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변화'는 트렌드에 있어 굉장히 흥미로운 요소입니다.
트렌드가 바뀐다는 것은 사람들의 행동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뜻입니다. 행동의 변화는 언어의 변화로 이어집니다.
예를 들어 평생 한국에만 있는 사람은 한국과 관련된 단어만 사용합니다. 하지만 해외여행을 가게 되면, 여행지와 관련된 단어를 말하게 됩니다.
그래서 언어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살펴보면, 사회의 변화를 알 수 있습니다.
이번에 관찰해 볼 단어는 인스타그램에서 비롯된 '~스타그램'입니다. 2013년 12월, 국내에 도입된 인스타그램은 이제 모든 MZ세대가 사용한다고 말해도 이상하지 않은 핵심 SNS입니다. 실제로 2023년 기사에 따르면 국민의 약 42%가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죠.
인스타그램에서는 올리는 게시글과 관련된 '주제+스타그램'을 통해서 정체성을 표현합니다. 예를 들어 영화에 대해서 올리면 '영화스타그램', 취미에 관해서 말하면 '취미스타그램'이라고 하죠.
'~스타그램'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당연히 바뀌었습니다. 어떤 키워드는 계속 유지되었습니다. (이것은 일관된 관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떤 키워드는 변화했습니다. (관심이 높아지거나, 낮아진 것이죠)
그러면 어떤 '~스타그램'이 지난 10년동안 있었을까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해당 내용에 대해 짚어보며,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우리나라의 변화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분석 도구는 소셜빅데이터 분석서비스 썸트렌드를 사용하였습니다.
빅데이터를 살펴볼 때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기준'을 정하는 것입니다. 정말 많은 '~스타그램'이 있기 때문에, 그걸 하나하나 살피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에 저는 매년 상위 Top 30위 까지의 스타그램들의 변화를 살펴보았습니다. 매년 수천만건씩 언급되는 다양한 '~스타그램' 중에서 상위권에 위치했다는 것은 사람들의 높은 관심을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신기하게도 매년 상위권에 위치한 '~스타그램'도 있었고, 10년 동안 딱 1번만 상위권에 위치한 '~스타그램'도 있었습니다.
매년 상위권에 위치한 키워드는 총 8개입니다.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셀스타그램(셀카), 네일스타그램, 럽스타그램(러브), 딸스타그램, 개스타그램, 멍스타그램이죠
자신의 얼굴을 올리는 셀스타그램, 이쁘게 꾸민 손톱을 보여주는 네일스타그램은 사진으로 소통하는 인스타그램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키워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강아지와 관련된 스타그램이 개스타그램, 멍스타그램으로 2개인데.. 사랑과 관련된 키워드가 럽스타그램, 육아와 관련된 키워드가 딸스타그램 각각 1개라는 점은 그만큼 반려동물이 대세라는 점을 알려줍니다.
우리나라 국민의 절반이 1년동안 책 1권도 안 읽는 현실 속에서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이 항상 상위권이라는 점은 굉장한 역설입니다. 예전에는 당연했던 독서가 이제는 자랑할만한 거리가 되었다는 점을 보여주죠.
딱 1년을 제외하고 상위권에 위치한 키워드는 마찬가지로 8개입니다. 글스타그램, 얼스타그램, 육아스타그램, 맘스타그램, 펫스타그램, 독스타그램(dog), 일상스타그램, 여행스타그램이죠.
글스타그램은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과 같은 속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미지와 영상 시대에서도 글도 견고하게 고유의 영역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죠. 얼굴을 의미하는 얼스타그램은 셀스타그램과 네일스타그램과 같은 부류이죠.
아이 관련하여 육아스타그램과 맘스타그램, 반려동물 관련하여 펫스타그램, 독스타그램이 등장하는 가운데, 생활과 관련해서 사람들이 중요시하는 단어가 등장합니다. 일상과 여행이죠.
평범한 하루하루를 의미하는 일상, 그리고 일상을 벗어나는 여행은 어떻게 보면 상반되는 키워드입니다. 하지만 머무름과 떠남, 안정과 변화을 상징하며 삶 그자체를 보여주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일상과 여행이 모두 우리들에게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알려주죠.
8년 동안 상위권에 위치한 키워드는 6개입니다. 그림스타그램, 손스타그램, 아들스타그램, 견스타그램, 맛스타그램, 소통스타그램이죠.
