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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sh Jun 13. 2018

찢어진 그물

독후감상문

그래, 그땐 왜 그리도 그물이 쉽게 찢겨지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좀 좋은 그물 갖다쓰지라며 속으로 학교를 욕했다. 생각해보면 그땐 농구가 열풍이었던 시절이 맞다. 너도나도 10분 쉬는시간에도 농구공을 갖고 나와 슛을 쏘아대기 일쑤였고 새 그물이 달린 날엔 촤르륵 소리를 들어보겠다고 더욱 난리였다. 수많은 열정들이 공을 쏘아대는데 그물은 남아날리 없었고 그물은 언제나 찢어진채 데롱데롱 매달려 있었다. 농구공 하나만 있어도, 혹은 친구 한 명만 있어도 열정을 땀으로 불사를 수 있었던 날들이었다.

내 과거를 돌아보면 찢어진 그물이 상징하는 또 다른 기억들을 찾을 수 있다. 날씨 좋은 날 카페에 앉아 책이라도 볼라 치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온갖 기억들이 떠오르곤 한다. 초딩시절 기웃대던 동네 미술학원, 수도 없이 모아댔던 채색용 컬러펜들, 가정 수업시간에 꼼꼼히 꿰매 만들던 헝겊 연필통, 고딩시절 수많은 농구공에 부딪혀 부서졌다 순간접착제로 붙였다를  반복했던 누더기 안경, 대딩시절 혼자보낸 수많은 밤을 달래주었던 메모장에 쓴 글들..


이제는 조금 찬찬히, 차분히 돌아보며 타자의 욕망으로 부터 벗어나 발견하고 현재화하는 때를 준비하고 언젠가는 살아보는 것도 즐겁고 멋진 일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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