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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달 Apr 04. 2016

슈퍼걸

초보 슈퍼히어로의 좌충우돌 성장기

2015년, '애로우'와 '플래시'로 DC 코믹스 드라마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그렉 벌란티가 또다른 DC 히어로, '슈퍼걸'을 TV 시리즈로 만든다고 발표다. 당시에는 무모해 보이는 이 시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싶었. 게다가 The CW가 아니라 CBS에 편성된다는 것 때문에 혼란스러웠다. '뭐지? 연결된 세계가 아닌가? 드라마 유니버스에 포함되지 않는 건가?'


출처=CBS

기대했는데...

하지만 '슈퍼걸'이라는 드라마 자체는 기대가 됐다. 슈퍼맨의 사촌이고 슈퍼맨과 비슷한 능력을 가진 '여성'히어로가 주인공. 주인공에 최종 낙점된 멜리사 베노이스트(Melissa Benoist)도 그렇거니와 앨리 맥빌', '브라더스 앤 시스터스'의 칼리스타 플록하트(Calista Flockhart)와 '그레이 아나토미'의 샤일러 리(Chyler Leigh) 등 익숙한 얼굴도 등장한다고 하니까, '한 번 볼까?'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하지만, 방송 전에 인터넷에 유출된 '슈퍼걸'의 파일럿을 구해 보고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파일럿이 재미가 없었기 때문.


출처=CBS

좀 실망인데...?

'슈퍼걸' 속의 슈퍼걸은 제 눈에 너무나 어리고 미숙하게 보였다. 초능력+선한 마음씨. 슈퍼히어로 레시피에 최적화된 인물의 기원이 엉성한 느낌이랄. '카라 댄버스'가 '슈퍼걸'이 되는 과정은 '애로우'나 '플래시'와는 달랐는데, '힘의 자각'이 주된 스토리가 아니라서 그런 것 같다. 카라는 자신이 능력이 있음을 알고 있지만 그 힘을 드러내지 않으며 살아왔다. 하지만 사촌인 슈퍼맨의 활약을 부러워하고, 사촌처럼 슈퍼"히어로"로 살고 싶어했다. 정말 숭고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때묻은 감성으로는 '쟤 참 순진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내가 너무 많은 걸 바란 것인지도. 그렉 벌란티가 플래시 파일럿만큼 재미있게 쓰길 기대했는데, 그에 못 미치는 파일럿이 나왔으니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칼리스타 플록하트나 샤일러 리처럼 주연급 배우들이 왜 이 드라마를 택한 건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출처=CBS

이야기는 지금부터다

하지만 슈퍼걸이 흥미로운 건 자신의 힘을 세상에 드러내 보이고 '슈퍼걸'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찾은 이후의 이야기. 마음은 어느 슈퍼히어로 못지 않게 정의감이 넘치지만 몸이 따라오지 못하는 카라의 '영웅 행위'는, 카라의 언니 알렉스와 그녀의 상관 행크 헌쇼의 트레이닝 덕분에 다듬어다. 능력있는 연구원인 줄 알았던 알렉스는 사실 외계인 대응 정부기관 DEA의 엘리트 요원이었다다. 카라를 가장 가까이에서 보호해 온 그녀는 카라가 진정한 정체성을 찾고 발현하는 과정에서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 다. 물론, 어떤 사건을 계기로 지금은 카라와의 사이에 긴장감이 돌고 있지. 행크 헌쇼 또한 카라와 함께 내셔널 시티의 위기를 타개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진짜 정체를 드러내고, 그 이후에는 카라에게 엄격한 스승이 된다.


출처=CBS

사랑하는 가족, 멋진 멘토, 좋은 친구들

카라는 자신의 상사인 캣 그랜트와도 독특한 관계를 형성한다. 캣 그랜트는 슈퍼걸이 처음 등장했을 때 그녀에게 '슈퍼걸'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슈퍼걸의 활약을 끊임없이 기사화하며 그녀를 스타로 만들어다. 카라는 슈퍼걸을 이용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슈퍼걸의 명성에 흠집이 날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슈퍼걸을 변호해 주고, 슈퍼걸이 힘들어할 때 그녀만의 방식으로 위로해주기도 한다. 거만하고 자기만 아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CEO 자리에 오르기 전 겪은 수많은 경험들과 그를 통해 얻은 통찰력과 열정 때문에 캣 그랜트는 카라와 슈퍼걸의 멘토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처음엔 비호감처럼 보여도 조금만 더 두고보면, 이 드라마에서 가장 멋진 캐릭터가 캣 그랜트임을 알게 될 것이다.


출처=CBS

이제 남은 건...

하지만 회사에서 일할 때도, 마음에 드는 남자와 백만년 만에 데이트할 때도, "Help!"라는 외침에는 바로 뛰어나가 사람들을 구해야 하는 카라. 이 세컨드 잡은 때로 강철체력인 카라도 힘들고 지치게 만든다다. 그래도 그녀가 지금까지 본업과 부업의 밸런스를 나름대로 잘 유지해오고 있. 아마도 그건 친구들 덕분이 아닐까 싶다. 카라의 회사 내 베프인 컴퓨터 천재 윈, 그리고 슈퍼맨의 부탁으로 그녀의 곁에 있어주는 제임스. 이들 덕분에 카라는 위기가 왔을 때 도움과 위로를 받다. 이제 어느 정도 진정이 됐으니, 이제 카라가 연애하는 것만 남은 것 같은데... 오랫동안 썸만 타왔던 제임스와의 관계가 조만간 어떤 식으로든 중간 정리가 될 것 같. 슈퍼맨에게 로이스가 있듯이, 제임스는 슈퍼걸에게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있을?


출처=CBS

Let's Try!

초보 히어로의 좌충우돌 성장기. 일과 삶과 사랑의 균형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성장해 가는 젊은 여성의 이야기. 상큼이 멜리사 베노이스트를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드라마. 처음엔 '뭐야' 하면서 시작했다가 어느순간 그녀의 성장을 응원하기 위해 다음편이 나오길 기다리는 드라마. 슈퍼걸 한 번 시도해 보세요~


슈퍼걸은 현재 1시즌 방영중이며, 현지시각 4월 18일 1시즌 마지막 에피소드가 방송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4월 5일부터 OCN에서 방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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