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찰란 Mar 12. 2024

오늘 있었던 재밌는 일

퇴고 없이 단번에 쓰는 글

우산 집의 지퍼가 탈출했다

태국 음식점에서는 태국어 회화를 알려준다 남자는 캅 여자는 카

가을에 떠날 여행지를 고르고 있지만 나는 여름에 이곳을 떠날 것이다

어깨가 닿을 정도로 기른 머리는 누군가에게는 짧고 누군가에게는 이골이 날 만큼 길다

핫도그에는 강아지 대신 연잎이 들어가고 닭한마리에는 닭 한 마리가 들어가지 않는다

주인 없이 운영되는 떡집에 홀린 듯 들어가 대추와 생강으로 만든 젤리를 샀다

혼자 사는 사람은 3인분 떡볶이 밀키트를 사고 실실 웃는다

점심시간이 20분이나 지난 지도 몰랐다고 당혹스러워 하지만 모두 알고 있었다

마사지샵에는 황제 코스와 황제 플러스 코스 그리고 황제 프리미엄 코스가 있다

10만 원을 내면 누구나 황제가 될 수 있다 단 120분 동안만

필라테스 강사는 바나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단팥빵을 먹는

웃음이 없다는 말을 하면 보통 웃던데 하며 여자가 웃는다 엄지로 배를 꾹 눌러도

침대에 누운 세 사람 모두 어제 먹었던 저녁 메뉴를 기억하지 못한다

9년 전 오늘 연을 끊은 친구와 친구를 맺었다

11년 전 힉스 입자가 발견되었다 우주의 나이만큼 오래 산 물질이다

탈출한 지퍼를 찾다가 세 정거장을 지나서 내렸다

내일부터야말로 제대로 된 글을 써야지 분노는 곧 영감이니까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는 다르니까

13년 전의 내가 말했다 일기는 편지가 되어 이곳에 도착한다

대추가 아니라 들깨였고 생강이 아니라 흑임자였다

집에 와서 거울을 보며 배에 힘을 주는데 웃음이 나온다 근육도 없이 혼자서 느린 음악을 틀고 춤을 춘다 식탁 위에는 금으로 된 수저가 놓여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벗은 신과 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