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시장 트렌드 살펴보기
국내 소주, 맥주 시장이 위축되고 있습니다.
마켓링크에 따르면 소매점 기준 맥주 매출은 2020년 4조 3,771억원에서 2023년 3조 9,296억원으로 감소했습니다. 소매점 기준 소주 매출은 2020년 2조 5,130억원에서 2023년 2조 3,515억원으로 감소했죠.
소주 매출 규모는 3년 만에 약 6.5% 감소했고, 맥주 매출 규모는 약 10% 감소한 것입니다. '에게게, 생각보다 별로 안되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리오프닝'을 했는데도 감소했다는 점이죠.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일 때는 소주와 맥주 일명, 소맥을 덜 먹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그런데 거리두기가 끝나면 다시 수요가 회복되어야 하는데 현상유지는 고사하고 2023년에 떨어지기만 했습니다. 무언가 근본적인 변화가 나타난 것이죠.
그렇다면, 무슨 변화가 있었기에 수십 년간 우리나라 주류를 지배하던 소맥시장이 성장을 멈추고 하락하게 된 것일까요? 그 이유를 총 4가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술은 기본적으로 성인이 되면 먹을 수 있습니다. 보통 대학교에 입학하는 연도에 술을 본격적으로 접하게 됩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에 성인이 되는 인구가 확 감소했다는 것입니다.
2018년에 입학한 1999년생은 약 62만명, 2019년에 입학하는 2000년생은 약 64만명이었습니다. 그런데 2001년생은 55만명, 2002~03년생은 49만명, 2004년생은 47만명입니다.
눈 한번 깜빡했는데 단숨에 15만명이 줄어든 것이죠. 보통 친구들끼리 술을 많이 마시는 시기가 대학교 1~2학년 시절인 것을 감안하면, 핵심수요층 감소의 여파는 소맥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대학생들이 줄어들어 소주와 맥주를 많이 안 먹으면 직장인들이 먹으면 됩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워라밸'이 강조되고, 개인주의적 가치관으로 상징되는 'MZ세대' 담론이 확산되며 '저녁 없는 삶'이 '저녁 있는 삶'으로 점차 바뀌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친 사건들이 있습니다. 2010년대 후반에 도입된 '주 52시간제', 그리고 2020년에 시작된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이죠.
2019년 9월 KBS 방송 뉴스에 따르면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대기업과 공공기관이 몰려있는 지역에서 스포츠-레저 업종의 신용카드 사용액은 늘고, 유흥업소에서 쓴 카드 사용액은 줄어들었습니다. 심지어 2019년은 300명 이상 사업장만 주 52시간제가 적용되었던 시절이죠.
또한 트렌드모니터에서 조사한 '2023 직장인 회식 문화 관련 인식'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회식문화 변화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회식을 자제하는 분위기(79.2%) 및 조기 종료 비율(76.2%)이 증가했으며, 저녁보다는 점심에 회식을 하는 형태(57.5%)가 많아졌죠.
수십 년간 이어져온 회식 문화가 변화하면서 대학생뿐만 아니라 직장인도 이전보다 술을 덜 먹게 된 것입니다.
(3)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
코로나 19 바이러스는 건강 관리의 중요성을 국민에게 각인했습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흔든 전염병이었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였죠.
코로나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저출산, 고령화 이슈가 국가적인 화두가 되며 나이를 가리지 않고 '안티 에이징'이 중요해졌기 때문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키워드가 서울 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님으로부터 촉발된 '가속 노화'이죠.
당연히 높아진 건강에 대한 관심은 음주에 대한 경계심으로 이어졌습니다. 실제로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썸트렌드에 따르면 '금주', '절주' 관련 언급량은 네이버 블로그에서 지속적으로 상승 추이를 보였죠,
언급량이 늘었다고 실제로 술을 덜 먹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과도한 알코울 섭취에 대한 경각심이 갈수록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한 번에 많은 술을 먹고 즐기는 것이 힙하고 멋진 것이 아니라, 내 몸에 맞게 적당량을 즐기는 것이 바람직하게 여겨지는 것이죠.
(4) 주류 수요 다변화
개인주의 가치관의 확산은 주류 소비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 사회를 지배했던 맥주와 소주는 집단주의 가치관을 반영한 주류입니다. 통일된 맛으로 대량생산되어 많은 사람들이 저렴하게 즐길 수 있었죠. 여기에 개인의 '취향'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집단적 '효율성'이 중요했죠.
하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개인주의 가치관이 보편화되며 이야기는 달라지게 됩니다. 맥주, 소주가 입맛에 맞지 않는 사람들이 위스키, 와인, 막걸리 등 다양한 술들을 찾게 된 것입니다. 사실 엄밀히 따지면 맥주, 소주가 맛이 탁월한 주류가 아니었으니까요.
이전처럼 단체로 모여서 술게임을 하면서 먹는 식이라면 불가능한 현상입니다. 왜냐하면 '비용'이 감당이 되지 않기 때문이죠. 단적으로 맥주 5병을 까서 먹는 거랑, 위스키 5병을 시키는 것은 완전 다릅니다.
그렇지만 이제 내 입맛과 취향에 맞게 술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무리해서 술을 주문할 필요가 없습니다. 내 주량이 1병이면 1병만 시켜서 먹으면 되는 것이죠.
그러니 오히려 내 취향에 맞는 술에는 과감하게 돈을 지불할 수 있게 됩니다. 단체로 먹느라 불필요하게 지불하던 돈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과거보다 다양한 술을 즐기게 되니, 당연히 맥주와 소주에 대한 수요는 이전보다 감소하게 된 것입니다.
- 시사점 -
"개인화된 고령화 속 청년 세대의 감소"로 전통 주류 시장이 과거와 달라지게 된 이유를 정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미지로 표현하면 아래와 같은 느낌입니다.
사회에 나이대가 많은 사람들이 더 많고, 80세를 기점으로 급격히 감소하는 것이죠. 각각의 사람들은 다 각자의 취향을 추구하는 독립적인 점으로 존재합니다. 그리고 점들의 총합은 시간이 갈수록 줄어드는 것이죠.
맥주와 소주는 앞으로도 여전히 가장 많이 소비되는 주류일 것입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사회적 동물이고, 가성비는 시대를 가리지 않는 메가트렌드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전과 같은 위치는 아닐 것입니다. 갈수록 선택받는 비율은 줄어들 것입니다.
그러면 맥주, 소주 등 전통적 주류 시장은 더이상 미래가 없는 것일까요. 일단 시장 자체를 보면 '그렇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4가지 요인은 앞으로도 쭉 지속될 것이니까요.
하지만 개별 회사의 입장에서 보면 답은 '아니다'입니다. 왜 그럴까요? '영유아식 시장' 규모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기사에 따르면 분유를 제외한 영유아식 시장 규모는 2016년 1320억원에서 2022년 2534억원으로 상승했다고 합니다.
아이는 줄었지만, 프리미엄 제품을 먹이려는 수요가 늘면서 시장 규모는 오히려 성장한 것이죠. 감소하는 수요 이상으로 제품당 단가를 높이면 오히려 매출을 늘어나는 것입니다.
결국 뻔한 말이지만 줄어드는 내수 시장 속에서 '차별화'를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죠. 제한된 파이를 어떻게는 빼앗으려는 기업의 마케팅 활동을 가면 갈수록 치열해질 것입니다. 아니면 답은 하나입니다. 바로 해외로 나아가는 것이죠. 당연히 쉬울리는 없지만, 적어도 시장 자체는 크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