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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화정 Aug 22. 2023

브런치가 이상해졌다!

쫌 이상한 글방 이야기 1.

브런치 연재를 하던 도중 생소한 딱지가 붙었다. 별로 반갑지 않다. 나보다 열심히 쓰고 점점 잘 쓰는 친구 대문을 확인했다가 덩그러니 닉네임만 있는 화면을 보고 기분이 나빠졌다.

블로그에 근무하듯 매일 글을 쓰던 시절, 파워블로거 딱지를 몹시 부러워한 적이 있다. 조회수, 팔로워수에 여전히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지 못하지만 글을 쓰는 일 자체를 좋아하며 쓰기로 매번 결심하며 꿋꿋하게 쓴다. 온전히 글쓰기에 매진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여겼던 이곳도 점점 이상해지는 것 같다. 화면에 걸리면 조회수가 폭발하니 점점 더 자극적인 제목이 이어지고, 브런치북 공모전 열기는 해가 갈수록 뜨겁다. 나도 매번 부푼 가슴으로 응모를 하면서도 씁쓸하다. 에잇.... 또 떨어졌어!

후원하기에 대해서는 이루 말할 수 없이 기분이 복잡하다. 내 글 밑에도 금액별로 돈을 보낼 수 있는 항목이 달리면 기분이 좋을까? 매일 통장을 열어보며 울고 웃으려나?

돈이 되는 글을 쓰기 위해 나는 어떤 문장을 써 내려갈까?


<쫌 이상한 사람들>이라는 그림책을 처음 봤을 때 뭔가 당혹스럽고 서글펐던 기억이 난다. 그림책에서는 더없이 선량하고 배려심 가득한 사람들을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부른다. 기꺼이 남들 가지 않는 딴 길로 가고, 자기는 져도 이긴 사람을 위해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사람, 나무를 아끼고 안아주는 사람, 무엇보다 잘 보이지 않는 것, 작고 연약한 생명이나 소외된 존재에 마음을 쓰는 사람들을 쫌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좋아서 나는 쫌이 아니라 많이 이상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힌다.

여름 글방 마지막 과제를 읽다가 퍼뜩 떠오른  이 책. 그리고 속으로 외친 말.


'이 사람들 쫌 이상한 사람들이야!'


며칠 글쓰기 무력증에 걸려 넘어져 목에 걸린 말을 뱉어내지 못해 켁켁거리다 그 이상한 사람들 덕에 A4 여섯 페이지 분량의 글을 하루 내내 신나게 썼다. (새벽 두 시까지!)

이상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한 이 플랫폼이 마뜩잖다. 그래서 좀 다른 이상한 이야기를 담아 두려고 한다. 쫌, 아니 너어무 이상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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