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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호 Nov 02. 2021

부동산, 어쩌다 이모양이 되었을까?(1)

진보정권이 계속해서 맞닥뜨린 '집값 상승'의 과제

서울 수도권 주택 가격이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내집마련이 꿈인 평범한 국민들, 또 내집마련까지 가지 않더라도 그냥 전셋집에서 월세 걱정이라도 덜며 살고 싶은 청년층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를 듯 합니다. 다가올 대통령 선거의 주요 쟁점도 역시나 부동산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조금 차분히 생각할 것이 있습니다. 과연 부동산 정책이 어디서부터 얼마만큼 잘못됐길래 현 상황까지 왔는지 말입니다. 그걸 직시해야만, 어렵더라도 부동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그걸 명확히 해야만 후보들이 저마다 내놓는 부동산 공약의 실효성을 판단해볼 수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문재인 정부가 맞닥뜨린 부동산 문제가 누가 와도 풀기 힘들었던 ‘고차방정식’이었던건 맞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문재인 정부가 대체불가능할 만큼 유능하게 대처했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열심히 노력을 했지만, 오판과 착각으로 여러 정책적 실패를 만들어냈고 그게 누적되어 결국 국민들의 불만이 폭발하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단순히 ‘정부가 못해서 이모양이 되었다’고 선언하긴 쉽습니다.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서는 건전하고 뼈아픈 비판을 하기 힘듭니다. 대안을 같이 모색하기도 힘듭니다. 문재인 정부가 과연 어떤 점에서 실책을 했으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지만 부동산가격은 특히 그러합니다. 천천히 우상향해서 안정적으로 가격이 오르지 않습니다. 특정 시기에 급격하게 오르고 또 정체하다가 오르기를 반복합니다. 그걸 거시적 관점에서 보면 천천히 안정적으로 오른다고 볼 수도 있지만 당장 하루, 일주, 한달을 살아내는 우리에게는 그런 거시적 시야를 가질 여유가 없지요.     


최근 20년을 돌이켜보면 한국 부동산 가격은 공교롭게도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 시기에 크게 올랐습니다. 두 정권 사이에 10년 간의 공백이 있으니 10년 주기설이라고 불러도 되겠네요.      


부동산 가격 상승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그 중 대외적인 여건이나 거시적인 상황이 작용하는 힘도 큽니다. 그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노무현정부입니다. 미국 부동산을 중심으로 전세계의 투자자금이 부동산으로 쏠렸습니다. 2008년에 '서브프라임 모기지'라고 요약되는 금융위기가 터진 것도 바로 이 부동산에 과도하게 쏠린 투자금 때문이었죠. 부동산은 불패한다는 확신이 전세계적으로 공유되었고 사람들은 미친듯이 자금을 쏟아부었습니다. 투자금은 윤리의 마지노선을 넘어서까지도 흘러갔습니다. 신용이 불안한 사람에게 집값의 100%가 넘는 돈을 빌려줬습니다. 어차피 집값은 오른다는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천문학적인 자금이 ‘건전한 투자’라는 이름으로 둔갑했고 그대로 미국 부동산에 쏟아졌습니다. 연료는 영원히 주입될 것만 같았습니다. 이 무한동력을 가지고, 미국 부동산은 지칠 줄 모르고 상승했습니다.      


상승세는 미국에만 국한된 일도 아니었습니다. 부동산 붐은 미국을 넘어 전세계로 이어졌습니다. 당시에는 '그 어느 나라도' 상승 국면을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노무현 정부는 곤혹을 치러야 했습니다. 지금과 비슷한 분위기의 질책이 국민들로부터 쏟아졌습니다. 노무현 정부는 각종 정책을 도입했습니다. ‘종부세’ 논란이 있었던 것도 이 시기였죠. 하지만 노력이 무색할 정도로 부동산 가격은 쉽게 잡히지 않았습니다. 정부의 정책으로 끄기엔 불이 너무 활활 타올랐죠. ‘투기 위험 지구’로 지정하면 그게 일종의 상승 신호처럼 더 오르기도 했던 게 그 때의 부동산 시장이었습니다.      


물론 노력이 ‘전혀 소용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글로벌 흐름과 비교해보면 비교적 한국 부동산의 상승률은 양호했습니다. 다른 나라는 두배, 세배까지 오르기도 했으니까요.      


영화 <빅쇼트>를 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무한동력인줄 알았던 그 가격 상승은 알고보니 버블이었습니다. 비우량 채무자들로부터 채무불이행이 시작됩니다. 이들에게 투자했던 전세계 투자자들과 금융권들이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월가는 마비됩니다.  네 바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입니다.      



불이 꺼지면, 비로소 참혹하게 널브러진 잔해들이 보이죠. 부동산 시장은 처참히 박살납니다. 급격히 냉각되기 시작합니다. 그 즈음, 한국은 정권이 바뀝니다.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와는 전혀 다른 임무를 맡았습니다. 그는 이제 부동산 가격이 너무 떨어지지 않게 잡아두어야 했습니다.      


누군가는 왜 부동산 가격 떨어지게 놔두지 않느냐. 가진자를 위한 것 아니냐고 의문을 표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두면 나라 전체에 위기가 찾아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봅시다. A라는 사람이 5억짜리 집을 대출을 70%를 껴서 샀습니다. 그런데 집이 1억 떨어져 4억이 되었습니다. 그러면 은행은 대출 원금에 이런저런 비용을 합치면 사실상 근저당 한도까지 꽉 차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집주인에게 압박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담보 여유를 만들기 위해 돈을 갚으라고요. 그러면 이 사람은 어떻게 할까요? 여유가 있으면 돈을 빌릴 수도 있거나 있는 돈으로 갚으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집을 팔아야 합니다. 안그래도 팔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렇게 물건이 나오게 되면 집값이 더 떨어지게 됩니다. 우리가 지금 보는 현상의 정반대 현상이 나오게 되는 거죠. 부동산 가격은 연쇄적으로 폭락하고 사람들은 담보금을 갚지 못해 거리로 내앉게 됩니다. 부동산 상승보다 침체기에 더 큰 위기가 올 수 있습니다.     


사실 이렇게 놓고 보면, 보수 정권이라서 부동산 규제를 풀고 진보 정권이라서 부동산을 규제를 강화 하는 건 아닙니다. 그냥 그때 경제상황이 그런 정책을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아무튼 ‘집값 하락의 추세’는 박근혜 정부까지 이어집니다. 부동산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박근혜 카드는 부양책을 내놓습니다. ‘빚 내서 집 사라’는 기조가 이때쯤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 기조 안에 들어가 있는 정책 중 하나는, 나중에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흔들 뇌관이었습니다.


-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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