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40대 고소득 아재의 돈 쓰는 법 공유

잘 쓰는 게 잘 버는 것만큼 중요합니다. 

다들 다니고 있는 직장이 다른 곳에 비해 좋은지 나쁜지 궁금할 겁니다. 친구들과 맥주 한잔 하면서 은근히 연봉비교, 복지비교도 하고 있겠죠. 제가 명확한 기준을 알려드릴까요?


2024년 들어서 본인의 삶에 큰 문제가 없고, 회사도 큰 문제가 없이 다니고 있다면 당신은 좋은 회사에 다니고 있는 겁니다. 지금 경기가 엄청나게 안 좋습니다. 절대다수의 중소기업, 자영업자들은 급여동결, 구조조정 중입니다. 매출이 줄어드는 게 눈에 보이거든요.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제가 카드사에 있어서 실물경기 흐름을 지표로 보기 때문입니다. 그거 아니어도 신문만 봐도 심상치 않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주변에 큰 편의점이 있다면 유심히 보세요. 점심시간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편의점에서 먹는지를요.


한국경제, 지금 심각한 상황 맞습니다.


여러분이나 저나 대통령이나 한은총재가 아니니,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우리가 할 건 없습니다. 가여운 민초들이 할게 뭐 있겠어요. 더 벌고 더 아끼는 수밖에 없습니다.


'자 여러분 이렇게 하면 돈을 더 법니다'라고 저도 브런치 독자님들께 술술 풀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만... 애초에 그런 게 있을리가요. 3,285명의 독자님들이 조건(시드머니, 투자성향, 직업, 수입지출금) 이 다 다른데 모두에게 통하는 방법이 뭐가 있겠습니까. 그러니 페이스북, 인스타에 난무하는 쉽게 돈 버는 방법들은 다 거짓말입니다. 그러니 이상한 광고에 현혹되지 마시길 바랍니다. 


명품시계와 차키를 보여주며 재무설계로 억대연봉을 주장하는 자.. 들을 패러디한 만화컷. 사기꾼들에게 현혹되면 안 됩니다.


돈 버는 법은 정답이 없지만 돈 아끼는 법은 저는 정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일종의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저는 돈을 잘 아낍니다. 그렇다고 구두쇠는 아닙니다. 


돈을 쓸 곳을 내 기준으로 정하고 (남의 기준 절대 노노)

돈을 쓰는 이유를 삶의 목적과 연결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뭘 거창하게 삶의 목적까지야 싶...)


어떤 분께는 꼰대의 잔소리가 되겠지만, 어떤 분께는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



1. 소비에는 우선순위가 있습니다.


치료비, 변호사비, 자기 계발비.


제가 가장 우선순위를 두는 소비입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으실 겁니다. 우리는 다양한 명목으로 돈을 씁니다. 밥 먹고, 옷사고, 노는데 쓰고... 돈 쓰는 게 뭐가 어렵습니까 버는 게 어렵죠. 

그런데 말입니다. (김상중 말투) 대부분의 소비는 잠깐의 즐거움을 제공할 뿐입니다. 반면 절체절명의 소비가 있죠. 부모님이 중병에 걸리셨는데 치료비 한 푼이 아쉬운 상황은 누구에게나 올 수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 출근하다가 접촉사고가 났는데 평소에 잘 못 보던 종류의 외제차랑 부딪혔네요? 아이가 반에서 싸움을 했는데 상대 부모가 변호사를 불렀네요? 이런 상황들은 늘 있습니다. 


오죽하면 이런 지원사업이 다 있을까요 (출처:SBS)


저는 어른의 의미가 이런 상황에 대해 스스로 대비되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치료비, 자기 변호사비를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어른입니다. 

가족 전체의 치료비와 변호사비를 책임질 수 있다면 그때부터 '가장'이라고 부르는 것이고요.


헬조선에서 '어른'과 '가장'이 되는 길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최근의 저출산 이슈는 어쩌면 이 모든 걸 꿰뚫어 본 젊은이들의 현명한 선택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자기 계발비. 

우선순위가 높습니다. 농부가 좋은 농기계를 사서 생산성을 올리는 거랑 비슷한 겁니다. 내 몸값을 높이기 위한 투자는 중요합니다.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을 사고, 학원을 다니고, 운동을 위해 투자하고.. 이런 거죠. 하나 꼭 당부하고 싶은 건 일부 젊은 분들이 '해외여행'도 자기 계발이라고 하는 분들이 있는데요. 제발 그러지 마세요. 말 안 되는 거 스스로 잘 알잖아요. 전형적인 '자기 합리화'인데요. 이건 다른 글로 매운맛으로 한번 다루겠습니다.


2. 삶의 목적이 명확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왜 사세요? 가볍게 읽고 있는 브런치 글에서 갑자기 이리 물으면 다들 할 말이 없을 겁니다. 성철스님이셨나.. 왜 사느냐는 질문의 답은 '그냥'이라고 하시더군요. 자기가 원해서 태어난 게 아니니 그냥 산다는 말씀이셨는데 공감이 갑니다. 그래도 기왕 한번 사는 거 다들 뭔가 하고 싶은 건 있을 겁니다.

거창하게 구글을 세운다거나 모나리자를 그린다던가 이런 거 아니더라도, 돈이 많아서 얼른 은퇴하고 조용히 즐기며 살겠다 정도의 목표는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겁니다. 

