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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Jun 24. 2024

시시콜콜

1.     자퇴하는 아이


오늘, 그동안 자퇴 의사를 밝힌 우리 반 아이가 드디어 자퇴를 했다. 7교시에 반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고 그 아이는 이제 당분간 볼 일이 없어진 것이다. 아이들은 그래도 뭐가 즐거운지 지들끼리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웃으며 헤어지는 모습을 물끄러미 보며 달라진 세상을 느낀다.


사실 나는 그 아이의 자퇴 이유가 아직도 정확하게 납득이 되지 않지만 본인의 마음이 이미 학교를 떠나버렸기 때문에 차라리 그 아이 선택에 맡기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내 마음은 편하지 못하다. 아니 강제로라도 그 아이를 다그쳐서 학교에 두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그 시절이 아닌 것을……


지난 시절 나는 아주 엄하게 혹은 혹독하게 그런 일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또 그렇게 했다. 그 와중에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지금도 늘 미안하게 생각한다. 그 위협과 정신적 폭력에 대해 깊이 사죄한다. 하지만 오늘 나는 자퇴하는 그 아이에게 그런 유혹을 강하게 느꼈다.


2.     진영논리


가끔, 아주 가끔 나와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을 발견하고 흠칫 놀란다. 늘 나와 비슷할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어리석음을 한 순간에 박살 내기 때문이다. 동일한 사물을 다르게 보는 것! 그것이 사람이라는 것을 늘 잊고 산다. 


그것이 역사든 민족이든 이념이든 다를 것이 없다. 다르게 보고 느끼고 그렇게 강화된다. 그래서 마침내 달나라만큼 멀어진다. 하지만 그게 뭐! 어쩌라고……. 


인간의 언어와 인간의 논리라는 것이 이렇게 허술하다. 다르게 보는 순간 다르게 보인다. 달라서 다른 것이 아니라 다르게 보기 때문에 달라진다. 오죽했으면 ‘버클리’는 사물을 Esse est percipi(= It is perceived to be)라고 했을까!


그러나 여전히 나는 나의 방식대로 세상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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