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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유전자

MBTI : J vs P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by 노용기

작년부터 에어비앤비를 운영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해 보고 싶은 일이었는데 기회가 되어 신속하게 추진했다. 주변 이웃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가족들도 설득해야 하는 등 장애물도 있었다. 법을 지켜가며 하고 싶었기에 하나씩 해결해 나갔다. 그렇게 시작한 에어비앤비를 통해 여러 나라에서 온 여행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들과 함께 대화하는 것은 에어비앤비를 운영하며 느끼는 즐거움 중 하나다.


나는 요즘 행복한 유전자가 있는 사람이 따로 있다고 믿게 되었다. 이렇게 생각하게 된 것은 우리 집에 방문한 여러 여행자들을 만나면 서다. 내 생각엔 특히 MBTI 중에 P 성향의 사람들이 비교적 행복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인다. P(Perceving : 인식형) 성향의 사람들은 계획을 세우기보다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행동한다고 한다. 예를 들면 여행을 할 때도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그때 상황을 보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최근 한 여행자를 만났다. 그녀는 스스로 P성향을 가졌다고 했다. 한국을 여행하고 일본으로 간다고 했다. 여행의 목적은 사업 아이템을 조사. 중국에서 친구와 함께 레스토랑 동업을 하는데, 애완동물 카페도 열 계획이라 했다. 그래서 한국에서 운영 중인 애견 카페 등을 방문할 계획이라 했다. 그런데 어디로 갈지는 정해진 것은 없다고 했다.


나는 당황스러웠다. J성향인 내가 이해하기 어려운 세계다. 아마 내가 그 사람이었면 미리 한국에서 유명한 애완동물 카페를 리서치하고, 우선순위와 동선을 분석해서 나름의 계획을 세웠을 것이다. 나는 마치 다른 나라 행성 사람을 만난 것처럼 신기해하며 그녀와 대화를 나눴다. 해외여행을 하려면 어느 정도 시간과 돈이 든다. 게다가 이번 여행은 단지 놀러 오는 것이 아닌 사업 구상을 위한 여행인데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는 것이 참으로 흥미로웠다.


그녀는 그렇게 우리 가족과 4박 5일을 함께 했다. 그리고 매일 새로운 애완동물 카페 2~3군데를 방문했다. 서울뿐 아니라 경기도 양평 등 대중교통으로 가기 어려운 곳도 잘도 찾아다녔다. 나는 매일 저녁 일과를 마치고 그녀와 대화를 눴다. 그녀는 어디를 방문했고 거기서 경험하고 느낀 것들을 공유해 주었다. 며칠 후 그녀는 만족해하며 한국을 떠났고, 현재 사업 중인 레스토랑 운영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일본으로 향했다.


여행과 인생은 어느 정도 맞닿아 있다. 여정가운데 예상치 못한 일들이 발생한다. 갑작스러운 폭우를 만날 수 있고, 예상보다 뜨거운 더위와 마주할 수 있다. 내 체력이 계획에 미치지 못할 때도 많다.


나는 계획을 세우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우울해하거나 불안해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여행할 때만큼은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여행 중 무더위에 지칠 때면 잠시 카페에 들러 차가운 음료를 마시며 쉬기도 한다. 물론 J 성향이라 미정(未定)의 영역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인생이 아닌 짧은 여행이기에 잠시 일탈을 해 보는 것이다. 여행을 마치고 나면 빠듯한 계획을 세웠던 여행보다 즉흥적인 여행이 대개 만족도가 높았다.


여행이 아닌 인생에서도 이런 시도를 할 수 있을까? J 성향인 내가 세운 계획을 100% 달성할 수 있다면 나는 행복할 것이다. 하지만 점점 나이가 들고 있는 지금, 나는 내 체력을 믿기 어렵고, 매일 마다 발생하는 변수를 예측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철저하게 Displine 된 삶을 살거나 아니면, 유전자를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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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둘 다 가능해 보이지 않아 덜 행복한 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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