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에 카톡이 왔다.
친구는 26일 아침, 시간이 되냐는 조심스러운 말로 부탁을 시작했다.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새벽에 운구를 해줄 수 있겠냐는 부탁이었다. 답장을 할 때 망설이지는 않았다. 거절할만큼 바쁜 삶을 살고 있는 것도 아니었고, 힘이 필요할 때 나를 의지해주었다는 것이 고맙기도 했기 때문이다. 너무 이른 새벽이라 늦잠을 자지 않을까 걱정도 되고, 장례식도 몇 번 가본 적이 없었기에 어떤 것이 예절인지 모르는 것이 좀 걱정이었다.
아버지의 생신과 겹친 크리스마스는 참 좋았다. 화이트와인과 곁들여 저녁식사를 하고, 학교 후배들에게 연락이 와서 원격으로나마 짧은 송년회를 하기도 했다. 간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도 있었고, 좋은 소식도 들려왔다. 다행히 다들 힘든 와중에도 잘 지내는 듯 했다. 12시가 다 되어서야 대화를 마무리하고 자러 갈 수 있었다.
그 후 새벽 4시에 일어나 나갈 준비를 했다. 연말이 주는 따뜻하고 뭉클한 분위기를 한껏 느끼고 나서인지 택시를 기다리며 맞는 새벽공기가 유독 차게 느껴졌다. 코로나로 사람도 거의 오지 않는 장례식장의 적막한 공기, 조용히 기도를 드리는 유족들의 목소리 같은 것들이 마음을 무겁게 했다.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기념일 바로 다음 날에 하관을 하고 나니, 새삼 기쁨과 슬픔이라는 게 참 가까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냥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불안과 우울함 속에도 고개를 내미는 기쁨이 있고, 즐겁고 행복한 분위기 속에도 드러나지 않는 슬픔이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는 이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