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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브르사비 Nov 21. 2020

노트르담 복구에 40년이 걸릴지도 모른다는 말

노트르담 대성당을 지날 때 걸음을 멈추게 되는 이유

2019년 4월 15일,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화재가 일어난 지 1년 반이 지났다. 매년 1300만 명 이상이 찾았고 850년에 달하는 역사를 간직한 인류의 문화유산 노르트담. 이곳이 화마에 휩싸여 그 빛을 잃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노트르담 근처를 지날 때나 센강을 거닐며 맞은편을 바라볼 때, 쿵 하고 가슴이 내려앉는 느낌은 여전하다.



그날도 역시 센강을 거닐다 지나치지 못하고 노트르담 앞으로 향했다. 놀랍게도 건물 앞 안전 펜스에는 화재 당시의 현장과 그 후의 재건 상황을 기록한 사진전이 열리고 있었다. 60대의 매그넘 사진작가 패트릭 자크만(Patrick Zachman)이 화재 직후부터 진압, 복구 작업에 이르기까지 세세하게 촬영한 것이었는데, 나와 같은 마음인지 많은 사람이 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보며 글을 읽고 있었다. 전시를 보던 사람들의 시선의 마지막은 항상 노트르담으로 향했다. 파리의 영혼 노트르담, 오늘은 패트릭 자크만의 사진과 함께 노트르담 복구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19개월이 지난 지금, 복구는 어디까지 진행되었는가

화재 당일, 무겁게 내려앉은 사람들의 뒷모습
화재 후 잔해와 보호 시트로 덮여있는 동상, 사진 출처 : Patrick Zachman



예상대로 복구 작업은 순탄치 않았다. 마크롱 정부는 ‘5년 이내에 노트르담을 더 아름답게 재건할 것’이라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최소 10년에서 40년이 걸릴 것이라 말한다. 실제로도 그랬다. 8월 초, 녹아내린 골조의 납 오염 위험성 때문에 현장은 한 차례 폐쇄되었고, 올해 3월에는 코로나 때문에 3개월 이상 작업이 중단됐었다.


복구 방식에 관한 논쟁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마크롱 대통령의 ‘더 아름답게’라는 멘트와 첨탑 디자인 공모전 때문에 세계의 유명 건축가들이 새로운 디자인을 SNS 채널에 올리는 등 큰 이슈가 됐다. 프랑스의 여론조사 전문기관들은 앞다퉈 대국민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55%의 국민이 화재 직전 상태로 복원을 선호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결국 프랑스 의회는 2019년 7월 16일, 성당을 화재 직전 모습 그대로 재건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어찌 됐든 최소 올해까지는 소실물을 치우고 추가 붕괴를 막는 안정화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 출처 : Patrick Zachman


현장에는 고고학자, 엔지니어, 건축가, 미술사 학자, 목수, 석재 절단 전문가, 스테인드글라스 복원가, 비계 및 로프 기술자와 같은 장인들이 투입되어 있으며, 2011년 노트르담 성당 전체를 3D 이미지로 촬영한 앤드루 텔론(Andrew Tallon) 교수의 자료를 기반으로 복구할 예정이라고 한다.


가장 큰 피해는 첨탑과 목조 지붕이었는데, 특히 지붕 부분이 모두 불에 타 첨탑 보수공사를 위해 설치한 비계와 함께 무너졌다. 영국 켄트대의 중세 유럽사 전공 에밀리 게리 부교수는 참나무로 만들어진 천장 기둥만 해도 1만 3000개로 3000그루의 참나무가 필요할 것이라 밝혔다. 다행인 것은 석조 구조물로 불이 번지기 전 화재가 진압되어 중요한 문화유산이 화마의 피해를 보지 않은 점이다. 소방당국은 화재 당시 불이 번지는 걸 막는 동시에 프로토콜에 따라 문화유산을 먼저 구했다고 한다. 이 덕분에 가시면류관, 성 십자가, 루이 9세의 튜닉, 첨탑에 있던 16개의 동상이 피해 없이 보존되었다. 노트르담의 아름다운 장미창 또한 무사하다고 한다.


사진 출처 : Patrick Zachman


베를린 기술 대학교 교수 가비 돌프(Gabi Dolff-Bonekämper)는 13세기 나무로 만들어진 목조 천장과 기둥은 불에 탔음에도 보존해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이라 말한다. 목조 건축 구조물을 연구하는 고고학자들의 새로운 연구 대상이 될 수 있으며, 노트르담의 가치를 상기시키는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또한 5년이라는 마감기한을 걸고 재건을 약속한 마크롱에 대해 ‘정치적인 제스처’와 오랜 전통을 지닌 역사적 기념물의 복원은 구분해야 하며, 노트르담 재건을 위한 자금 조달 책임자로 수많은 전문가 대신 5성 장군을 임명한 것이 유감이라며 따끔하게 일침을 가한다.



기부금 사용에 대한 논란

총 10억 유로(한화 1조 3천억 원)가 기부금으로 모였다. 루이비통, 구찌, 로레알 등의 프랑스 기업이 수천억 원을 기부했고, 일반인들의 기부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복원과 전문가 교육에 드는 비용까지 최대 7억 유로를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어림잡아도 3억 유로가 남는 셈이다. 프랑스 내부에서는 복원 후 남은 기부금에 대해 잡음이 많다. 실제로 이렇게 큰 금액이 문화유산을 복원하는데 모인 것은 유례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복원 작업 후 대성당 유지와 관리를 위한 비용으로 사용하자고 말하고, 일부에서는 복원을 위한 자금이니 별도의 목적으로 사용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노트르담을 위한 예산은 매년 국가 예산에서 별도로 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장 카스텍스 프랑스 총리는 노트르담을 복원하는 것 외에는 다른 목적으로 기부금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



우리는 왜 잃고 나서 후회하는가

노트르담 파리의 대주교 미셀 오페티(Michel Aupetit)는 성당의 노후화에 대해 2017년부터 지속적으로 언급해왔다. “노트르담은 뼈대가 버틸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 이는 문화유산 자체의 존속을 위협할 것이다.”라고 말한 것만 여러 차례. 1년 예산으로는 턱없이 모자란 보수 비용 충당을 위해 후원 재단을 만드는 등 노트르담 대성당이 자체적으로 노력을 기울여 온 것도 사실이다. 이렇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해도 이 경험이 더 아프게 느껴진다. 한 번의 화재 때문에 노트르담을 다시 보기까지 우리는 한 세대를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사진 출처 : Patrick Zachman


“노트르담의 일부가 불타고 사라지는 것을 목격하며 나는 이 기념물이 교회나 특별한 고딕 양식의 업적보다 얼마나 더 큰 의미인지 깨달았습니다.

노트르담은 파리지앵의 정체성을 이루는 일부입니다.”

- 패트릭 자크만




※ 출처가 표시된 사진은 사진작가 패트릭 자크만이 찍은 것으로 이 곳에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https://www.magnumphotos.com/newsroom/patrick-zachmann-devastation-restoration-notre-dame-paris-fire-one-year


※ 위키피디아, 르 몽드, 매그넘 칼럼, CBS, 그 외 프랑스 현지의 신문 기사와 칼럼을 참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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