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수업을 하기로 한 지 세 달이 넘었다. 그 망할 놈의 코로나가 앞을 가로막는 바람에 한 달을 날려 먹고 4월부터 수업을 시작했지만 아이들과 온라인으로 철학 수업을 해보니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아직은 정해진 교재도 없으니 약간의 혼선이 있었고 대화와 토론, 마주 보기를 전제로 해야 하는데 철학적 생각을 해 보기 어려운 환경에 있는 중학교 아이들에게 온라인 철학 수업은 참으로 머쓱한 결과만 가져다주었다.
이러다가 철학이라는 말만 들어도 괜히 골치 아픈 것이라고 생각할까 두려워 몇 번 온라인을 시도하다가 오프라인으로 개학할 때까지 잠정적으로 쉬는 방향을 선택해야만 했다. 드디어 등교 개학을 하고 6월 첫 주 월요일이 왔지만 연수가 발목을 잡았다. 저들의 목에 걸어 줄 네임 텍도 다 만들었건만.
뭐든 쉬운 일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아이들 각자에게 철학자의 이름을 붙여줄 예정인데 단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외국사람의 이름이 매우 어색할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자신의 목에 건 인물에 대해 한 번쯤은 의심을 가지리라는 희미한 기대를 걸며 근세 이후의 철학자 중심으로 이름을 선정했다. 선정 기준은 가능한 아이들에게 덜 친숙한 사람, 그러나 제법 유명한 사람의 이질적 성질의 교집합을 찾기가 쉽지는 않았다. 자주 듣는 이름은 식상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호기심이 없을 것이고, 덜 유명한 사람은 아이들이 자료를 찾기 어려울 것 같아 참으로 많은 고심 끝에 이름을 골라 네임 텍을 만들었다.
선정된 인물들의 철학은 몹시 난해하거나 아이들이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사실 준비해 놓은 철학수업의 내용은 선정된 철학자들의 철학적 논리와는 아직 너무 멀다. 하지만 나의 목적은 철학이라는 단어를 학교교육과정 속에 심는 것이었다. 누가 무슨 내용으로 수업을 하든 철학이라는 과목을 중학교 교육과정에 편입시키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시작점은 항상 혼선이 있기 마련이다.
6월 8일 날 1교시에는 드디어 이 네임 텍을 아이들이 고를 것이다. 목에 네임 텍을 걸고 아이들은 철학적 분위기를 처음으로 마주하게 될 것인데 몹시 당황할 수도 있고 심드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대면 첫 수업의 내용은
“완벽하게 외부의 에너지에 의존하여 살고 있는 나는 과연 누구인가?”가 주제이다. 45분 수업 총 3시간 분량으로 수업을 구성하였다.
담 주 월요일 아침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