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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황하는 콧날 Sep 20. 2018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의 기록 #Epilogue

기억.

안녕하세요 혹시 제 글을 읽어주신 분들. 이 에필로그를 끝으로 저의 쿰부 히말라야 여행기는 막을 내립니다. 열심히 쓴다고 썼는데, 저에게 그리고 읽어주신 여러분들께 이 여행기가 무슨 의미일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나 여러분들에게나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팍팍하고 건조한 세상에서요.


히말라야에서 하산한 후 뒷이야기를 전해드리면, 진감독님은 정말 쇄골뼈와 어깨가 부러지셔 카트만두에서 저와 며칠 더 머무르다 일정보다 일찍 한국으로 귀국하셨습니다. 정말 이 글을 빌어 진감독님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진감독님이 없으셨다면 제가 히말라야에서 저러한 대단한? 경험을 시도 조차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끝까지 케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약사 선생님은 저와 네팔 포카라에서도 함께 여행했고 그 뒤에는 미국으로 돌아가셔서 생활하시고 있습니다.


저는 트레킹이 후 포카라에서 쉬다가 말레이시아로 이동해 더 여행을 하다가 귀국했습니다. 지금은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다시 하며 일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두 분 다 보고 싶습니다.



에필로그를 쓰면서 히말라야가 제게 주는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다시 복기해보게 됩니다. 어떤 사람들은 저에게 이렇게 물어볼 수도 있겠죠. "그래서 거기 갔다 와서 뭐가 그렇게 달라졌는데! 헛짓거리 한 거 아니냐?"

질문에 솔직히 대답한다면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여전히 저는 불완전한 사람이고, 때론 삽질도 하고, 때론 감정적이며, 때론 어리석은 말들을 내뱉기도 합니다. 불안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공허함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습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 히말라야에 다녀오기 전에는 공허함을 많이 느꼈습니다. 한 번씩 저를 찾아오는 "그 끝을 알 수 없는 공허함"이 저를 많이 힘들게 했었죠. 하지만 지금은 예전처럼 공허함을 많이 느끼지 않아요. 바닥이 보이지 않던 텅 빈 공간이 조금은 메워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공허함의 원인이었던 많은 기억들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조금은 충만 해졌겠죠.  

그리고 미래나 앞으로 다가올 일들이 당연히 아직도 불안하지만 어떻게든 해쳐나갈 수 있을 것 같은 근자감도 장착하게 되었습니다. 


닥치면 어떻게든 헤쳐나갑니다. 분명히! 사람은 생각보다 나약하지 않습니다. "그곳에 가면 다음에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떤 길이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미리 너무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고 "기억"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브런치에 여행기를 쓰면서 사진을 보면서 떠올리기는 하였지만, 오래전에 일임에도 불구하고 여행에서 있었던 일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만큼 좋았고 강렬하게 기억하고 있다는 말이겠죠. 안 좋았던 일, 경험 또 한 강렬하게 기억됩니다. 하지만 좋았던 일 평범했던 일상이 그렇게 강력하고 생생하게 기억되는 일이 있을까요? 안타깝지만 좋았던 일 보다 더 많이 생생하게 기억되고 이따금씩 떠올라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안 좋았던 일 아닌가요. 


하지만 저는 생생하게 떠오르는 좋은 기억들을 많이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따금씩 떠올라 저를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저를 충만하게 만들어주는 기억들이고 그것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기억을 돈으로 바꿀 수 있을까 생각해봅니다. 아마도 많은 돈과 바꿀 수 있다 하더라도, 어마어마한 돈을 준다고 해도 바꾸기 힘든 기억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는 아마도 죽을 때 떠오를 "주마등" 속에서 미소 지을 수 있는 기억 중 하나이지 않을까 생각해서입니다. 물론 후회나 회환들도 많이 떠오르겠지만요. 


이런 기억을 가질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을 것입니다. 저에게는 행운이 왔고 그 행운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예전에는 책에서 읽은 이야기, 강연에서 들은 이야기 등을 말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앵무새 같았죠 하지만 지금, 여행 이야기에 있어서는 제가 직접 경험한 저만의 이야기가 생겼습니다. 저만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 또한 정말 기쁜 일중에 하나입니다. 지금 이렇게 저만의 이야기를 글로도 남기고 있습니다. 


좋았습니다. 정말 좋았습니다. 이렇게 글로 남기고 싶을 만큼. 그것만으로도 저에게 히말라야 트레킹의, 배낭의 여행의 의미는 충분합니다.


분명하고 생생하게 그리고 좋게 간직할, 기억을 찾으러 떠나보시지 않겠습니까? 트레킹, 여행을요. 

                                                                      그리고 혼자서 


약간의 용기! 체력! 약간의 무모함만 있으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지금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THE JOUNRNEY CONTINUES....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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