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진자 60만 명 시기
보석아. 이번 주는 너희 엄마와 아빠가 사랑의 결실을 맺는 결혼식이란다. 너를 가져 급히 결혼식을 잡았는데,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 정말 코 앞으로 다가왔다.
지금 이 세상은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위험한 감염 때문에 몇 년 동안 떠들썩하단다. 이 바이러스는 사람들의 행복과 자유를 빼앗아갔어. 우리는 제한된 삶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었는데, 그것마저 적응이 되어가더구나.
그런데 말이야, 너희 엄마 아빠가 결혼식을 올리는 이번 주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로 확진자 수를 정점에 찍을 것 같아. 벌써부터 확진 소식으로 참여하지 못한다는 연락이 오고 있는데, 그런 연락을 받은 너희 엄마와 할머니의 표정에 하루하루 근심이 가득해진다.
'왜 하필 나야?'라는 생각은 자신에게 스트레스만 줄 뿐이야. 하필 내가 아닌 누군가에겐 일어날 일에 내가 걸쳐진 거지. 자신을 탓하면 안 되는데, 내가 택한 결정 하나하나가 조금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만 같아 그런지 네 엄마의 표정에 그늘이 지는 걸 느낄 수 있어.
하지만 보석아, 우리 가족 모두가 건강하게 그 결혼식을 참여할 수 있고, 마스크 속에서 활짝 웃으며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당사자인 너희 엄마도 좋게 생각하려고 힘쓰고 있을 거야. 불쑥 억울함도 봇물처럼 터져나오겠지만.
보석아 너는 곧 알게 되겠지만, 세상엔 내 마음대로 되는 게 그리 많지 않단다.
그렇지만 내게 일어난 일들에 대해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 그걸로 충분해. 생각지도 못한 일에 넘어져도 툭툭 털고 일어나 목표 점만 보고 묵묵히 걸어가면 돼. 과정은 조금 틀어져도 괜찮아. 그 과정에서 오는 괴로움도, 평화도 내 마음이 만드는 거야. 지나고 보면 그냥 계절이 바뀐 거란다.
이번 주 주말, 하객은 적어도 축하는 넘칠 결혼식.
보석이도 뱃속에서 축하하는 발길질 많이 울려주길 바라. 하얀 웨딩스레스를 입은 어여쁜 엄마에게 많은 응원과 평화를 줘 보석아.
사랑한다.
이모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