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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부엉이 J Aug 19. 2023

빅데이터로 본 반려동물 시장의 미래


여러분들은 혹시 반려동물을 키우고 계시나요? 키우지 않으시더라도 주위를 보면 강아지, 고양이를 키우는 분들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으실 겁니다. 


예전에는 '가축'이었던 동물들이 이제는 함께 살아가는 '가족'이 되었습니다. 옛 조상들이 보면 정말 경악스러운 변화입니다.


그만큼 시대적 환경이 많이 달라진 것이죠. 강아지와 고양이가 반려동물로 우리의 삶에 들어올 수 있었던 이유는 크게 2가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첫째. 동물을 동반자로 여길 수 있을 정도로, 경제가 충분히 성장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 경제가 어렵다고 합니다. 물론 맞습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어려운 것이지, 절대적으로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물가는 오르고 수입은 줄었지만, 그렇다고 당장 내일 굶어 죽을 정도는 아닙니다. 


하지만 불과 60년 전만 해도 무엇을 먹을지가 아니라, 무엇을 먹을 수 있을지를 걱정했습니다. 풀뿌리와 나무껍질을 먹는다는 초근목피(草根木皮)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내 가족이, 내 친구들이, 내 이웃들이 굶주림으로 죽어가는데 동물까지 챙길 여유가 있을 리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강아지는 보신탕이 되었고, 고양이는 나비탕이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굳이 강아지와 고양이를 먹지 않아도, 충분히 먹고살 수 있는 세상이 온 것이죠. 경제적 여유를 얻은 사람들에게 '마음의 여유'가 찾아오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동물에 대한 가치관도 변하게 되었습니다. 





둘째. 집단주의 문화가 해체되며 외로움이 증가했습니다.


과거 농경사회는 혈연, 지연으로 견고하게 뭉친 '공동사회'였습니다. 농사일은 혼자 할 수 없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서는 무조건 이웃끼리 서로 도와야 했습니다. 당연히 집단주의 문화가 형성되었죠. 


산업사회가 되었어도, 집단주의 문화는 상당기간 유지되었습니다. 사회의 가치관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보통 '경로의존성'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90년대까지만 해도 아파트 주민끼리 서로 아이를 돌봐주고, 물건을 나누며 가깝게 지냈습니다. 또한 회사에서도 저녁 회식이 일상이었고, 모두가 함께 체육대회를 하고, 직장동료의 집에 찾아가서 밥을 먹는 것도 흔했습니다. 


이제 시대가 달라졌습니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중시하고 혈연, 지연보다는 철저히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는 '이익사회'로 바뀌게 된 것이죠. MZ세대로 세대교체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사회의 가치관도 변하게 된 것입니다.  


이익사회가 등장하며 집단주의 문화의 폐해가 많이 사라졌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워라밸 문화의 확산입니다. 하지만 빛은 당연히 그림자를 부릅니다. 이익사회가 되며 관계에서 오는 단점이 줄어들었지만, 관계에서 오는 장점도 줄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자유를 원했지만, 그렇다고 외로움을 원하진 않았습니다. 욕구는 풍선과 같아서, 어느 쪽을 누르면 다른 방식으로 표출될 뿐이지 결코 없어지지 않습니다. 타인과의 유대가 감소한 만큼, 사람들은 대안을 찾기 시작했고 그 해결책 중 하나가 바로 강아지와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이 되었습니다.



출처 : 한겨례(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077433.html)



이런 사회 변화 때문인지, 반려동물 관련 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약 2조였던 시장 규모가, 2023년에는 약 4조 5000억으로 2배 이상 성장하였죠.


각종 연구기관의 자료를 종합하면 적게는 전체 가구의 15%(통계청, 2020년)에서 많게는 27.7%(농림축산식품부, 2020년)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반려동물의 숫자는 적게는 420만 마리에서, 많게는 860만 마리로 추산되고 있죠.


평균 가구당 가구원수 '2.24명'(2020년 기준)을 농림축산식품부 추산 가구수에 곱하면 우리나라 반려동물 양육 인구는 약 1,500만 정도로 예측됩니다. 물론, 통계청 자료를 기반으로 하면 반절로 줄여야 합니다. 


통계청 자료와 농림축산식품부 자료 중 어느 것이 현실에 더 맞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나라 국민의 20%~25% 정도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더 많아질까요? 



앞으로의 사회적 환경을 생각해 보면 '그럴 거 같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1인 가구가 계속 증가하고, 인구 고령화가 심화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데이터 기반으로 살펴보면, 조금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소셜데이터분석 플랫폼 '썸트렌드'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까지 강아지와 고양이에 대한 언급량을 수평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언급량은 사람들이 해당 주제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보여줍니다. 그런데 최근 6년 동안 언급량이 비슷했다는 것은 강아지와 고양이에 대한 관심이 동일하다는 의미입니다.



출처 : 소셜 데이터 분석 서비스 '썸트렌드' (https://some.co.kr/)



이상한 결과입니다. 반려동물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사회 변화를 볼 때 반려 동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데이터는 강아지, 고양이에 대한 사람의 관심은 일정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혹시 '썸트렌드' 서비스가 소셜 데이터를 중심으로 분석하는 만큼, 혹시 젊은 층의 생각만 편향되어 나온 것이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기에 교차검증을 진행했습니다. 온 국민이 사용하는 네이버에 얼마나 검색했는지 알 수 있는 '네이버 데이터랩'을 통해 살펴보았습니다. 결과는 동일했습니다.


즉 데이터는 말하고 있습니다. "강아지와 고양이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항상 관심이 있었다. 그렇지만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항상 관심이 없었다"



출처 : 네이버 데이터랩(https://datalab.naver.com/)



이런 결과는 반려동물 시장의 장래성에 의구심을 가지게 합니다. 


사람들이 반려동물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기에 반려동물 시장이 성장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반려동물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의 숫자는 일정했습니다. 다만 그들이 예전보다 반려동물에 더 많은 돈을 썼기에, 시장이 성장한 것입니다. 


즉, 양이 증가한 것이 아니라 질이 증가한 것입니다. 개인주의 가치관의 확산에서 오는 외로움을 반려동물로 해결하는 사람은 애당초 반려동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원래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니즈를 반려동물을 해결할 생각 자체가 없었습니다. 앞으로 이 경향성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반려동물 시장은 생각보다 크게 성장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반려동물 인구 1500만명이 2000만명, 3000만명으로 늘면서 시장이 성장하는 것과 반려동물 인구는 1500만명으로 고정이면서 시장이 성장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과연 반려동물 시장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전망에 따라 관련 산업 종사자, 주식 투자자 등의 행동은 현저하게 달라질 것입니다. 다가오는 미래에, 어떤 방향이 맞는 것으로 판명될지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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