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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마 Sep 23. 2024

2024 주간 이요마 인풋노트_9월 4주차

2024.09.16~09.22

무인성

모든 것을 다 이해하려고 노력하던 시간이 지나가자 무엇도 이해하고 싶지 않은 시간이 찾아왔다. 그런게 규칙이고, 그런게 세상이라면 믿고 가는 것이 맞을 테지만 무얼 믿어야할지도 잘 모르겠고.


모든 리뷰에는 스포 가능성이 있습니다! 스포주의


읽은 책

1. 《오렌지와 빵칼, 청예, 허블, 2024


-

애정과 배척. 은주는 자신이 지킬 수 있는 것을 취사선택하고 있었다. 모든 걸 동등한 시각으로 대우하지도, 판단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어째서 그녀는 내게 그토록 깐깐히 굴었고 화를 냈고 힐난했으며, 나를 고개 숙이게 만든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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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요마 노트(�스포가 있을 수 있으니 원치 않는 분은 패스!)

경쾌하고 빠르고 재밌는데 몬가가... 몬가인 이야기.

주인공 영아는 어린이집 선생님이다. 그를 둘러싼 세상은 하나같이 무례하기만 하다. PC함으로 가스라이팅을 하는 친구 은주며, 어딘가 짜치는데 착함라이팅으로 거절 못하게 하는 남자친구 수원이며, 폭력적인 원생 은우의 빡침 모먼트까지 영아는 매순간을 컨트롤하면서 이성의 끈을 질끈 부여잡고 산다. 뒤에 무슨 이야기가 나오길래 이렇게 진상들로 일상을 가득채웠을까 생각하면서 보다가 전두엽 실험을 기점으로 180도 다른 전개가 펼쳐진다.


근데 몬가가 몬가라고 쓴 건,, 좀 더 과감하고 막나가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더라. [시계태엽 오렌지]가 오버랩되는 설정이다보니 그 작품이 주었던 자극과 충격이 겹쳐보일 수밖엔 없다. 빵칼이 과도가 되었어도 충분히 납득하면서도 보았을 것 같고...

그렇지만 옳음을 가장해 은근슬쩍 저 좋을대로 자행되는 은은한 강요/폭력들에 대해 한꺼풀이나마 평가의 가면을 내려놓고 필터링없이 가는 이야기는 신선(?)했다. 작가의 말마따나 솔직하게 내려놓고 써도 세상 눈치를 보면서 써도 안 팔리는 게 소설이니(ㅠㅠㅠ) 보다 진솔하게, 그러나 작가와 작품을 동일시 하지 않는 선에서 재밌게 읽히는 이런 작품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2. 《친애하고, 친애하는, 백수린, 현대문학, 2019


할머니는 식용유를 팬에 한 번 더 두르며 말했다. 그리고 이렇게도. "봐라. 인아야. 세상엔 다른 것보다 더 쉽게 부서지는 것도 있어. 하지만 그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야. 그저, 녹두처럼 끈기가 없어서 잘 부서지는 걸 다룰 땐 이렇게, 이렇게 귀중한 것을 만지듯이 부쳐주기만 하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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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요마 노트(�스포가 있을 수 있으니 원치 않는 분은 패스!)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말이 있다. 엄마는 이따금 "네가 내 나이 되어봐야 안다."라고 하셨다. 내가 당신의 나이가 되면 정말로 알게될 지도 모르겠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때 되도 난 당신 마음을 전혀 이해하지 못할 것 같다.


부모 자식간의 상처는 지속적인 폭력속에서 피어나지 않는다. 아차 싶은 일순간의 한 마디가 일생내내 두고두고 맴돈다. 사과할 타이밍을 놓친, 이젠 멋쩍어져서 그냥 지나버린 어떤 시간은 부모자식의 사이를 벌린다. 이제와 사과를 요구한다해도 무슨 소용이 있나 싶은 순간들. 나도 그런줄만 알았다. 그러나 용서도 사과도 사실 필요하다. 해소되지 않고 고여버린 감정은 타인에게 튀어버린다. 대개는 자식의 자식으로, 내가 가장 싫어하는 모습과 방식으로 말이다.


부모자식, 그중에서도 엄마와 딸 서사에선 이런 응어리가 하나씩 있다. 해소하지 않고 미뤄둔 감정들로 말미암아 서로에게 상처를 주다가, 해결도 봉합도 아닌 중간지점을 찾아서 화해하는 이야기들. [친애하고, 친애하는]은 그 미묘한 감각을 짧은 분량 안에서도 느끼게 한다. 가장 가깝지만 가장 서로를 모르는 가족의 이야기를 '이해'하려는 노력 속에서 관계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 같다. (그래서 할머니-손녀 같은 한 단계 넘어선 구도는 친한 경우가 많은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 어린 시절 오래도록 '좋은 기억'으로 남는 순간들은 평범한 시간들이다. 설거지 하는 엄마의 등을 보는 일, 멸치 똥을 함께 따는 일, 전을 부치는 일, 한 여름에 같이 선풍기를 쬐는 일 같은 아주 사소한 일들. 사실 우리는 답을 알고 있다. 관계는 네가 내 나이될 때까지 감정을 묵히는 게 아니라, 아주 사소한 일상들처럼 작은 것부터 풀어가야된다는 것을. 그걸 서툴다는 이유로, 바쁘다는 이유로 이월하다간 이해에 닿지 못하고 한 사람이 먼저 사라진다. 다른 누구들은 다 등을 돌려도, 내가 기댈 마음의 공간, 비빌 언덕이 있다는 건 참 소중한 일이다. 가장 힘든 시간들은 내가 심리적 고아가 된 순간들이었다. 지금은 이해로, 대화로 풀어가는 몇 년을 보냈고 나는 조금은 나아졌다. 당신께서는 어떨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가장 위험한 건 기대와 예측이다. [친애하고, 친애하는]을 읽으면서 나는 엄마-딸의 섬세한 감정선에 백프로 진입할 수는 없었지만, 내가 어떤 마음을 바라는지와 당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 모먼트.




보는 중인 책들


* -ing는 기록만 간단히

1. 《동경》, 김화진, 문학동네, 2024

2. 《릿터 2024년 8/9월호》, 릿터편집부, 민음사, 2024



본 웹소설/웹툰

: 이번 주는 없다.


보는 중인 웹소설/웹툰

* -ing는 기록만 간단히

1.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2024)

: 연재 다시 시작해서 조금씩 아껴서 보는 중! 



본 영화

: 이번 주는 없다


본 시리즈(-ing 포함)

다 본 시리즈

: 이번주는 없다.



보는 중인 시리즈

* -ing는 기록만 간단히

1. <브레이킹 배드 시즌 1>(2008)

: 한 4화에서 더 나아가질 않네...


2. <최애의 아이 시즌 2>(2024)

: 첫 장면 연출 미쳤다. 여전히 잘 안나간다.


본 콘텐츠

: 이번주는 패스


기타 기록

: 싹 지우고 리뉴얼


실시간 인풋 기록은 아래 인스타에 하고 있다.

문장 밑줄 치고, 그때 든 감정/생각을 바로 기록하는 중이다.

https://www.instagram.com/hako_ey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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