䀠眗(구구) 두리번두리번
一晝索文題 (일주색문제) 하루 종일 글감을 찾아도,
不握況不視 (불악황불시) 잡히지 않을뿐더러 보이지도 않네.
去年到涬境 (거년도행경) 세월 가면 경지에 이를 줄,
失笑忘進期*(실소망진기) 실 없이 웃다가 때를 놓치네.
2024년 11월 29일 아침. 11월의 끄트머리쯤. 열한 달이 지난 2024년을 생각하니 딱 이 말이 어울린다. ‘두리번두리번!’ 나는 무엇을 찾아 지난 열한 달 동안을 두리번거리며 지냈는지……
주역 51번째 괘는 중뢰진괘重雷震卦로써 진하진상震下震上이고 그 효사를 이러하다.
“중뢰진괘는 진괘가 중첩되어 있다. 진괘는 나아가는 것(進)이고 요란한 소리를 동반하는 우레인데 이것이 거듭되어 있으니 경천동지驚天動地의 상이다. 힘차게 일을 진행시키는 모습과도 같다. 하지만 우레는 소리는 있되 실체가 없기에 경거망동輕擧妄動의 상이기도 하다.”
경거망동을 우리 식으로 의역한다면 아마도 두리번거림에 가까울 것이다. 두리번거리지 말고 나아가기 쉽지 않은 세월이다. 곳곳에 난관이 있다.
* 왕유의 종남별업終南別業에서 차운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