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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월달 May 12. 2022

나의 고양이 선생님

노자 선생을 모시며 느낀점 

저번에도 고양이 이야기를 했지만 다시 한 번 고양이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내가 키우는 고양이 노자에 대해서. 고양이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일까. 도도함? 사냥놀이 할 때 커지는 눈동자? 늘 자기관리에 열심인 부지런함? 이것도 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고양이의 가장 큰 매력은 ‘돈’을 모른다는 것이다. 


엄마. 아빠. 나. 노자. 이렇게 우리는 함께 지낸다. 사람도 그렇듯 노자도 어떤 가족 구성원은 편애하고, 어떤 가족 구성원에겐 거리를 둔다. 편애를 받는건 나이고, 거리를 두는 구성원은 다름 아닌 아빠다. 사실 나는 편애를 받을 수밖에 없다. 노자가 외로울까봐 노자 맞춤형으로 (내가 거의 한마리의 고양이가 됐다고 생각하고) 같이 술래잡기도 하고, 사냥놀이도 해준다. 그리고 틈만나면 빚으로 노자의 털을 빗어주고, 안아주고 쓰다듬어준다. 하지만 아빠는 아니다. 아빠는 나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방식대로 일방적으로 노자를 대한다. 이상한 방식으로 노자를 안기도 하고. 무엇보다 노자가 좋아하는 사냥놀이를 같이 해주지 않는다. 이건 글의 방향과는 조금은 다른 이야기인데, 그런 아빠를 보고 있노라면 어린 나를 아빠가 어떻게 대하였고, 내가 왜 아빠에게 거리를 두는지도 잘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팩트는 아빠는 우리집의 경제적 지주라는 점.  그 말은 고로 노자의 밥값, 노자의 병원 값, 노자의 캣타워 그리고 노자가 똥과 오줌을 싸는 모래까지도 아빠의 지갑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나는 우리집의 경제권이 아빠에게 있다는 것을 어릴때부터 잘 알고 있었다. 아빠랑 태생적으로 별로 친하진 않지만 그래도 아빠의 심기를 건들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래야 가끔 아빠가 지갑에서 돈을 꺼내 용돈을 쥐어주곤 했으니까. 그런데 노자는 아빠가 돈을 벌든, 그 돈으로 자신이 먹고살든 그 어떤 것도 상관없어 보인다. 꾸준히 아빠를 싫어한다. 그것도 그런게 동물인 노자에겐 돈의 개념 자체가 없고, 경제적 권력(?)에 상관없이 단순하게 사람을 대한다. 자신에게 잘해주는 사람은 좋아하고, 못해주는 사람은 싫어한다. 가끔은 아빠의 품 안에서 눈치도 없이 매번 발버둥치는 노자를 보고 있으면 내가 괜히 안절부절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경제권에 상관없이 사람을 편견없이 대하는 그를 보면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아빠도 아빠이지만 노자는 물건을 대할 때도 돈을 개의치 않는다. 인스타에서 유명하다는 고양이용품 사이트에서 거금을 주고 빵 모양의 방석을 산적 있다. 노자가 좋아해주기만 하면 돈은 전혀 아깝지 않을 것이다. 그런게 집사의 마음이다. 기대감을 가지고 비닐봉지를 뜯었다. 하지만 노자는 쿠션에 관심은 전혀 보이지 않고, 쿠션을 싸고 있던 비닐에 더 관심을 보였다. 비싼 낚시 장난감을 사다줬을때도 별 반응이 없었다. 그는 오히려 내가 쓰고 있던 볼펜이 더 좋다는듯이 볼펜을 앞발로 탁탁 쳤다. 비싼 숨숨집을 사줘도 그렇다. 그는 다용도실에 있는 택배상자를 더 좋아한다. 속세에 찌든 나와 달리 그는 가격이 비싸다고 물건에 더 관심을 주거나 하지 않는다. 가격은 노자에게 전혀 상관 없는 요소다. 그냥 자기가 느끼기에 재밌고 편안하다면 그 대상이 쓰레기여도 상관이 없다. 


그런 노자를 보면서 집사로서 답답할때도 많다. 노자가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아 버린 장난감을 생각하면 아깝기도 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노자의 시선이 부럽다. 돈이라는 개념이 창출해내는 권력구조와 욕망 따위는 전혀 상관하지 않고 오로지 본인의 감각에만 의존해 세상을 판단하는 그의 순수한 시선이. 나는 가지고 싶어도 더 이상은 가지지 못할 시선이다. 나는 별 생각이 없다가도 비싼 가격택을 보면 괜히 그 물건이 이뻐보이고 가지고 싶어할때도 많으니까.  넷플릭스 <나의 문어 선생님>을 인상깊게 봤었다. 문어뿐만 아니라 고양이를 통해서도 내가 배울것이 참 많다 싶다. 나의 고양이 선생님. 나의 노자 선생님. 앞으로도 이 미천한 닝겐의 무지를 깨닫게 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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