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핫쩡 Jan 03. 2022

MD의 직업병

전치 52주 입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라고 말하면 거창하나 사실 코로나 이전에도 온라인에서 안파는 물건이 없고, 게다가 온라인 몰은 연중무휴 24시간이다 보니, 온라인 MD는 당연하게도 직업병이 아주 진-한 직종일 것이다. 일상생활과 아주 밀접한 일을 업으로 삼는 MD에게 일과 삶의 온&오프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MD에게는 여러 가지 직업병이 있다. 


 첫번째는 쇼핑하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온라인 채널MD로 입사하기 전에는 물건은 직접 보고 사야지! 라는 신념으로 거의 대부분의 쇼핑을 오프라인에서 해결했다. 그러나 온라인 행사를 진행하며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가격차이를 두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오프라인에서 쇼핑을 맘 놓고 못하겠다. 사실 최저가에 민감해질 수 밖에 없는 직업인 터라 뭔가 같은 상품이라도 조금이라도 더 낮은 가격에 살 수 있을 것 같아 구매버튼을 누르기 전에 ‘조금만 더 검색해볼까?’ 라는 생각에 물건을 구매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남들 보다 두 세배는 더 든다. 사실 그거 검색할 시간 아끼고 그냥 사면 되는 것을 MD 자존심인지 욕심인지 자꾸 이것보다 더 싼거 있을거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고, 내가 구매한 상품이 배송이 시작되었는데 다음 날 바로 쿠폰을 붙여 행사를 하고 있다면 뭔가 속이 쓰리다.


 두번째 지름신의 도발적인 유혹에 쉽게 걸려든다. 모니터링을 하면 서든, 새로운 브랜드를 발굴하기 위해 서든 온라인 쇼핑채널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MD들이 소비자들 혹 하라고 만든 기획이고 그러라고 만든 가격인 줄 알면서도 구매 버튼으로 자꾸 손이 나간다. 회사에서 번 돈 그대로 회사가 다 가져가는 것도 맞고, 다른 채널 열심히 지켜보면서도 내 지갑은 또 열린다. 내 월급 열심히 모아다 서울에 집 한칸 살 수 없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한데? 싶은 카드값을 본적이 없다고는 말 못하겠다.


 세번째, 맘 놓고 잠을 자거나, 맘 놓고 쉴 수 없다. 특히 온라인 MD는 매일매일 자정에 오픈 되는 새로운 행사들 덕에 밤 12시 이전에 잠을 잔 적이 없다. 12시 넘어 행사 검수를 하고 사고가 터지면 그 일을 수습하느라 한 두시간이 훌쩍 지나버리고, 다행스럽게도 아무일 없는 날에도 졸음을 참아가며 검수한 탓에 피곤하지만 잠드는 타이밍을 놓치게 된다. 불면증이 인생의 동반자로 추가 되었다.

 휴가 때도 마찬가지인데 나는 휴가지만 휴가가지 않은 담당 파트너사의 연락을 안 받을 수 는 없고, 큰 맘먹고 놀러간 해외여행지의 호텔에서도 행사가 잘 오픈 되었는지 검수 하기 위해 와이파이가 잘 터지는지 부터 확인한다. 열이 펄펄 끓어 응급실에 가서 링거 맞으며 파트너사의 문의에 답해 줬던 그 날은 신경질 나고 뭘 위해 이렇게까지 하는가 했지만 그놈의 책임감 때문인지 퇴근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휴대전화 알림을 신경쓰지 않을 수 있었다. 나의 프로페셔널함에 눈물이 차오른다.

 일생의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신혼여행을 가면서도 노트북을 꼭 챙겨가는 옆 팀 대리님의 긴 휴가는 어쩐지 별로 부럽지 않았다.  


 그래도 내 일에 열정적이였기 때문에 생긴 직업병들이니 애정을 가져볼까 하다가도 가끔씩 서러워지는건 월급이 너무 쥐꼬리만해서가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 네이버 vs 쿠팡 어디서 구매할 것인가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