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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과 비교가 무의미한 이유

서로 다른 생물이, 서로 다른 출발점에서, 서로 다른 길로 뛰어가니까요.

뜬금없이 여쭤봅니다. 비교하는 거 좋아하시나요? 

...


라고 물으면 '아 정말 좋아해요~ 비교 안 하곤 못살아요.' 이런 답을 하실 분은 없을 겁니다. 난 평소에도 열심히 뭐든 비교한다! 고 말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가격비교는 물론 예외.)


인터넷에서 찾은 잘못된 비교 예시


하지만 우리 모두는 비교를 은연중에 열심히 합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게 비교대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매번 제가 이야기하는 '명품이나 인스타그램의 나쁜 점' 아니더라도 우리는 늘 비교를 합니다.


아닌 척 하지만 저도 그랬는데요. 

저는 타인의 성취와 제 성취를 늘 비교하며 살았습니다. 


남들이 가진 옷이나 자동차, 집은 하나도 안 부러운데 남들이 이룬 것에 대한 부러움은 있었습니다. 

와 쟤는 저런 것도 해서 저렇게 돈을 벌었네? 와 쟤는 전에는 별거 없었는데 지금은 저렇게 유명하네? 등입니다. 비교라기 보단 타인에 대한 질투라고 하는 게 맞겠네요. 

(주변의 '비교'가 들어간 문장을 '질투'라는 단어로 고쳐 써도 꽤 많은 문장이 자연스럽습니다. 그런 걸 보면 두 단어는 참 가깝습니다.)


제가 싸이월드하며 빈둥빈둥 노는 동안 바다 건너 어떤 동생(84년생)은 이런 걸 만들었습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게 타인의 성공을 손뼉 쳐 주지만 질투하기 시작하면 이게 참 무섭습니다. 배도 아프고, 난 대체 뭐 하고 살았나 자괴감도 막 들고요. 질투 대상이 운이 좋았다고 깎아내리기도 하고 말이죠. 머릿속에서는 별별 생각이 듭니다.

비교와 질투는 에너지를 만들기도 하지만 그만큼 소모하는 에너지도 큽니다.  40대 중반이 되어가니, 난 누구고 여긴 어딘가 자문하게 됩니다. 여러분은 안 그럴 것 같죠? 그렇게 됩니다.(저도 어릴 때는 안 그럴 줄 알았...) 반환점을 돌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거든요.

2030 때의 열정과 에너지는 줄고, 세상이 내 뜻대로 안 되는 경험을 한 20년 하면 (이른바 참교육) 저절로 이렇게 됩니다.


뭐 하고 살았는지 지나온 길을 돌이켜 보고, 

비슷한 연배 친구들은 어떻게 사나 보고,

내 앞 선배들 보면서 아 난 대충 어떻게 되겠구나 느끼게 되는 그런 나이입니다. 


이 상황, 막상 당하면 현타가 세게 옵니다. 다들 말은 안 하지만 자신만의 기준이 있거든요. 속물적이지만 집이 어디인가, 차가 뭔가, 아이 학원비에 얼마를 쓰나 이런 거 말이죠.

분명 저보다 못한 친구들도 많이 있겠지만 그런 건 하나도 안보입니다. 저보다 나아 보이는 친구들만 보면서 난 삶을 잘 못 살고 있구나 하는 자괴감에 빠졌습니다. 같은 시간을 살았는데 누구는 저만큼 앞서가 있었고 저는 한없이 뒤처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허송세월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크게 놓친 게 있었습니다. 아주 당연한 것이었는데 말이죠. 이걸 30년 넘게 놓치고 살았습니다. 


원래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것을 나 혼자 억지로 비교하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두 가지가 그러한데요.


첫 번째, 출발점과 배경이 다릅니다.

돈도 잘 벌고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잘 나가는 주변인이 있다 칩시다. 어휴 부럽습니다. 그런데 그가 원래 집이 잘 살았는지, 비트코인이 대박이 났는지, 뭘 어떻게 한 건지 우리는 속속들이 알 방법이 없습니다. 매일 3시간만 자면서 뭔가 했는지, 알고 보니 아버지가 고위관료여서 인맥이 좋았는지 등 아무리 친한 친구라고 해도 모든 것을 다 아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우리는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만을 가지고 상대방 전체를 판단하고 있는 겁니다. 아주 작은 정보만으로 상대를 판단하고 부러워하고 배 아파하죠. 혼자 쉐도우복싱을 막 합니다. 제대로 비교하려면 사립탐정이라도 고용해서 연구해야 할 텐데 말이죠.

애초에 같은 출발선(0)이 아닙니다. 누구는 -10 에서 시작, 110을 노력해서 100이 되지만 누구는 -100에서 시작해서 겨우겨우 110을 노력해서 10까지 오는 겁니다. 삼루에서 태어난걸 실력으로 안다는 말과 비슷하죠. 

그러니 비교가 무의미해집니다.


두 번째, 우리가 다 다른 생물이라는 점입니다. 

아니 다 영장류 아니냐고요? 맞죠. 같은 인간이긴 한데 우리는 재능과 욕망, 삶의 지향점이 다 다릅니다. 반면 자연계에서 대부분의 생물들은 같은 종이라면 같은 목표를 가지고 비슷하게 삽니다. 

동물원에 가면 보이는 A사자와 B사자가 자기 삶의 목표가 뭐 그리 다를까요. C얼룩말과 D얼룩말도 마찬가지입니다. 먹는 양, 달리는 속도 등에서 조금의 차이는 있겠으나 그냥 말은 말처럼 살고 사자는 사자처럼 사는 거죠. (문장이 좀 이상하긴 합니다만) 

그런데 우리 인간만은 삶이 크게 다릅니다. 개인이 할 수 있는 능력치도 다 다릅니다. 누구는 축구를 잘하고 누구는 책을 많이 보는 식이죠. 욕망도 다릅니다. 누구는 그냥 건강하게 오래 살자는 목표를 가지고 살고 누구는 인간을 화성에 보내겠다고 하죠. 

일론 머스크의 꿈은 원대하고 대단한, 그야말로 위인이지만 건강하게 오래 잘 살아보겠다는 경기도 거주 길모 씨의 소망도 비난받을 건 아니었습니다.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행복하게 살면 됩니다. 아무도 뭐라 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아는 이야기를 뭘 그리 주저리주저리 쓰느냐라고 하신다면 죄송합니다. 그런데 사실 이 말들은 제가 최근 저한테 하고 있는 말이라서 정리해 봤습니다. 셀프 자존감 수업 같은 거죠. 자신이 가는 길에 확신이 들지 않을 때, 저도 되새겨 볼 문장이 필요했습니다. 

어깨 힘 빼고, 가고 싶은 길 갑시다. 아마 그 길은 혼자 가는 길일 겁니다. 님이나 저 같은 생물은 지구상에 몇 없는 게 당연하니까요. 저 또한 그렇게 제 길을 가려합니다. 

제 글을 보시는 분들께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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