책과 북을 시작으로 글이 등장하더니 이제 그림이 나왔습니다. 어떻게 보면 난이도 순으로 나온 것 같기도 합니다. 책을 읽는 것이 제일 쉽고, 글로 쓰는 것이 그 다음이며, 마지막으로는 그림인거죠.
셀카와 손톱이 나오더니, 얼굴이 나오고 이제 손이 등장했습니다. 나를 상징하는 얼굴 다음으로 인간에 있어 무엇이 중요한지 알 수 있죠. 우리가 도구를 다룰 수 있는 까닭은 복잡한 움직임을 가능하게 해준 '손'이 있었으니까요.
10개 였던 딸스타그램에 비해 아들스타그램은 적게 나왔습니다. 예전에 악명높았단 남아선호사상은 이제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SNS의 뜻이 social networking service인만큼 사용자간의 관계 형성을 위한 소통스타그램이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일상과 여행 다음으로 생활과 관련 키워드로 식사와 관련된 맛스타그램이 나타났죠.
7년부터는 변화가 일어납니다. 일단 갯수가 4개로 확 줄어듭니다. 운스타그램(운동), 공스타그램(공부), 먹스타그램, 애스타그램(아이)이죠
식사와 관련해서 맛스타그램에 이어 먹스타그램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건강과 자기계발을 위해 필수적인 운동과 공부와 관련된 공스타그램이 등장하죠. 육아 관련키워드와 공스타그램을 살펴보면 인스타그램을 자주 쓰는 연령층을 짐작하게 합니다.
공부를 하는 주된 연령층은 30대 이상의 직장인보다는 10~20대입니다. 그런데 육아 관련 키워드는 10년동안 등장했죠. 이 말은 '인스타그램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연령층이 30대이지 않을까'라고 조심스럽게 추측하게 합니다.
6년 동안 상위권에 언급된 키워드는 2개입니다. 모두 반려동물과 관련된 냥스타그램, 푸들스타그램이죠.
반려동물 관련해서 지금까지 '강아지' 관련 키워드만 등장했는데 드디어 고양이와 관련된 냥스타그램이 나왔습니다. 푸들스타그램이라고 특정 강아지 종이 언급된 것을 볼 때, 푸들이 가장 대표적인 반려견 중 하나인 점을 유추하게 합니다.
냥스타그램이 언제부터 상위권에 등장했는지 살펴보니 2018년부터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2018년에 냥스타그램에 대한 검색량이 순간적으로 폭증했다는 것입니다. 추측하건데 8월 8일이 고양이의 날인데, 그쯤 관심이 증가한 것이 아닌가 싶죠.
지금까지 6~10년 동안 상위 키워드를 살펴보았는데, 이제 5년 이하의 키워드를 보려합니다. 앞선 내용들은 상대적으로 시간의 흐름을 덜타는 공통 키워드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 살펴볼 키워드는 그보다는 시간의 영향을 많이 받거나, 아니면 사회변화로 새롭게 등장한 키워드입니다. 이에 앞서 냥스타그램에서 보았던 것처럼, 등장한 연도도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
5년 동안 언급된 키워드는 헬스타그램(15,16,17,21,22)과 댕스타그램(19,20,21,22,23), 4년 동안 언급된 키워드는 운동스타그램(20,21,22,23)과 감성스타그램(14,15,16,17), 3년동안 언급된 키워드는 유머스타그램(21,22,23)가 공부스타그램(18,19,20)입니다.
15~17년도에 있었던 헬스타그램이 21~22년에 부활했습니다. 코로나 시기에 헬스가 굉장히 핫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하지만 리오프닝 시대에 아무래도 각잡고 헬스하는 것은 힘들고, 고물가 시대도 오면서 헬스타그램은 다시 아래 순위로 내려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운동스타그램은 꾸준하죠. 동시에 재밌는 점은 '유머스타그램'이 떴다는 것입니다. 인스타그램이 사람들과 소통하고, 정보를 얻는 SNS를 넘어 '콘텐츠 플랫폼'이 되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재미있는 콘텐트들을 인스타그램에서 찾고 있는 것이죠.
