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프로덕트를 만들려면 다양한 기술이 필요합니다. 서비스에 따라 필요한 프로덕트 종류가 다르고 필요한 프로덕트 메이커도 다릅니다. 프로덕트 메이커는 비즈니스 문제를 프로덕트로 풀어내는 사람입니다. 각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신만의 특별한 기술을 가지고 있고,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 등 다양한 직군으로 세세하게 나눠 문제를 해결합니다. 직군으로 나누기 애매모호한 영역은 협업하는 사람들끼리 각자의 역량에 따라 담당하기도 하죠.
그렇다면 디자이너가 더 잘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그리고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기술이 필요한 것일까요? UI, UX, 프로덕트와 같은 명칭과 상관없이, 디지털 프로덕트의 구체적인 형상을 설계하는 디자인이라는 역할을 맡기 위해서는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 정리해보았습니다.
모든 것의 기초가 되는 능력입니다. 좋은 사용성을 만드려고 한다면, 단순히 이게 편해 보여서 이렇게 편리하게 만들었다.라는 표현을 넘어, 누가 언제 어떤 목적으로 서비스를 사용할 때 편해졌는지 생각하고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프로덕트를 의도대로 설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논리적 사고 — 아이콘이 사용자에게 어떤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다면, 아이콘을 왜 넣어야 할까요? 결과물에 대한 타당한 근거나 이유를 명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비판적 사고 — 내가 선택한 디자인이 최선의 답일까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존재합니다. 사고를 분석하고 평가해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상상력 — 수없이 많은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옵니다. 말로는 설명할 수 있겠는데 이게 어떻게 움직일지는 다들 잘 모를 수 있습니다. 디자이너는 아직 구현되지 않은 아이디어의 구체적인 디자인을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데이터 리터러시 — 내 의도보다는 사용자의 생각과 행동이 정답일 것입니다. 사용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데이터의 숨은 의미를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원하는 설계를 위해 어떤 데이터가 필요한지 정의하고 수집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는 능력입니다. UI를 포함하기도 하지만 주로 사용자의 생각과 행동 중심으로 전체 경험을 다루는 편입니다. 다양한 맥락에서 사용자가 실제로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를 관찰하고, 경험이라는 어려운 개념을 프로덕트 메이커들이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가공하고 공유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합니다.
사람에 대한 이해 — 경험을 만들기 위해서는 누가 사용하는지 알아야 할 것입니다. 사람들이 특정한 상황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주로 인지 심리학, 행동 심리학에 대한 사전 지식이 필요합니다.
정량 조사 — 감으로 사용자를 함부로 예측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사용자의 행동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많은 사람들의 수치화된 행동 결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현상을 해석합니다. 설문 조사, 프로덕트 사용 기록(클릭률, 구매율 등) 측정 등의 방법을 주로 사용합니다.
정성 조사 — 사람은 복잡해서 모든 것을 숫자로 알아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사용자의 사고방식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현상에 대한 생각과 이유와 같이 숫자로는 찾기 힘든 사람들의 생각을 이해합니다. 사용자 인터뷰, 사용성 테스트 등의 방법을 주로 사용합니다.
경험 설계 — 눈에 보이지 않는 경험을 어떻게 공유하고 이해가 어긋나지 않게 할까요? 사용자가 서비스를 경험하는 경험과 단계를 가시적인 형태로 가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퍼소나, 카드 소팅, 유저 저니맵, 와이어프레이밍 등의 방법을 주로 사용합니다.
사용자가 기기를 이용해서 서비스를 사용하는 과정을 설계하는 능력입니다. 주로 디지털 프로덕트에서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이용해서 다양한 목적을 달성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도구를 사용하는 방식 등을 설계합니다.
도구에 대한 이해 - 스마트폰으로 쓸까요 노트북으로 쓸까요? 사용자는 스마트워치, 스마트폰, 타블렛, 노트북, TV, 자동차 등 물리적인 도구부터 iOS/ Android 등 플랫폼과 같은 무형의 플랫폼까지 다양한 도구를 사용합니다. 디자이너는 다양한 도구의 차이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시각 디자인 - 여전히 사용자는 말보다는 눈으로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합니다. 사용자가 매끄럽게 도구를 사용할 수 있도록 색, 아이콘, 레이아웃 등 다양한 시각 기법의 효과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프로토타이핑 - 개발하기 전에 지금 디자인이 최적인지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실제와 가장 비슷한 형태를 개발 맥락을 만들 수 있는 능력. 개발에 많은 비용을 투입하기 전에 실제와 가장 비슷한 프로토타이핑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디자인 시스템 - 비슷한 것 있는 것 같은데 굳이 새로 만들어야 할까요? 비슷한 기능이라면 이전에 만든 것을 그대로 재활용해서 사용하면 사용자는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배우지 않고 이전에 쓰던 대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효율을 위해 반복해서 사용하는 요소를 규격화하는 디자인 시스템 구축 능력이 필요합니다.
디지털 프로덕트를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어떤 능력이 필요한지 나열해 보았습니다. 모두 필수적인 것처럼 단정적으로 말했지만, 이걸 전부 다 잘해야 하는 걸까요? 말도 안 되는 소리겠죠. 이해를 위해 짧게 3가지 항목으로 정리했지만, 각 항목을 파고 들어가면 끝도 없이 많은 능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을 확률은 뿔 3개 달린 얼룩무늬 유니콘을 찾았는데 번개 맞을 확률보다 낮을 겁니다.
회사나 서비스에 따라 필요한 능력이 다르고, 개인이 가진 능력의 폭과 깊이도 제각각일 것입니다. 회사는 서비스에서 프로덕트가 어떤 역할인지 정의하고, 더 나은 프로덕트를 만들기 위해 어떤 디자인 능력이 필요한지 파악해야 할 것입니다. 디자이너는 회사의 프로덕트가 무슨 역할인지 이해하고, 나의 강점을 뾰족하게 할지 부족한 부분을 채울지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양쪽이 프로덕트와 역할에 대한 이해도가 일치할 때, 더 나은 프로덕트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