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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기 Dec 27. 2023

인생의 방향

 인생을 살다 보면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참 많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에게 희망이 있는 건 그래도 인생에 진보가 있다는 것이다.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다 보면 뜻하지 않는 곳에서 길이 열리고 어둠가운데 빛이 보일 때가 있다. 


 "새로운 길이 열리기 전에 언제나 뜻하던 길이 막히는 게 먼저 오는 것 같아." 나는 아내와 저녁식사를 마치면 습관적으로 한 시간가량 산책을 한다. 우리는 길을 걸으며 많은 대화를 나누는데 그때 아내가 해 준 이야기다. 아내는 최근 가족 중 한 명을 돕기 위해 여러모로 애를 썼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아 낙심이 컸다고 했다. 하지만 그런 일을 여처차례 겪다 보니 어떤 깨달음이 있었다고 했다. 순서상 길이 먼저 열려 있기보다 항상 한쪽 길이 먼저 막히는 것이 먼저 오고 다른 길로 인도하는 손길이 그 뒤에 온다고 했다. 


 우리는 항상 뜻하던 대로 인생길이 열리길 기대하고 일을 추친한다. 그래서 낙심하는 일없이 일이 착착 진행되기를 바라는 게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인생이 그렇게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이 아내와 내 인생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닌 것 같다. 최근 강연을 통해 어느 건축가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사람들이 볼 때 그가 좋은 학교를 나왔기 때문에 삶이 술술 풀렸을 거라 생각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그 자신의 이력서를 보면 계획대로 인생이 흘러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그 사이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다고 했다. 


 그 건축가의 말을 듣고 내 이력서를 다시 보게 되었다. 내 인생을 잘 알지 못하는 제삼자가 보면 내 이력서도 마치 어떠한 목표를 향해 한 단계씩 계단을 밟아 온 것처럼 보일 수 있겠다 생각했다. 하지만 그 이력서에는 남들은 알지 못하는 어려움과 좌절 그리고 넘어짐과 후퇴가 수도 없이 있었고, 그럼에도 조금씩 전진하고자 하는 끊임없는 노력이 있었다. 


 성경에는 '모세'라는 인물이 있다. 그는 이집트에서 노예로 있던 이스라엘 민족을 약속의 땅인 가나안으로 이끈 인물이다. 그가 이스라엘 민족을 이집트에서 나오게 했을 때 하나님이 이집트 왕의 마음을 완악하게 하셨다는 구절이 있다. 사실 나는 오래전부터 그 부분이 이해되지 않았다. 모세가 이스라엘 사람들을 이집트에서 구하기 전 하나님이 모세를 찾아와 내 백성인 이스라엘을 이집트 밖으로 인도하라는 말씀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신으로서 그런 명령을 했으면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 밖으로 나오는 과정을 쉽게 해 주실 수도 있었을 텐데, 굳이 이집트 왕의 마음을 고집스럽게 해서 열 번이 넘도록 이집트 왕과 갈등을 하게 하셨을까 하는 의문이 오랫동안 남아 있었다. 


 최근 텔레비전에서 방송되는 '고려 거란 전쟁'을 몇 차례 본 적이 있다. 거란족이 고려에 대군을 이끌고 쳐들어오니 고려의 장수중에는 항복하자는 무리도 있고, 거란과 전투하기 위해 진격하는 척하다고 도망가는 이들도 있었다. 만약 이집트 왕인 파라오가 이스라엘 백성을 순순히 이집트에서 내보내 줬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이스라엘 민족을 이집트를 나와 광야로 갔다. 그리고 광야에는 물과 먹을 것이 없었다. 그들은 목마름과 배고픔에 모세에게 원망을 퍼부었다. 이집트에서는 노예로 살았지만 배불리 먹고 마실 수 있었는데 광야로 나와 물조차 마시지 못해 죽게 생겼다며 모세를 원망했다. 역사는 가정할 수 없지만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을 데리고 이집트를 쉽게 떠날 수 있었다면 아마도 광야에서 고생하던 이스라엘 민족 중 상당수는 이집트로 돌아갔을 수도 있다. 아니면 모세를 배반하거나 반역을 꾀할 수도 있고 그것도 모자라 모세를 암살하여 그의 머리를 가지고 이집트에 항복하는 무리가 되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에 나올 때 이집트 군사들이 끝까지 이스라엘 민족을 추격하여 죽이려던 사건이 있었기에 이스라엘 민족이 다시 이집트로 돌아갈 길은 완전히 막혔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나는 최근 또 한 번의 인생 큰 고비를 만났다. 마치 창을 든 거인이 내 인생길 앞에서 이 길로는 더 이상 갈 수 없다고 막는 것만 같다. 그래서 요즘 마음이 힘들어 매일 하루에 하나씩 나에게 일어난 일들과 감정의 변화를 글로 남기고 있다. 언젠가 지금 가는 길이 막혀 있는 대신 내가 알지 못했던 다른 길이 열릴 때 즘 기존에 썼던 글을 다시 정리하여 발행할 날이 올 거라 생각한다. 그때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 순간 나는 훈련을 받고 있다 생각하고 알지 못하는 다른 길이 열릴 때까지 한 걸음씩 내딛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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