸 다 고려는 해보고 책임진다고 말하는 걸까? 아이 낳는 건 좀...이라고 말하는 순간 나쁜 남자 되니까 그걸 회피하기 위해 멋있는 남자처럼 보이려고 생각 없이 내뱉는 말은 아니고? 뿌리 속 깊게 여자친구를 원망하는 마음이 없는 게 맞고?


만약 수신지 작가가 임신한 여성을 버리고 떠나는 남자친구를 묘사했다면 공감도 얻지 못하고 촌스럽게 비판하는 만화가 됐을 것이다. 남자는 샛별이의 임신소식을 들었을 때 놀라긴했지만 책임진다 말하며 같이 수술할 병원을 알아봐주고 계속 함께 걱정해준다. 캐나다 어학연수가 계획되어 있지만 그 돈을 중절수술에 쓴다. 모든 일이 잘 마무리 되고 샛별이는 자신의 미래를 위해 어학연수를 가기로 결심한다. 장소는 캐나다로. 이유는 남자친구가 좋다고 추천해줘서. 그 소식을 들은 남자친구는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며 부들댄다. 샛별이는 부들대는 남자친구를 이해할 수 없다. 중절수술에 돈 쓰느라 어학연수를 가지 못하게 된건 '본인'이 '제대로 된 방법으로 피임하지 못해서' 생겨버린 본인의 '아기'때문이 아니었나? 그의 행동은 임신을 얼마나 남 일처럼 대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했던 어머님 세대

우리 엄마도 아들을 원하는 시댁 때문에 임신과 유산 출산을 반복했다. 늦은 나이에 아이를 낳아서 지금까지도 고생 중이다. 자기 자식이니까 때로 예쁘고 행복하니 그걸로 됐다고 생각하지만,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고 사는 집에서도 낙태가 반복되는데 하물며 결혼도 하지 못한 여성들에게 낙태는 죄악시되는 것이 맞는 걸까? 차라리 감옥에 가서 남편 밥 차려줄 일 없이 누가 나한테 해주는 밥 먹고 쉬는 게 차라리 나을 것 같다고 한 윤이 어머님의 말은 참 인상 깊었다. 감옥보다 더 감옥 같은 현실에 살고 있지만 남들도 다 그렇게 사니까 내가 특별히 불행한 건 아니라며 그러려니 하고 살았던 게 아닐까. 지금의 젊은 여성들은 대단히 다른 삶을 살고 있을까? 조금은 부당해도, 남편보다 아이를 위해 더 희생해도 남들도 다 이렇게 사니까 괜찮다며 자위하는 것은 아닐까? 분명 똑같이 자녀가 있는 남자와 여자 두 명이 회식 자리에서 술 한 잔 하고 있는데 여자들은 애를 봐야한다며 일찍 들어가고 남자들은 남아서 한 잔 더 하는 장면도 인상 깊었다. 요즘 시대 남자들은 인식이 많이 바뀌어서 아이를 잘 돌보는 세상이 된 게 맞나?


얼마 전에 회사 대리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어린이집이 4시면 끝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너무 황당해서 그럼 직장인은 아이를 어떻게 픽업하냐고 했다. 그래서 요즘 종종 현타가 온다고, 내가 아이를 볼 수 있는 시간은 하루에 2~3시간 정도인데 내가 뭘 위해서 이렇게까지 일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런 마음 때문에 다들 그만두는 것 같다고 했다. 너무 충격적이었다. 우스갯소리로 회사마다 어린이집을 짓는 걸 강제화시켜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다. 인간적으로 출산휴가 1년 2개월은 너무 짧은 것 같다고 적어도 5년은 쉬게 해야 한다고 말하니 대리님은 크게 공감했다. 이래서 일부 여성들이 꿈을 좇기보다는 차라리 돈 많은 남자한테 시집가서 편하게 살기를 꿈꾸는 것 같다고 했다. 남편도 사회도 회사도 육아에 아무도 도움을 '제대로'주지 않는데 그들이 더 현실적인 방법을 택한 건 아니었을까? 나는 당연하게 아이를 가질걸 생각하면서 어린이집이 4시면 끝난다는 것도 왜 몰랐을까? 많은 여성들이 나와 비슷하지 않을까? 별생각 없이 결혼하고 아이 낳아야지, 그렇지만 일은 꼭 할 거야,라고 생각만 할 뿐 우리 사회가, 구조가 얼마나 아이 키우기 열악한지는 생각해보지 못한 거 아닐까?



이 웹툰을 보고 나서 나는 아이를 꼭 가져야 된다는 강박에서 벗어났다. 여력이 되지 않는다면 내 몸과 정신을 혹사해가며 아이를 낳고 싶진 않다. 시험관 아기도 마찬가지. 아이는 아직 생기지 않은 추상적인 관념이고 나는 땅을 밟고 숨 쉬는 현실에 존재하는 사람인데 왜 어리석게 나를 학대하는가?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건 나 자신이다. 내가 존재해야 세상도 존재하는 거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웹툰 <머니게임>, 그것이 알려주는 메시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