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체온에 육박하는 더위를 견디며 이것이 진정 여름 다움이라고 생각하려 한다. 지난 7월은 사실 덥지 않았다. 더워도 습기가 없어 견딜 만했다. 하지만 그런 날씨는 농작물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달고 맛있는 과일을 만들지 못하고 단단하고 여문 곡식을 만들지 못한다. 조금 우습지만 내가 걱정할 일은 전혀 아닌데 그런 날씨를 조금 걱정한 바 있다.
다행히 8월은 늘 그래 왔던 것처럼 연일 고온과 습기가 위세를 부린다. 스스로 “여름이 이래야 한다”라고 되뇌며 이 날들을 견딘다.
한 낮 더위와 함께 하면서 齊物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나와 이 더위가 결국 다르지 않다는 생각에 이르니 더위를 조금 참을 수 있게 된다. 결국 덥다는 것은 스스로의 결정에 의한 의식 작용인 셈인가? 잠깐 이런 생각을 한 뒤 해거름에 아파트 앞 작은 텃밭에 가서 고추를 따고 가지를 땄더니 제법 쓸 만했던 위의 생각은 어디로 가고 땀과 더위가 나를 지배한다.
여름에 어울리는 음악은 단연 현을 튕기는 기타 음악이다.
지미 헨드릭스나 윙 위 맘스틴 같은 걸출한 기타리스트의 음반을 들어보면 음악의 범주란 한정시킬 수 없다는 생각에 이른다. 한편 클래식 기타 음악이 독주 악기로 대접받게 된 결정적 역할을 한 사람은 아마도 스페인 출신의 세고비아일 것이다. 그는 당시 비우 엘라 음악을 기타로 편곡하여 많은 연주 작품을 남겼다. 그의 작품 중 “Recuerdos De La Alhambra”는 우리가 가장 즐겨 듣는 그의 음악으로 기타 연주곡의 백미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 놀라운 트레몰로 기법의 연주는 말할 필요가 없고 그 서사적 풍경의 묘사는 여름밤의 무더위를 있게 할 멋진 음악이다. Alex Fox의 기타 음악도 빼놓을 수 없다. 그의 음반 “The eyes of Elvira”의 음악은 정말 대단하다. 그 물 흐르듯이 쏟아지는 연주 사이사이에 중간중간 현을 뜯는 연주 또한 듣는 사람의 마음을 후비고 들어온다.
음악을 들으며 여름밤을 견딘다.
http://www.youtube.com/watch?v=M5SD8U38l9E
그림은 Christoffer Wilhelm Eckersberg의 범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