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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공원 Mar 12. 2024

이러다가 노이로제 걸리겠습니다

모든 일이 안정적으로 잘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할 때 사람들은 누구나 편안한 감정을 느낍니다. 그러면서 평화롭고 행복한 상황이 영원히 계속되기를 바라지요. 그러나 마음 한 구석에는 일말의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이 평화와 행복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그런 불안감 말입니다. 특히 이전에 정신적, 육체적으로 충격을 받은 사건, 사고의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는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우리는 이를 ‘트라우마’라고 부릅니다.

‘트라우마’란 ‘실제적이거나 위협적인 죽음, 심각한 질병 혹은 자신이나 타인의 신체적, 물리적 통합에 위험이 되는 사건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후 겪는 심리적 외상’을 말합니다. 


아마 “이러다가 노이로제 걸리겠다”라는 말을 쓰거나 들어본 적이 꽤 있을 겁니다. 억압된 트라우마가 만들어 내는 증상이 바로 노이로제입니다. 즉, '노이로제는 내적인 심리 갈등이 있거나 외부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다루는 과정에서 무리가 생겨 심리적 긴장이나 증상이 나타나는 상태'입니다. 원래 노이로제는 독일어이고, 영어로는 뉴로시스라고 한다네요.


이런 트라우마나 노이로제는 일반적으로 예민한 사람들에게 쉽게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 엄격하고 차가운 부모 밑에서 자란 사람은 작은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지요. 심하게 병치레를 해본 사람이 사소한 건강이상 증상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거나 사고로 심각한 부상을 당한 사람이 자연스럽게 그 주요 원인을 멀리 하는 것도 유사한 트라우마 증상에 기인합니다. 


이처럼 누구에게나 각기 다른 트라우마나 노이로제 요인이 존재합니다. 이들은 무작정 피한다거나 무시할 수도, 그렇다고 함부로 다룰 수도 없는 뜨거운 감자 같은 것입니다. 여러분에게는 어떤 트라우마나 노이로제가 있습니까? 그리고 이들을 어떻게 다루고 있으신가요? 


오늘은 제 트라우마 중 한 가지와 그에 대한 저의 대응방식을 잠시 말씀드릴까 합니다.


저는 젊은 시절 도전하는 것을 무척 즐겨하는 성격이었습니다. 일단 무대뽀로 일을 벌여놓고 어떻게든 해결해 내는 스타일이었지요. 그런데 나름 잘 나가던 청년 시절을 지나고 격동의 중년기를 지나면서 감당하기 버거운 다양한 난관에 부딪쳐야 했습니다.


한때는 매일매일이 지뢰밭 같은 시기도 있었습니다. 저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운 사건, 사고들이 연속해서 일어나기도 했고, 그중에는 생명의 위협을 받은 경우도 있었지요. 고통스러웠지만 묵묵히 인내하며 견뎌야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보니 나를 괴롭히던 문제는 어떻게든 해결이 되고 또 그렇게 삶은 흘러가고 있더군요. 


당시 롤러코스트처럼 펼쳐지는 인생 항로에서 체득한 소소한 철칙이 있습니다. 어쩌면 굉장히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인 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방어기제 같은 거라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리고 이는 제가 삶을 대하는 가치관이 되어 주었습니다.


‘맑은 날에는 흐린 날을 걱정하자’가 그것입니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흐린 날에도 맑은 날이 올 것을 믿자’가 됩니다. 


도저히 해결되지 않을 것 같던 문제가 전혀 뜻하지 않은 천운으로 해결이 되었을 때, ‘아~!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구나’가 생각나더군요. 그날은 정말이지 외로운 타국에서 눈물을 펑펑 쏟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던 날입니다. 그 후 ‘흐린 날에도 맑은 날이 올 것을 믿자’는 문구가 제 마음속 깊이 새겨졌습니다. 그런데 잠시라도 긴장을 풀면 예상치 못한 곳에서 또다시 일이 터지더군요. 그러다 보니 ‘맑은 날에는 흐린 날을 걱정하자’는 문구도 역시 제 마음속에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뭔가 좀 잘 된다고, 지금 내가 좀 잘 나간다고 너무 들뜨지도, 잘난 체도 말고 차분히 현실을 직시하도록 합시다. 또 지금은 일이 너무 안 풀려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을 정도로 힘이 들더라도 참고 견디다 보면 반드시 해결이 되는 순간이 온다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각자가 맞닥뜨리고 있는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해 내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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