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e 05-5. epilogue_의사의 삶과 개인의 삶
“어서와.
의사노릇 쉽지 않지? “
의사도 때론 지친다.
그래서 술자리를 빙자,
다른 의사들 처럼 상담을 받곤 한다.
이 자리에서 마시는 술이란
성인 둘에서 셋이 고작 맥주 서너병.
한 해에 한 두번 내지는 세 번 만나
망나니가 될지언정
나라잃고 내 재산 다 잃을 것 마냥
그렇게 좀 마시자고 하면서도
결국엔 만나도 병 맥주
인당 한 병에서 두 병 꼴로
마시곤 안주로 날을 새우며
서로의 상담, 그러니까 말 뿐이다.
이게 식사인지 술 약속인지
아니면
케이스 분석을 위한
간이 세미나인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서로의 삶을 이해한다는 건
꽤 감사함이 느껴지는 것만 같다.
아, 아닌가.
과가 다르니 그건 아니다.
일종의 협진정도 되겠다.
내가 좀… 부탁하고 싶은데,
잘 좀 봐야해.
김선생 과 최선생 주변인물 중에
겹치는 인사가 많아.
“그 집 딸내미야?”
“꽤 유명하지?! 응급의학과에선.”
“이젠 유명, 그만 했음 좋겠던데.”
“난 그 친구 좋더만.”
“지켜보자고….”
마지막으로 본 이재이 환자는
희미하게 웃긴 했지만
너무 힘이 들어서 추적추적 걷는 듯했지만
눈빛은 올곧게 한 길을 보고 있었다.
눈시울이 좀 붉어졌지만
벽 너머로 들리는 안녕의 인사소리와
수간호사의 인사소리.
“너무 일찍 보지는 말아요, 들어가세요 :)“
건물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한 차가 있었다.
세단이 아니라 평범한 SUV라
더 힘이 났던 거 같다.
그렇게 조금은 마음이 많이 쓰였던
이재이 님의 상담 및 진료가 끝이기를 바랬던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