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철학 교육을 위한 제언

by 김준식

중학교 철학 교육을 위한 제언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진 괴담 중에 ‘중2병’이라는 것이 있다. 사춘기의 정점에 있는 중학교 2 학년의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대변하는 말이다. 약 10년 전부터 퍼진 이 말은 현재 우리나라의 중학생의 사회적 위치와 사회를 향한 그들의 태도를 잘 나타내고 있는 말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중학생들이 가진 생각과 태도는 우리 사회의 反影이 분명한데 기성세대들은 그것을 ‘병’이라고 부른다. 치환해보면 우리 사회의 일부분이 병들었음을 그대로 인정하는 셈이 된다. ‘병’이라고 부르는 것은 ‘아프다’라는 의미다. 치료가 필요하고 더불어 치료와 예방까지 동시에 해야 한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이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몸과 마음이 성장하면서 사회의 태도와 가치를 습득해 나가는 세대인 중학생들이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아프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토양이 건강하지 못하다는 반증이며 무엇인가 특별한 대책이 아주 신속하게 내려져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야 가족도 사회도 국가도 건강해진다. 병이 든 아이들은 병이 나아도 그 병의 흔적을 가지고 산다. 그 흔적은 때때로 삶의 방향을 혼란스럽게 하기도 하고 가끔은 방향을 잃어버리게 할 만큼 후유증이 있다.


중학생들의 정신적 건강이 위험해져서 ‘병’으로 불리기까지 우리 사회는 그들에게 거의 아무런 대책도 세워주지 못했다. 그저 “공부 열심히 하고, 부모님 말씀 잘 듣고, 어른들 시키는 대로 하고, 바르게 성실 해라” 는 말만 되풀이했다. 하지만 지금은 21세기다. 엄청난 관계와 속도가 아이들의 삶에 영향을 준다. ‘자아’가 아직 성장하지 못한 초등학생 시절에는 위의 말이 어느 정도 수용될지 몰라도 ‘자아’가 성장하는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생이 되면 위에 있는 어른들의 말이 대단히 공허해진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 말들의 배경과 모순, 그리고 시대적 낙후성을 바로 알아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아이들에게 여전히 가족(부모)과 학교와 사회는 위의 말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그 말에 질려버린 아이들은 이 지독한 속도와 관계의 사회에 살아남기 위해 나름의 자구책을 강구한 것이 '중2병'이라는 저항 혹은 반항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탈 근대화의 첨병은 사실 우리 아이들이다. 가장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우리 아이들에게 지금 우리가 가진 근대적 사고는 거의 무용지물이다. 이들은 일단 기성세대가 가지지 못한 엄청난 정보망을 장악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소통능력이나 관계 인식능력은 기성세대와 비교해보면 기성세대는 거의 원시인 수준이다. 이런 아이들이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중학생들이다.


이들을 조련하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지극히 권위적이며 근대적 사고방식이다. 이들은 조련 대상이 아니다. 이들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여유와 정신적 공간을 그저 제공해야만 한다. 투입과 산출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단지 제공하고 기다려주어야 한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철학교육이다. 자신을 향해 여행하게 만들고 그 여행의 출구를 스스로 찾아낼 수 있도록 기다림의 장을 열어주는 것이 바로 철학교육이다.


즉, 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그 생각의 결과에 따라 행동하고 태도를 결정하게 할 사유의 장을 철학이라는 도구로 제공하여야 한다. 어쩌면 이들은 이러한 촉매제 혹은 윤활제를 간절히 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우리 앞 세대에게 배운,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알려주는 시대는 이미 근대적이다. 지금은 삶의 방식을 스스로 탐구하게 하는 장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거기서 그들 나름대로 삶을 결정하고 그 결정을 수행할 자유가 그들에게는 있다. 그 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 아직은 분명하지는 않지만 아마도 철학 교육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2020년에는 내가 있는 지수중학교에서 이 철학 교육을 시작해보려 한다. 내가 직접 교재를 만들고 직접 수업하면서 아이들의 변화를 1년 동안 지켜볼 생각이다. 아무런 효과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투입과 산출의 공식으로 접근할 문제는 분명 아니다. 어쩌면 중학교를 졸업하고, 또 어쩌면 20대가 되어서 철학적 사유와 만날지도 모른다. 아니면 아주 오래 시간이 흐른 뒤일 수도 있다. 농부는 씨앗을 뿌리고 발아의 조건을 제공한다. 하지만 결국 발아와 성장의 결정적 요인은 씨앗 스스로 껍질을 깨고 발아해야만 한다. 교사인 나는 철학의 씨앗을 뿌리고 그 씨앗은 각자에게로 가서 언젠가 조건이 맞으면 분명 싹을 틔울 것이라 믿는다.


1년 동안 진행할 철학적 사유의 내용이다.


지수 중학교 철학 교재 목차


1. ‘나’ 를 찾아서

A. ‘나’는 누구일까?

B. 눈에 보이는 것이 다일까?

C. 세상은 변하지 않을까?

D. 우리는 왜 살고 있을까?

E. ‘나’ 라고 알 수 있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2. 존재에 대하여

A. 존재란 뭘까?

B. 신은 과연 있을까?

C. 지식은 어디로부터 왔을까?

D. 선과 악은 어떻게 구별될까?

E. 욕망은 어떻게 생겨날까?

F. 내가 살고 있는 사회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3. 자유, 이성, 권력, 사회, 국가

A. 자유는 무엇일까?

B. 이성이란 무엇일까?

C. 권력은 뭐지?


4. 새로운 문제

A. 다른 삶이란?

B. 육체, 그리고 정신의 관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