그러면 그 목표를 구체화하세요.


즉 "50세 이전에 나는 00억을 모으고 은퇴해서 강원도에서 ㅇㅇㅇ 를 하면서 지낼 거야~"라는 식으로 시간, 장소, 형태를 구체적으로 적어 봅니다. 

압니다 알아요 물론 한 치 앞을 모르는 게 인생입니다. 그런데 내일 일을 모른다고 아무 생각 없이 살다 보면 쭉 아무 생각 없이 살게 됩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작던 크던 삶의 목표를 잘 생각해 보세요.


저요? 제 삶의 목적은 '저로 인해 조금이라도 세상이 변하고 그걸 사람들이 기억해 주는 것'입니다. 써놓고 보니 좀 손발이 오그라드는데.. ^^;; 많은 분들이 제 글을 읽어주시고 제 책을 읽어주셨습니다. 백 년 후에 이 브런치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때도 카카오가 멀쩡할지.... 지금 주가를 보면 으으) 저는 삶의 목표를 정하고 나아가는 중입니다. 


돈 이야기가 갑자기 왜 삶의 목표로 점프하느냐. 목표가 생기면 역산이 되거든요. 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돈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그러니 목표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50세 이전에 은퇴가 목적이라면 지금 사 먹는 이 오마카세가 그 목표에 부합하는지 따져야 하는 겁니다. 



3. 정했으면 남의눈을 의식하지 마세요.


저는 40대 중반이고, 좋은 회사를 다니고 있으며 집과 차와 아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개, 고양이 말고 사람을 키웁니다. 요즘 기준 부의 상징이죠.) 누가 봐도 먹고살만하다 말할 겁니다.

고급 외제차를 사고, 주말마다 골프 라운딩과 호캉스를 즐겨도 됩니다. 여러 번 해외 나가도 됩니다. 계산해 보니 그리 큰 부담되지 않습니다. 하고 싶으면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안 합니다. 이게 제 삶의 목표와 부합하지 않거든요. 

안 하는 정도가 아니라, 저는 제 삶의 다른 소비를 없애고 목표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절대로 하지 않았던 구내식당에서 혼밥 하기를 요즘은 거의 매일 합니다. 점심시간 자투리 시간이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제 생산성을 높여줄 수 있는 것에는 큰 투자를 하고 있지만, 제가 관심 없고 목적에 연관되지 않는 것에는 조금도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주말 골프 라운딩은 커녕 주말에 컴퓨터 앞에서 이 글을 쓰고 있네요.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산 슬리퍼, 신발, 가방을 가지고 출퇴근을 합니다. 사람들은 어차피 제가 어떻게 회사 다니는지 관심이 없습니다. 재미있는 건 제가 알리익스프레스에서 3달러에 산 가방을, 엄청 비싼 것으로 생각하는 동료였습니다. 버는 게 있으니 비싼 것을 쓸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는 거죠. 제가 아무 말 안 하면 모릅니다. 그러니 남의 눈 신경 쓰지 않습니다. 


1년째 잘 들고 다니는 제 출퇴근 가방. 동료는 명품인 줄 알더 군요. 알리익스프레스에서 3$에 구매했습니다. 


마찬가지 이유로 저는 외제차를 타지 않습니다. 차는 저에게는 이동수단입니다. 안전히 목적지에 잘 가면 그뿐입니다. 심지어 주중에는 집에 두고 다니는 놈입니다. 돈을 쓸 이유가 없습니다. 

남들이 뭐라건 늘 삶의 목표를 생각하고 여기에 꼭 필요한 것만 소비하세요. 


저는 계산해 보니 0.25 정도 나옵니다. 아 중고차 가격을 생각하면 0.17까지 떨어지네요... 



마치며


와 적어놓고 보니 꼰대가 또 신입사원 붙잡아 놓고 잔소리를 했네요. 킹정합니다. 

사실 이 글에는 해당되지 않는 분들도 있습니다. 논리적 허점이랄까요. 

그냥 원래 돈이 많아서 생활수준이 높은 분들입니다. 빵이 없으면 고기를 먹으면 되지 하는 분들, 살아보니 실제로 있더군요. 이런 분들께는 위의 이야기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여러분 중에도 서민생활 체험차 회사 다니는 분들이 있으실 텐데 그러면 이 글은 잊으셔도 됩니다. 하지만 대다수는 그렇지 않을 테니, 제가 왜 소중한 주말에 이런 글을 쓰는지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YOLO(You only live once)에서 YONO (You only need one)로 바뀌는 현 트렌드를 보고 있으면 착잡합니다. 우리 삶은 우리 의지로 시작하지 않았지만 의미 있게 사는 결정은 할 수 있죠. 난 잘 하고 있는 것인가 한번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Ps.

최근 카카오브런치의 '응원하기' 기능을 테스트 중입니다. 이 글이 좋았다면 '응원하기'를 눌러서 최소금액을 결제해 주세요. 제가 받는 돈은 모두 독자님들께 되돌려드리거나 기부할 예정입니다. 이 기능이 실제로 지속가능한 모델인지 궁금해서 테스트해보고 싶어서요.

(참고로 저는 절대 안 될 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렇게 Ps로 읍소해도 한건도 없을 거예요. 카카오가 잘못하고 있다는 것이죠.)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드라마 '돌풍'은 꼭 봐주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