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본다는 것에 대한 고찰
마주보다
마주치는 눈빛이 무엇을 말하는지.
난 아직 몰라.
정말로 몰라.
가슴만 두근두근.
아아ㅡ 사랑인가봐.
마주볼 일 없는 요즘이다. 일부러 사람을 피해다니는 것도 아닌데 돌아보면 어느새 혼자다.
혼자라는 게 두렵지 않았다. 나는 사람들이 복작거리는 곳보단 조용한 내 방이 좋으니까. 만날땐 좋다가도 혼자 충전할 시간이 필요하니까. 그래서 홀로 있어도 불안하지 않았다.
살면서 외롭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 정말로 외롭지 않았으니까. 외로워 본 적이 없었으니까.
나는 그렇게 스스로 혼자를 자처했던 것 같다. 누군가 내게 손을 내밀어 준 적도 없었거니와 애초에 내가 타인과 손이 닿을만한 거리까지 가지를 않았다. 훌라우프 하나만큼 정도 되는 원을 내 둘레로 그려놓고 아무도 넘지 못하게 그 구역을 지켰다. 그것이 나를 지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누군가 내민 손을 잡을 줄도 몰랐다.
나는 쉬이 마주보지 못한다. 누군가의 얼굴을 보는 것은 두렵지 않다. 나는 나의 표정을 보지 못한다. 내가 웃는지 우는지 볼 수가 없다.
그래서 가끔 두렵다. 온몸으로 당신을 기다리면서도 웃지 않고, 당신과 멀어지는 것이 너무 슬픈데 웃고 있을까봐. 가슴과 입이 따로 놀까봐. 그래서 후회할까봐.
사진을 잘 찍지 않았다. 내가 생각하는 내가 아닐까봐. 간극은 그렇게 더 커지는 것 같다. 늘 솔직하고 싶다.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싫으면 싫다고 말하고 싶다. 어느 쪽에도 미움받기 싫어 아무거나라고 말하고 싶지가 않다. 그렇지만 입에선 아무거나 괜찮아. 하고 또 튀어나오고 만다. 괜찮지 않은데.
나는 쑥스럽게 마주본다는 것에 대해 고찰한다.
마주본다는 건 당신을 온전히 본다는 것. 혼자가 아닌 것. 아무거나가 없는 선택지 앞에 서는 것. 눈을 맞추는 것. 조금 부담되면 미간이나 코, 혹은 인중을 보는 것. 정적을 듣는 것. 눈의 깜빡임을 느끼는 것. 생각을 멈추는 것. 계산을 멈추는 것. 평가나 판단은 더더욱 사라지는 것. 비유하지 않는 것. 오직 원본만이 존재하는 세상에 있는 것. 그런 세상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 놀라운 것. 그래서 눈물이 나는 것.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것. 시간이 멈추는 것. 그러면서 너무 빨리 지나는 것. 빛이 나는 것. 미안할 필요 없는 것. 고마운 것. 기쁜 것. 그럭저럭이라는 말이 없어지는 것. 적당하지 않은 것. 세상의 모든 애매함이 뒤섞이는 것. 명료한 것. 따뜻한 것. 차가운 것. 걱정되는 것. 해결되는 것. 아픈 것. 가슴 한 편이 채워지는 것. 우선 순위가 생기는 것. 지치지 않는 것. 티가 나지 않는 것. 필터링 되는 것. 어두운 곳에 있어도 밝은 것. 모나지 않은 것. 모가 나도 둥그라지는 것. 흑백일지도 모르는 것. 파란불일지도 모르는 것. 착각하는 것. 고민되는 것. 기다리는 것. 피곤할지도 모르는 것. 기약이 없는 것. 조만간 인 것. 막상 닥치면 아무 것도 아닌 것. 조약돌 같은 것. 산불 같은 것. 홍수 같은 것. 태풍 같은 것. 찻잔의 달그락거리는 소리 같은 것. 티스푼처럼 휘휘 젓고만 싶은 것. 먼저 말하고 싶은 것. 마법에 빠진 기분일지도 모르는 것. 엇갈릴 수도 있는 것. 얼음이 되는 것. 눈사람이 되는 것. 여름날 아이스크림 같은 것. 몸에 안 좋을지라도 계속 찾게되는 것. 중독되는 것. 연기 같은 것. 기억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것. 잃어버릴 수도 있는 것. 잊어버릴 수도 있는 것. 그러나 결코 잊지 못할 것. 죽음까지 가져갈 것 같은 것. 새로 태어날 수도 있는 것. 날개를 주는 것. 함께 날고 싶은 것. 고소공포증도 극복할 수 있는 것. 용기를 주는 것. 살아갈 힘을 주는 것. 살아가는 것. 영원히 간직하는 것. 끝이 없는 것. 끝이 없기에 더 애틋한 것. 사랑하고 싶어지는 것. 사랑을 하는 것.
그런 것.
아무렇지 않을 수 없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