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 일이 가져다 준 관점의 변화
드디어 이 날이 오고야 말았다. 이 매거진의 에필로그를 작성하는 시간. 어떻게 끝을 맺어야 할까 생각하다가 그간 써온 17편의 글을 훑어봤다. 1년 전 겨울, 프로젝트 매니저라는 직함을 가지고 현재 회사에 입사할 때 했던 생각들과 고민들. 한 편의 글을 발행하기까지 쓰고 지우기를 반복했던 지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인턴을 제외하고 정규직으로 입사한 첫 회사에서 3년 간 실감콘텐츠 기획과 스마트 전시라는 신사업 개발을 담당했다. 누군가의 문제 또는 누군가 필요로 하는 것에 회사만의 차별점을 더해 제안하는 일이 즐거웠고, 3년간 약 20개 정도의 제안서를 썼다. 2년차 하반기부터는 제안서를 디렉팅하는 역할을 주로 했으니 한 달에 한 개 이상 쓴 셈이다. 2년차에 신사업 아이템을 구상하고, 투자자들을 만나고, 실제 오프라인에 스마트 전시라는 플랫폼을 만들며 사업 개발과 창업 방법론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지난 1년간 사회혁신 창업가를 육성하는 액셀러레이터로 일하며 많은 부분에서 개인적 성장이 있었다고 느낀다. 이전 회사에서도 엄연히 말하자면 프로젝트 매니징을 했지만, 담당하는 부분이 프로젝트의 A-J까지 인 것과 A-Z인 것은 확연히 달랐다. 프로젝트 매니저로서 지난 시간 동안 배웠던 것들, 성장한 것들이 정말 많지만 가장 큰 변화는 이것이다.
옳음과 친절함 중
친절함을 선택하게 되었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1년 전까지 나는 내 세상 안에 머물기를 원하는 사람이었다. 다르게 말하면 원하는 바가 확실해서 주관이 참 강했다. 제안서는 보통 짧게는 3일, 길게는 10일 정도 주어졌기에 모든 것이 짜여진 계획대로 진행되어야 했으니,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강하게 주장하고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 나를 더욱 그렇게 만들기도 했다. 팀 리더였지만 팀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알지 못했고, 공과 사는 뚜렷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나머지 속마음을 터놓을 동료 한 명 없이 외로운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이직 후 프로젝트의 기획부터 종료까지 프로세스를 겪고, 개인적으로 코세라에서 구글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코스도 공부하며 나는 굳게 닫혀있던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어가기 시작했다. 내 안에 머물러 있게 된다면, 프로젝트 진행이 오리무중 될 게 뻔했기 때문에 자의 반 타의 반 변화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팀원들을 비롯한 많은 이해관계자들과 연결되었고, 팀이라는 개념에 대해 새롭게 인지하게 되었다. 그리고 1년이 되던 무렵, 옳음과 친절함 중에 친절함을 기꺼이 선택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렇다고 항상 그쪽을 선택할 수는 없지만..) 사람이라는 존재를 이해하려 노력하면서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도 관계에 균열이 가지않게 전달하는 것을 선택했다.
하루 하루 새로운 나를 발견했고, 결과적으로는 변화되는 내 모습이 좋았다.(가끔은 매우 낯설지만, 고여있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이제 나는 또 다른 목표를 향해 갈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서의 경험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혹시나 프로젝트 매니저라는 직무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당신 스스로에게 큰 도전이자 변화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더 나아가 주변 사람들에게도, 이 사회에도 좋은 영향력을 주는 멋진 역할을 기꺼이 선택하고 즐겁게 해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