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를 하고 싶은 이유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헤어진 이야기를 써보려 한다. 이제 막 8년간의 연애를 마친 나의 육개월 후, 일년 후의 모습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좋은 일이 생겨도, 나쁜 일이 생겨도 헤어진 연인이 생각난다. 내 뇌의 회로는 이미 그렇게 굳어져 있다. (어떻게 둘 중 하나도 아니고 좋은 일이 생겨도 나쁜 일이 생겨도 생각난단 말인가? 둘 중에 한 가지 경우라도 생각이 안 나야 하는 거 아닌가?)
계속 옛 연인이 생각나는건 미련 때문도 다시 만나고 싶어서도 아니다. 예전에 사람들이 “합의해서 헤어졌어” 혹은 “좋게 끝났어”라고 말하면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어떻게 이별이 좋게 끝날 수 있단 말인가? 몇번의 이별 위기를 겪으며 그때마다 나는 일상생활을 할 수 없었다. 이별 위기 마저 그런데 진짜 이별을 하면 세상이 무너지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사람들의 말을 조금은 이해할 것 같기도 하다. 호상이 있듯, 호이별이라는 것도 있더라. 더 이상 어찌해볼 도리가 없을 때, 둘다 위기를 잘 넘겨보려 노력한 걸 서로가 알기에 아무도 마지막엔 서로 안고 울면서 끝냈다. 애써 붙잡지도 않았다. 한번 더 노력해보자는 이야기도 안나왔다. 이처럼 아무도 노력한 것도 아니고 한쪽만 노력한 것도 아니고 둘다 노력을 했을 때, 그래도 어찌할 도리가 없을 때 호이별이라고 할수 있지 않을까? 둘다 노력을 동시에 하는 것 자체도 엄청난 운이 필요하기에. (대개는 한쪽이 사랑이 식고 한쪽만 노력해서 끝나니까)
‘호이별’이니 내 일상은 괜찮게 굴러갈 줄 알았다. 8년이란 세월을 무시못하나보다. 미련은 아니지만 잊혀지진 않는다. 보고싶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나의 한 조각이었으니까…..
8년간 만난 이를 잊을 수 있을까? 잘 해낼 수 있을까? 결말은 예상가지만 도저히 그 과정은 예상가지 않는다. 8년간 만나온 연인을 잊는 과정을 기록하면 누군가의 이별에 조금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은 이렇지만 서서히 잊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래 이렇게 잊혀지는구나”하며 견딜 수 있지 않을까. 그러길 바라며 연재를 시작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