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살면서 어려움이 닥치면 지난 과거를 생각한다고 합니다. 과거에 내가 했던 잘못들을 생각해 내며 혹시 그 일 때문에 이런 고난을 겪고 있지 않는지 인과적인 측면에서 분석하는 것입니다. 취업을 위해 면접을 했던 경험을 떠올려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서류를 통과해 어렵게 임원면접까지 도달했습니다. 면접관들이 물어보는 질문에 답변도 잘했습니다. 함께 면접을 본 다른 사람들도 어떻게 그렇게 답변을 잘하냐며 칭찬을 합니다. 그런데 몇 주 후 결과는 불합격입니다. 예상치 못한 결과에 충격에 빠지게 되고 면접 때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티끌하나까지 찾아내려고 합니다.
트레비스(Travis)라는 영국 밴드의 노래 중 "Why does it always rain on me'라는 곡이 있습니다.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Why does it always rain on me?
왜 항상 나에게만 비가 올까요?
Is it because I lied when I was seventeen?
그건 내가 17살 때 했던 거짓말 때문일까요?
Why does it always rain on me?
왜 항상 나에게만 비가 올까요?
Even when the sun is shining I can't avoid the lighting/
심지어 해가 밝게 빛나는 날에도 나는 번개를 피할 수 없어요.
저도 그랬습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차갑게 헤어지자고 말한 여자친구에게 한 잘못으로 인해 이러한 불행이 내게 닥친 것일까? 지금이라도 그녀에게 연락해서 미안하다 사죄를 해야 할까 말이죠. 우습게 들릴 수도 있지만 정말로 그런 생각들을 했습니다. 이뿐 아니라 지난날 잘못들이 모두 수면 위로 떠오르더군요. 그 업보로 인해 내가 이렇게 고통받는 것인가 하고 말이죠. 하지만 앞서 언급한 면접처럼 이렇게 과거의 잘못을 떠올린다 한들 정확한 원인을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오히려 원인은 내가 아닌 외부에 있을 수 있습니다. 나보다 훨씬 더 좋은 학력과 경력을 가지고 있는 다른 지원자가 있어 합격했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채용을 하기로 했던 회사가 갑작스러운 경영 계획 변경으로 채용을 취소했을 수도 있습니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내 면접 답변과 상관없이 말입니다.
그러므로 인생에 고난이 닥쳤을 때 이유를 찾으려 해 봐야 남는 건 더 큰 고통뿐입니다. 여기저기 헤집고 다니며 아픈 과거를 다시 들추어내어 마음의 방을 어지럽게 한 것 외에는 남는 것이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과거를 생각하기보다는 현재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고난이 나에게 닥치는지 그 이유를 반드시 알아야겠다면 생각할 단어는 바로 한 가지뿐입니다.
그렇습니다. 고난이 닥치는 이유는 바로 나의 성장을 위해서입니다. 나는 이 어려움을 통해 성장하게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살아가야 합니다. 과거 인생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극복했던 적이 있다면 그로 인해 성장했던 경험을 되새겨 보아야 합니다. 만약 극복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더 큰 우울과 좌절에 빠졌다면 이번에는 다른 방법으로 어려움을 이겨내 봐야지 하는 생각을 해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쉽지 않습니다. 만약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면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힘든 마음에 술을 마시거나 몸과 마음을 해치는 행동을 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입니다.
어제는 오랜만에 한 시간 정도 한강을 따라 자전거를 타며 의미 있는 경험을 했습니다. 구리 암사대교에서 하남방법으로 가는 길에 아이유 고개 (정식 명칭은 '암사 고개')라는 곳이 있습니다. 정상까지 3번의 경사 높은 구간이 있어 3단 고음의 아이유를 빗댄 고개라고 합니다. 보통 그 고개를 넘을 때마다 한 번도 쉬어가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자전거 초보인 저에게는 힘든 코스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제는 쉬지 않고 한 번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어~?' 하는 사이 이미 중간을 지났고 정상까지 가는 동안 약간의 헐떡거림은 있었지만 중간에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너무나 신기한 경험 있었습니다. 그동안 힘든 일을 겪으면서 피트니스센터로 가서 트레이너분이 조언한 대로 매일 하체를 단련했는데 그것이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어려운 일을 겪다 보면 그때는 인지 못하지만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됩니다. 더 성숙해지고 지혜가 더해지는 것입니다. 나 밖에 몰랐던 사람에서 다른 사람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는 인격체가 되어가는 것입니다. 다만, 그러한 성장을 아픔을 겪고 있을 때는 느끼지는 못합니다. 마치 어린 시절 키가 크는 성장통으로 매일밤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할 때처럼 말입니다. 그때는 당장의 통증만 신경이 쓰이지 내가 성장하고 있음은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나서야 체격검사에서 키가 10cm가 자란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러므로 힘든 일을 겪고 있을 때는 'Why'보다 'What'에 집중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굳이 왜라는 질문에 답을 찾아야겠다면 그건 과거 내 잘못이 아닌 "성장"을 위해 일어난 일이라고 답을 내릴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충분히 휴식과 잠을 취하고, 마음속에 '이제는 한 걸음 내딛어 보고 싶어.'는 마음이 들 때 하나씩 시작해 보면 어떨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