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가 명상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명상하며 느낀 것들에 대해 소개하도록 하겠다.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꼭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명상은 절대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다는 것이다.
명상.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레이 달리오 등 훌륭한 업적을 이룬 사람들이 명상을 한다고 밝히거나 심지어 추천했기 때문에 늘 관심은 있었다. 그런데 실행까지 연결되지는 못했다. 왠지 어려울 것 같고 괜히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외향적이라고 규정했던 것도 명상과 가까워지는 것을 방해했다.
그러던 어느 날 폐암 4기 판정을 받고 요양 중인 아는 지인분이 카톡을 보냈다. 명상을 하니 정말 좋다고 한번 해보라는 것이었다. 운이 따랐는지 마침 퇴근 후였고 무엇보다 그날따라 마음의 여유가 있었다. 그래서 유튜브에 '명상하는 법'을 검색하면 나오는 다양한 영상들 중 '10분 명상'이라는 제목을 가진 것을 눌렀다. 그리고 영상의 목소리가 시키는 대로 따라 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아무런 기대도 없었다.
그런데 영상의 배경 음악이 좋았는지, 목소리가 좋았는지 혹은 그날 밤 기분이 좋았던 건지 마음이 편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어쩐지 좋은 여가활동이 될 것 같아 명상의 원리와 방법론에 대한 검색을 해본 후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지난밤 획득한 짤막한 지식을 토대로 다음 날 다시 명상을 시도했다. 처음보다 좋았다. 명상에 대해 더 많이 찾아봤다. 그렇게 시작된 명상을 이제 거의 1년째 하고 있다. 매일은 아니지만 생각날 때마다 혹은 마음이 불편할 때마다 하고 있다.
명상을 시작한 이후로 마음 상태가 많이 바뀌었다. 매 순간은 아니지만 평균적으로 마음이 더 편안해졌다. 더욱 중요한 것은 마음이 불편할 때 오직 잠깐의 명상만으로 평온함을 되찾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승률이 꽤 높다는 것은 확실하다.
명상은 정말 좋다. 명상 이전의 나와 이후의 나를 나누고 싶을 정도다. 그런데 주변을 보면 명상을 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혼자만 알고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여기저기 추천하고 다니지만 너무 많은 선입견들이 진입을 가로막는다. 그래서 내가 직접 경험한 것과 찾아본 정보를 토대로 명상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에 대해 적어보려고 한다. 이 글을 읽고 단 한 명이라도 명상에 관심을 갖게 된다면 정말 기쁠 것 같다.
첫 번째 오해: 아무 생각도 안 하는 것이 명상이다
명상은 아무 생각도 안 하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아무 생각도 안 하는 것은 명상을 오래 수련한 사람에게도 어려운 일이다. 실제로 명상을 하기 위해 눈을 감으면 이런저런 생각들이 휘몰아친다. 그럴 때 당황하거나 낙담할 필요가 없다. 원래 인간의 마음이 그런 것이니까.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마음의 여유를 가져보자. 그다음엔 내 마음에 찾아온 생각들을 하나하나 지켜보자. 좋은 생각, 나쁜 생각, 과거의 기억, 미래에 대한 걱정. 그 생각들에 개입하려고 하지 말고 또 몰아내려고 애쓰지도 말고 그냥 지켜보자. 그러다 보면 어느새 그것들이 흘러가기 시작한다. 물론 어떤 생각들은 오래 머물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하는 생각들이 끊임없이 흘러왔다가 흘러가는 것을 보다 보면 영원할 것 같은 그 생각들 역시 의미 없고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깨닫고 흘려보낼 준비를 하게 된다. 만약 의사결정을 위해 필요한 고민이라면 다른 불필요한 생각들이 사라진 상황에서 더욱 명쾌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머릿속에 가득하던 생각들이 많이 흘러가서 어느 정도 마음이 고요해지면 자연스레 집중을 호흡으로 돌린다.
두 번째 오해: 명상은 현실도피다
정반대인 것 같다. 오히려 명상하는 동안 진짜 현실을 마주할 수 있다. 사람은 깨어있는 대부분의 시간을 어떤 것이든 생각하며 보내는데 대부분의 생각은 현실과 거리가 멀다. 편집된 과거의 기억이나 미래의 망상이 대부분이다. 내가 지금 무엇을 보고, 듣고, 맛보고, 만지는지 모르는 채 하루가, 인생이 간다면 나는 현실을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한 번은 이런 적이 있었다. 왼쪽 가슴에 한 손을 얹은 채 호흡에 집중하고 있는데 손에 느껴지는 내 심장 박동이 낯설게 느껴졌다. 내 심장이 뛰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가만히 지켜본 것이 처음이었는데 스스로에 대한 동정심과 조건 없는 사랑이 생기더라.
세 번째 오해: 명상은 특정한 환경에서만 할 수 있다
아직 걸음마 단계긴 하지만 버스에 서 있거나 가볍게 걷는 동안 명상을 할 때가 있다. 조금 심플한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배꼽 아래로 숨 쉰다는 생각으로 심호흡에 집중하면 꽤 높은 확률로 그 즉시 마음이 편해진다. 가장 유용할 때는 화가 날 때나 집중이 안될 때 혹은 긴장감을 풀어야 할 때다. 자리에 앉아 심호흡을 몇 번만 해도 정신 상태 혹은 마음 상태가 전환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당신의 삶에 명상이 필요할 때'라는 책을 보면 격렬한 운동을 하면서도 명상을 할 수 있다고 하니 조용한 방에서 가부좌를 틀어야 한다는 선입견은 버려도 될 것 같다.
나 역시 과거에는 명상이 시시하고 종교적이고 심지어 최면술에 가까운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나같이 잡생각이 많은 사람은 감히 시도할 수도 없는 것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명상을 공부하고 효과를 직접 경험해보면 그것들이 전혀 사실이 아님을 알게 된다.
나는 이제야 명상에 입문한 것을 후회하면서도 이제라도 알게 되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늘 한다. 명상을 통하면 누구나, 어느 누구의 도움도 없이, 환경의 제약에서 벗어나 행복해질 수 있다. 불안하고 화나고 우울하다면 속는 셈 치고 한번 해보길 바란다. 느리지만 분명한 변화를 경험할 것이다.
* 명상에 대해 관심이 생긴 분들은 유튜브에서 '10분 명상'을 찾아서 가이드와 함께 시도해보길 권한다. 그러나 풍부한 경험을 가진 멘토가 필요하다면 앤디 퍼티컴의 '당신의 삶에 명상이 필요할 때'라는 책을 추천한다. 사실 명상 관련 책으로는 딱 이거 한 권밖에 안 읽어봤지만 다른 책을 읽어봐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 적어도 1년 차 초보 명상러에게는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조언들이 충분히 많이 실려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