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 나누어주는 다정한 이
올해 설은 처음으로 시댁 큰집에 가서 어른들을 모두 뵙고 인사를 드려야 했다. 가기 전부터 ‘설 같은 건 없어져야 해… 명절은 도대체 왜 있는 거야’라며 걱정했는데 막상 겪어내고 보니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아침 일찍이 시댁의 큰 집에 갔다가, 시댁에 들러 바리바리 싸주신 반찬을 들곤 집으로 복귀했다. 집에 오니 3시 즈음이었는데 갑자기 다리와 팔이 아리기 시작하면서 몸살이 시작되었다.
갑자기 왜 이러지? 나도 모르게 긴장을 많이 했나? 살갗을 손으로 쓸었을 때 아프고 춥고, 머리도 너무 어지러워서 조금 놀랬다. 침실에 누워 낑낑거리고 있는데 Y가 오더니 이불로 내 몸을 꽁꽁 감싼다. 그리고 훽 외출을 했다. 한참 뒤에야 돌아온 Y는 따뜻한 쌍화탕과 종합 감기약을 주면서 먹으라고 했다. Y의 손은 차갑고 귀도 코도 빨갛게 얼어있었다. 설이라 동네 약국이 모두 문을 닫아서 열린 데를 찾아서 이리저리 돌아다녔다고 했다. 저녁엔 다 식어버린 쌍화탕을 중탕으로 데워서 내어주었다.
나는 순간 뭐라고 해야 할지. 평소에도 다정한 편인 Y지만 오늘은 달랐다. 내 보호자라는 느낌이 들어서였을까? 아마 그런 것 같다. 어릴 적에 아파서 비몽사몽 누워있으면 엄마가 와서 투박하고 너른 손으로 내 이마를 짚어주었던 느낌과 비슷했다. 따뜻하고 포근했다. 내가 아플 때 온기를 나누어주는 따뜻한 사람이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몸살이 다 낫는 기분이었다. 사람의 마음건강이 이토록 중요하구나,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