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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Jul 04. 2024

독백(미오기 傳 독후감)

독백(미오기 傳 독후감)


열등감에서 비롯되었을 저항감이 충만한 나는, 페북에서 전설이 된 그녀의 책을 일부러 읽지 않았다. 여러 종류의 찬사와 심지어 찬양에 가까운 독후감을 읽으며 왠지 모를 비판의식이 나를 지배했다. 그렇게 여러 주가 지나갔다. 그런데 진주문고와 여태훈 대표가 나의 길을 틀어버렸다. 


직접 마주한 그녀는 거대한 바위처럼 나를 압도했다. 하지만 마지막 저항으로 애써 태연한 척했다. 책에 서명을 받지 않는 것으로 나의 저항은 끝이 나고 말았다.


나도 사연이 참 많다. 누구보다 더 질곡이 심한 삶을 살았다고 자부하며 그 연료로 오늘을 버티고 있다. 그녀처럼 나는 과거를 소환하여 화해하지도 못했고 늘 과거에 후달리며 매일을 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 과거는 아주 직접적으로 나에게 지금도 여전히 진행형이기도 하다. 


그런 내가 그날 사가지고 온 책을 그다음 날 슬며시 꺼내 들고 한 참을 고민했다. 펼까? 말까? 하마터면 그날 책을 읽을 뻔했다. 그리고 다음 날, 즉 오늘, 그만 책을 펴서 읽고 말았다. 퇴근하고 집에 와서 방금 다 읽어 버렸다. 제길! 완전히 다 읽어버렸다.


그녀의 말투는 마치 처음 경험해 보는 동전 야구장의 야구공처럼 내가 배트를 내밀 수도 없게 만들었다. 커브와 직구가 번갈아 들어왔고 이따금씩 느린 공도 왔지만 나는 배트를 낼 생각도 못하고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런 제길 … 책을 잠시 덮고 다시 펴면 이제는 에버랜드 놀이기구 팡팡체어처럼 나를 올렸다 내렸다 정신을 못 차리게 하고 T-EXPRESS처럼 실실 올라가다가 완전히 내리꽂아 휘돌고 다시 내리꽂고……


야반도주… 좌익이었던 우리 아버지 덕분으로 저녁 먹다가 모든 것을 그대로 두고 야반도주했는데 동네 뒤를 돌아가다가 우리 친구를 만났지만 길가에 숨었음. 그 기억이 나면 지금도 울고 싶음. 이 정도 기억이 있는 나에게 그녀는 그녀의 기억으로 나를 아주 지속적으로 들었다 놓았다 꽂았다 했음.


지금 마음이 너덜너덜 만신창이가 되었음. 


#김미옥  #미오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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