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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될대로 될 인생 Feb 23. 2022

아무리 급해도 순간을 놓치진 않을 거야

꿈꿔온 시간이 허무하지 않도록

보석아. 너희 엄마는 요즘 참 바빠.


결혼식장, 드레스, 웨딩촬영 등 다들 1년이란 시간 안에 차근차근 준비하는 결혼을 3개월 내에 진행하려니 포기해야 하는 것과 놓치는 것이 많아지고 있어. 분명 너희 엄마도 어릴 때부터 꿈꿔온 결혼에 대한 로망이 있었을 텐데. 하얀 신상 드레스를 입고 멋진 식장에서 모두의 축하를 받으며 아름다운 모습으로 인사하는 그런 날.


지금은 빠른 결혼식을 위해 시간이 남은 식장을 고르고, 배가 나와도 티 안나는 플레어 드레스를 입고, 멋진 야외 촬영도 못하고, 그 흔한 매니큐어조차 바르지 못하지만 엄마는 우울한 기색 하나 없이 덤덤히 받아들이고 있단다.


그래도 혼자 있는 시간엔 불현듯 우울이란 친구가 찾아올지도 몰라. 그래서 이모는 지금 이 순간순간이 소중하게 기억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


얼마 전 드레스를 고르러 간 날, 이모는 최선을 다해 눈에 불을 켜고 드레스 별 장점과 단점을 필기하고, 엄마의 모습을 무빙 삼각대까지 설치해 촬영하고, 지겹도록 예쁘다는 말을 해주었단다. 하지만 정말 드레스를 입은 네 엄마의 모습은 이모가 봤던 모습 중에 제일 아름다웠어. 반짝이는 큐빅들을 보면서 앞으로 보석이를 만나는 미래도 이렇게나 밝겠구나 생각했지.


급하게 준비하는 결혼인만큼 주말마다 빡빡한 일정이 기다리고 있어. 하지만 이 모든 일이 허례허식같이 해치워야 하는 일이 아닌, 정말 기쁨과 설렘으로 채울 수 있는 과정이 되도록 이모가 노력할게.


너희 엄마 인생의 한 번뿐일 결혼은 기쁨과 행복으로 꽉꽉 차야지! 그래야 우리 보석이도 뱃속에서 기분 좋아 발로 퉁퉁 차겠지?


아무리 급해도 이 순간은 즐기자.


엄마의 결혼을 꿈꿔온 시간이 허무하지 않도록.

잊고 싶은 기억이 아닐 수 있도록.

나중에 곱씹어도 웃음만 날 수 있도록.


보석아. 모든 과정을 함께해주어 고맙다.

오늘도 사랑해!


-이모가-

본식 드레스는 촬영할 수 없어 이모가 똥 손으로 그린 드레스야


보석아 엄마의 드레스 피팅 시간을 잘 참아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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