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3일간 즐거웠지만 그만큼 힘들었던 모양이다. 몸이.
토요일은 정말 자는 듯 일어나 있는 듯 계속 잠만 잤다. 잠이 나를 끌어당기는 기분. 조금만 눈을 뜨고 있어도 이내 스르르 잠들었다.
이번 출장에서 인상깊었던 대화는,
"저는 불평불만을 잘 안해요. 싫은 소리도 하기 싫고. 무언가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면 마음속으로 카운트다운을 세요. 그게 세번이라고 하면, 세번이 될 때까지는 그게 마음에 안든다고 해도 티를 내진 않아요. 그러다 이정도 기회를 주었는데도 더이상 안되는구나, 안되겠구나 싶을 때 그때 말하고 관계를 정리하죠."
"내가 이 사람하고 오래오래 보고 싶은데 그럼 어찌해야 생각해보니 결혼밖에 방법이 없더라고요. 그 사람이 결혼하면 그 사람 와이프가 날 불편해할 수도 있잖아요. 아 그럼 어쩌지? 그냥 내가 이 사람하고 결혼해야겠다, 생각했어요."
"너무 외로워서 혼자 걷기 싫다는 말이 기억에 남네요."
"몸에 안좋은 거 먹지 마요."
이밖에 등등등이 있었는데, 역시나 그날그날 기록하지 않으면 잘 기억하지 못 하는 편 같다. 아쉽다.
2) 정기적인 모임에 오랜만에 나갔는데 내 마음과 다른 말을 하거나, 과한 말을 하거나, 남이 불편할 수도 있는 말을 했다. 나는 이것이 내 외로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늘 생각한다. 그래서 사리분별 못 하고, 어느 자리든 누군가 들어줄 태세를 보이면 이런저런 더 많은 말들을 보따리 장수처럼 꺼내놓는다. 실제로 생각하는 것보다 과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관심을 받고 싶어서라고 생각한다. 편하게 대화를 나눌 이가 없고, 편하게 볼 수 있는 이 또한 없는.. 고요한 무덤 같은 곳에서 이렇게 누군가를 만나거나 나갈 기회가 생기면 이렇게 실수하곤 돌아와서 반성한다. 어서 이곳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나의 모습은 정신병에 가깝다.
3) 오늘 읽는 중인 책에서.
'언제부턴가 그녀에게 내일이란 개념은 마치 아무도 사용하지 않은 새것이 아니라, 다시 닦아 사용해야 하는 접시처럼 여겨졌다. 그 접시엔 그걸 사용했던 사람들과 그들 사이에서 일어난 사건의 정보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는데,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그걸 모조리 닦아내려고 많은 시간과 정력을 쏟아부었던 시절도 있었다.'
내일이 다시 닦아 사용해야 하는 접시라니, 엄청난 표현이다.
4) 배고프다. 배고픈데 뭘 먹어야 할지 뭐가 먹고 싶은건지 모르겠다. 머릿속엔 피자 생각만 나긴 하지만. 이제 피자는 좀 끊어야 할 것 같은데. 약간 중독 수준인 듯.
뭐 이렇게 많은 것에 중독되었나 나는.
옷무덤과 책으로 가득 찬 정리가 안되어 있는 집을 보며 더이상 이렇게 살 수는 없어, 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