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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름푸 Jun 02. 2021

영어 VS 경험,왜 외국에 나가고 싶어?

영국에서 아일랜드로 마음을 바꾸게 된 이유

뼈속까지 영국 덕후였던 나는 영국에 너무 가고 싶었지만, 해외로 여행 가는 것과 생활하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기에 이런저런 정보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외국에 나가고 싶어 하는 사람, 이미 나가 있는 사람이 많고, 나와 같은 사람들을 위한 무료 세미나가 많이 열린다는 걸 알았다. 여러 유학원에서 하는 세미나를 다니면서 생각보다 실망한 세미나도 있었고 장사한다는 느낌이 강한 곳들도 있었다. 그러다 2016년 말 신촌에서 진행되는 한 세미나에 가게 되었다. 세미나 참가자 수는 대락 200명? 정도 작다면 작은 규모의 세미나. 아무 생각 없이 간 그곳에서 영국 덕후인 나는 아일랜드로 마음을 바꾸게 되었다.





하루 종일 진행되었던 그 세미나는 시간대별로 중점적으로 설명해주는 국가가 달랐다. 나는 영국과 영국 다음 타임에 진행되는 아일랜드 세미나를 들었다. 막연했던 나는 세미나를 통해 계획을 조금 더 구체화할 수 있었다. 외국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꼭 고려해야 할 사항 두 가지가 있다고 했는데 첫 번째는 외국에 가는 목적에 대해 스스로 잘 알아야 한다는 것. 그래야 가장 효율적으로 목표를 이룰 수 있는 나라를 고를 수 있기 때문에. 두 번째는 내 영어 수준을 객관적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첫 번째 사항이 내가 영국에서 아일랜드로 변경하게 된 가장 큰 이유였다. 

보통 '외국에 왜 가고 싶어?'라는 질문에 '경험도 하고 겸사겸사 영어도 늘리고 싶어서!'라는 대답이 가장 많이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경험과 영어공부 중 뭐가 더 우선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외국에 가면 무조건 영어가 늘 것 같지만, 조금만 찾아보면 '1년을 호주에서 살면서 영어 거의 안 썼다.', '살아남아야 하니까 늘긴 느는데 내가 하는 말이 정확한지 모르겠다'라는 경험담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경험과 영어, 내가 정말 외국생활에서 얻어오고 싶은 가장 큰 게 뭘까?



나의 경우엔 영어였다. 어릴 때부터 영어에 대한 갈망이 컸던 나는 ‘영어를 잘하는 나’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하지만 대학생 때 외국인 앞에서 말문이 턱 막히는 경험을 함과 동시에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한없이 추락했었다... 단어를 많이 알면 뭐해 말을 못 하는데... 그때부터 나는 스스로를  ‘영어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외국생활 후의 나는 더 이상 영어로 스트레스받지 않는 사람이고 싶었다. 외국생활 자체의 경험도 중요하지만, 확실한 영어실력을 얻어오고 싶었다. 그게 나의 ‘목표’였다



두 번째, 내 영어실력을 객관적으로 알고 가야 한다는 것 또한 세미나에서 가장 강조했던 부분이었다. 세미나에서 영어 레벨테스트도 진행하고 있었는데, 스피커분께서 온 김에 꼭 꼭 꼭 받고 가라고 강조하고 또 강조하셨다.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한없이 낮아져 있던 나는 무서워서 안 받으려고 했지만 스피커분의 한 마디가 나를 레벨테스트 의자로 인도했다.




"여기서도 무서워서 못하면 외국 가선 어떻게 말하고 생활하려고 그래요~"






뼈 때리는 그 말에 레벨테스트를 봤다. 이름이나 취미를 물어보는 일상적인 질문으로 테스트가 시작되었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긴장했다는 걸 인지하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테스트해주시는 분께서 Relax, relax라고 하셨다. 정신 차리고 보니 내가 다리를 달달달 손톱을 뜯뜯 하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이놈의 영어 울렁증 진짜...ㅋㅋㅋ 10여분 동안 생각보다 수월하게 대화가 진행되었고 잘 모르겠다 싶은 건 How about you?를 써서 토스하기도 하고, 사회이슈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머리를 쥐어짜 아는 단어를 총동원해서 대답했다.



영어권 국가에서 영어 레벨을 유창도에 따라 A1에서 C2까지 나누어 놓은 Level Chart가 있다. 레벨테스트하기 전 내 예상 레벨은 A2정도였는데 무려 B2라는 성적이 나왔다. 무심한 듯 시크하게 종이에 B2라고 휘갈겨주시며 Your English is good. 이 한마디를 해주셨다. 결과지를 들고 워홀 상담을 받으러 갔는데 상담자분께서도 이 정도면 한국에서만 공부한 사람 치고 잘하는 거라고 말씀해주셨다. 굉장히 뿌듯하면서도 동시에 그런데도 불구하고 외국인 앞에서 입도 못 떼는 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해 진지한 생각이 들었다...







영국에서 아일랜드로 마음을 바꾸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결국 영어공부와 돈(예산)이었다. 다들 알다시피 영국은 물가가 너무 높기 때문에 출국 예상 시기를 정하고 그때까지 실질적으로 모을 수 있는 돈을 생각했을 때, 공부에 좀 더 집중하면서 나의 예산으로 갈 수 있는 곳은 아일랜드였다. 또한, 결국 아일랜드로 마음을 정하게 한 스피커분의 가장 큰 한마디가 있었는데




"여러분은 내 모든 시간을 영어 공부하는데만 써본 적 있으신가요?"




이 말을 듣는 순간 영어 잘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썼던 무수히 많은 시간과 돈이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 속에서 아등바등하던 나. 그리고 나에게 남는 건 고작 문장 몇 개 정도였다. 그리고 정말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나는 아일랜드에 가야겠다.



이렇게 나는 영국이 아닌 아일랜드로 향하게 되었다.

간다 더블린! 영어 뿌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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