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도 살만하다.
올해 초, 잠들라치면 삥삥 물이 모자란다고 우는 고장 난 온수매트를 버렸다. 버리는 와중엔 ‘올겨울은 어쩌지?’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지만 잠시였다. 내년에 신혼집으로 들어갈 테니 짐을 좀 줄여보자는 마음이 더 컸다. 그리고 추위는 생각할 수 없이 뜨거운 계절을 보내고 이젠 가을이 찾아왔다. 어제는 비가 흠뻑 내리더니 오늘은 하늘이 맑고 공기가 차갑다.
어제는 퇴근 후 집에 돌아와 훌쩍거릴 만큼 집 안 공기가 쌀쌀했다. 온수매트는 없고 보일러를 틀어두자니 아직은 오버 같아서 긴팔, 긴바지에 맨투맨까지 챙겨입었다. 그리고 양말까지 신은 채 잠자리에 들었다. 예전엔 꼭 가벼운 차림이어야 잠에 들 수 있었다. 수족냉증으로 고생해도 양말을 신고 자면 아침이면 양말은 어디론가 (침대 뒤편이라든가) 사라지고 없었는데… 추우니까 잘 때도 벗지 않고 얌전히 잠에 든다. 생존 본능인 건지. 아니, 이제는 수면 취향도 바뀐 건지? 게다가 이 두툼한 옷들이 생각보다 매우 포근해서 숙면한다. 어제도 한번을 깨지 않고 푹 자고 일어났더니 정신이 맑고 개운하다.
온수매트를 버려 고난스러울거라 생각했는데. 사실 조금 두려웠는데 - 집에서 두툼하게 입고 주전자에 보리차를 끓여 후후 불어 마시는 걸로 하루를 시작하고 또 마무리하니까 그런대로 만족스럽다.
온수매트 없이도 올겨울이 포근할거란 믿음이 생겼다! 아, 수면양말 두 켤레는 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