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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래 Sep 02. 2024

걷는 이유


했어도, 몇 번을 했을 이혼인데

그것만은 할 수 없다는

말 안 되는 말이지만 이해가 되는

말을 하던 놈이

  

어떤 놈과 살림을 차린 딸년이

알리지도 않고 혼인신고를 했다며

소주잔 앞에 엎어져 울던 놈이


아침엔 바다로 가자고

저녁엔 산으로 가자 하여 따라가면


여긴 우리 마누라와 딸 데리고

조개 줍던 갯벌이고

여긴 딸과 마누라 같이

캠핑하던 개천이라며


물수제비처럼 흐느끼던 놈이     


오늘은 비행기 타고

산티아고를 간단다


걸으려고 걷기만 하려고      

걸으며 이해하고 걸으며 정리하고

걸으며 다시 살 생각을 하려고

그 먼 곳까지 걸으려 간단다     


미친놈

죽을 만큼 멀리도 간다


난 오늘도 집 앞 둑방길을

풀여치 걸음으로 걷는데

술패랭이 꽃지는 소리

안개처럼 자욱한 길을

잊으 걷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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