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나 혼자 모든 걸 해결해야 해.
내가 선택한 워킹홀리데이 도시는 바로 오타와(Ottawa)다. 캐나다의 수도로써 동부 쪽에 있는 도시이며, 불어와 영어를 사용하고, 겨울이 매우 길고 눈이 많이 오는 도시로 알려져 있다.
내가 이곳을 선택한 이유. 워킹 홀리데이를 선택한 수많은 워홀러들이 토론토, 밴쿠버, 캘거리 등의 큰 도시를 선택한다. 나는 단지 그 대도시를 피하고 싶었다. 질리도록 아침 9시 2호선 지옥철을 타 왔고, 강남역 10번 출구의 불금 대이동 현상과 비슷한 모습을 다신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금은 조용한, 가끔은 심심할 수도 있는. 그래서 나만의 시간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그런 도시를 찾았다. 한강이라면 돗자리부터 챙기고 보는 나를 위해 강이 있는 곳이면 더 좋겠다 생각했고, 가끔은 '내가 캐나다에 살고 있구나' 생각할 수 있는 외국 느낌 물씬 나는 그런 도시. 그런 나에게 오타와는 딱 알맞은 도시였다. 캐나다의 수도이지만, 누구도 캐나다의 수도일 거란 짐작조차 안 하는 도시지만 도시 같지 않은 오타와.
거의 하루 정도의 비행 끝에 오타와 땅을 밟았다.(이민국 심사가 늦어져 비행기를 놓치는 신고식도 있었다)
긴긴 비행의 끝, 새벽에 도착한 나는 바로 택시를 타고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숙소로 향했다. 다행스럽게 집주인은 나의 전화에 잠을 깨서 문을 열어주었고, 나는 그렇게 그 날, 그 다음날까지 시차 적응을 핑계로 한 잠을 청했다. 오타와의 첫날은 그냥 잠. 잠이었다. 내겐 그것이 최선이었다.
다음날, 오타와의 트레이드마크. 팔리아먼트 힐(parliament hill) 을 보러 준비를 서둘렀다. 숙소에서 걸어서 고작 10분이면 도착하는 팔라이먼트. 잠에서 깨어나 처음으로 거리를 나서 걷는데, 내가 캐나다에 있긴 하구나 라는 생각을 한다. 매우 우중충한 날씨였지만, 나에겐 모든 게 화창했다. 머리색이 노란 집주인과 함께 걷고 있는 큰 몸집의 개들, 영어로 쓰여있는 허름하지만 뭔가 분위기 물씬 나는 간판들 , 흔하디 흔한 스타벅스마저도 모든 게 새로웠던 그 날.
하지만 난 이곳을 여행하러 온 것이 아니다. 생존을 위해 나는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어디서 누군가가 나타나 '어서 와! 캐나다는 처음이지? 어떤 걸 도와줄까? 어떤 것부터 시작해볼까?' 하며 나를 컨트롤해 주지 않는다. 이제부터 나 혼자, 모든 걸, 내 힘으로 해결해야 한다. 내가 일주일을 침대에 누워 있어 과자만 우걱우걱 먹으며 영화만 20편을 봐도 뭐라 할 사람이 아무도 없으며, 진탕 술만 먹고 잠이나 자도 한국에 있는 엄마가 날아와 엉덩이 스매싱을 때릴 일은 절대 없다. 하지만 그러려고 온 거 아니잖아. 고작 200만 원 들고 1년 살아보겠다고 온 나인데, 게을러지면 누가 나를 책임져주리. 내가 나를 책임져야지.
그날 밤, 팔리아먼트에서는 가을 행사 중 하나인 라이트 쇼를 하는 날이었다.
낮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의 라이트에 입혀진 팔리아먼트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첫째, 이 멋진걸 가족들과 함께 보았으면 참 좋았을 텐데.
둘째,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영어도 못하는 내가?
셋째, 당장 오늘 저녁엔 뭘 먹어야 하나? 어디서 뭘 사야 되지?
넷째, 이 사람들은 참 여유롭고 행복해 보이네. 부럽다.
다섯째, 이제 정말 시작이구나. 나만을 위한 일 년. 잘할 수 있을 거야. 절대 두려워 말자. 포기하지도 말자.
JUST KEEP GO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