14~17년 동안 상위권에 있었던 '감성스타그램'은 순위에서 밀렸습니다. 그 이유를 추측해보면 추상적인 의미인 감성이 구체적으로 분화했고, 또 앞서 말씀드린 맥락과 비슷하게 인스타그램이 '내 감성'을 표현하는 장소가 점차 아니게 된 것이죠.
2년 언급된 키워드는 많습니다. 사진스타그램(17,23), 릴스타그램(22,23), 넬스타그램(14,15)(네일), 옷스타그램(14,15), 패스타그램(14,15)(패션), 슈스타그램(14,15)(슈즈), 신스타그램(14,15)(신발), 발스타그램(14,15), 육스타그램(14,15)(육아), 잡스타그램(14,15)(잡다하다)이죠.
2년 동안 있던 키워드는 14, 15년도에 있었던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해당 시기는 인스타그램이 유행하기 시작한 초창기입니다. 네일, 옷, 패션, 슈즈, 신발, 발로 미루어 짐작해보면 초창기에는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인스타그램이 유행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르게 살펴보아야할 요소는 '릴스타그램'입니다. 인스타그램의 숏폼 콘텐츠인 '릴스'가 2022년부터 상위권에 위치하는 것을 볼 때, 숏폼 콘텐츠가 얼마나 대세가 되었는지 알 수 있죠.
2년 키워드도 많았지만, 1년 키워드는 더 많습니다. 송스타그램(14)(노래), 눈스타그램(14), 술스타그램(14), 무비스타그램(14), 햄스타그램(14)(햄스터), 냠스타그램(14)(냠냠), 덕스타그램(14)(덕질), 식스타그램(14)(식물), 독서스타그램(23), 집사스타그램(20), 친구스타그램(16), 클럽스타그램(18), 글귀스타그램(20), 웃스타그램(23), 조카스타그램(16), 베이비스타그램(16)
확실히 14~16년도에 있는 키워드들이 많습니다. 어떻게 보면 2010년도 말부터 인스타그램이 성숙기에 접어들고 안정화 나쁘게 의미하면 고착화가 일어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식물은 키우는 식스타그램에 생각보다 이른 시기에 유행을 했다는 점이네요.
또한 코로나로 인해 위로가 필요한 시기에 유행한 글귀스타그램, 그리고 유머스타그램과 같은 의미로 유행하고 있는 웃스타그램이 눈에 띄네요.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나온 키워드 들을 유형별로 정리해보았습니다.
(1) 일상생활 관련 : 13개
일상스타그램(9개), 여행스타그램(9개), 맛스타그램(8개), 운스타그램(7개), 공스타그램(7개), 먹스타그램(7개), 헬스타그램(5개), 운동스타그램(4개), 공부스타그램(3개), 냠스타그램(1개), 덕스타그램(1개), 술스타그램(1개), 클럽스타그램(1개)
(2) 반려동물 관련 : 11개
개스타그램(10개), 멍스타그램(10개), 펫스타그램(9개), 독스타그램(9개), 견스타그램(8개), 냥스타그램(6개), 푸들스타그램(6개), 댕스타그램(5개) 햄스타그램(1개), 식스타그램(1개), 집사스타그램(1개)
(3) 미용 , 신체 관련 : 10개
셀스타그램(10개), 네일스타그램(10개), 얼스타그램(9개) 손스타그램(8개), 넬스타그램(2개), 옷스타그램(2개), 패스타그램(2개), 슈스타그램(2개), 신스타그램(2개), 발스타그램(2개)
(4) 육아 관련 : 8개
딸스타그램(10개), 육아스타그램(9개), 맘스타그램(9개), 아들스타그램(8개), 애스타그램(7개), 육스타그램(2개), 조카스타그램(1개), 베이비스타그램(1개)
(5) 텍스트 관련 : 6개
책스타그램(10개), 북스타그램(10개), 글스타그램(9개) 그림스타그램(8개) 독서스타그램(1개) 글귀스타그램(1개)
(6) 관계 관련 : 3개
럽스타그램(10개), 소통스타그램(8개),친구스타그램(1개)
(7) 기타 : 9개
감성스타그램(4개), 유머스타그램(3개), 사진스타그램(2개), 릴스타그램(2개), 잡스타그램(2개), 송스타그램(1개), 눈스타그램(1개), 무비스타그램(1개), 웃스타그램(1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