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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분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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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래
Sep 2. 2024
이제 알았네
길에서 만난 사람들 고개에서 헤어진다는 것을
숨 가삐 오르던 고갯마루서
각자의 물빛으로
너는 너의 길을 가고 나는 나의 물로 떠나
먼 곳을 떠돌다 돌고 돌아온 물들이
어느 날 지친 여울목서 다시 만나
사랑은 그렇게 시작한다는 것을
외로운 사람들은 외로워
길에서 사랑을 하고 길 위에서 비를 맞으며
이름 없는 언덕을
여울처럼
거슬러 오르다 지치면
각자의 물이 되어 물로 흘러간다는 것을
사랑은 그렇게 끝난다는 것을
그대여
사랑이 힘들다면 차라리
지친 언덕의 고개에서 그만 헤어지라
헤어져 저들처럼
물이 될 수만 있다면
너의
이쪽도 나의 저쪽도
빈 골짜기 실개천이나
억새
허리 굽은 강으로
돌고 돌아 흐르다
물봉선 속살 비치는
물빛으로
다시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소나기 같던 사랑도 이제 힘들다면
오르던 고개에서 그만 헤어져
너는
북의 금강처럼 나는 남쪽 섬진강으로
오래도록 흘러가는
물이 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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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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