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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될대로 될 인생 Mar 14. 2022

보석아, 너희 아빠는

나의 첫 형부



보석아 지극히 E인 우리 가족에 조용한 사람인 I가 들어왔어.

바로 너희 아빠지.

내가 말을 5번 하면 1번 말할까 말까 하는 사람.

처음 아빠가 인사를 왔을 때 어색함을 깨겠다며 내가 조잘조잘 떠들어댔는데,

너희 아빠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해서일까, 크게 웃지를 않는 거야. 개그본능이 있는 이모는 조금 풀이 죽었단다.


근데 보석아. 이모는 깨달았어. 사람마다 표현의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너희 아빠는 말을 하기보단  들어주는 사람이었어.

아무 말이나 던졌던 내 말을 너희 아빠가 기억해 준 것이 아니겠니.


이모가 "노티드 도넛 먹고 싶다" 라고 했나봐. 기억도 안나는데, 그다음 날 너희 아빠가 그걸 사와 집 앞에 두고 갔단다.

언니 말로는 노티드 도넛이 뭐인지도 모른  그냥 가게를 찾아 수많은 사람들 틈에서 30 넘게 줄을 기다리며  도넛을 사왔다고하더라. 이모는 정말 오랜만에 심쿵이란  했어 보석아.


보석아, 나는 너희 아빠의 고요함과 무거움이  좋아. 말이 없고 조용한 사람이 차갑지만은 않단다.

밖은 차가울지 몰라도 안은 따뜻하게 데워놓은 겨울철 온돌방처럼.

밖은 빵일지라도 안에는 터질 듯한  크림이 채워진 노티드 도넛처럼.

너희 아빠는 바람과 파도가 몰아칠 때 굳건하게 서있을 것 같은 진또배기 같아.

(물론 도넛 때문에만은 아냐)


하루는 너희 엄마가 오이소박이가 먹고 싶다니까, 그걸  오는 것도 아니고 직접 유튜브를 보고 만들어 오고

엄마가 청과시장에 있는 레드향이 먹고 싶다니까, 청과시장이 닫기 전에 바로 달려가 집으로 레드향 한 박스를 건네고 다시 일을 가더라니까.

 이후에도 네가 원한 건지 엄마가 원한 건지 출처 모를 먹을 요청이 많았지만.. 묵묵히 벨을 눌러  음식을 놓고 가는 너희 아빠의 끈기와 사랑에 이모는 박수를 쳤단다.


이런 굳건한 아빠의 사랑을 받을 너의 모습이 너무 기대된다.


우리 나중에 같이 아빠한테 달콤한 딸기 케이크 사달라고 하자!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너희 아빠는 깊은 미소를 지을 거야.


얼른 보고 싶다. 사랑한다 보석아.

이모가.

ෆ  우리 형부 최고 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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