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감성공유 Mar 20. 2020

짜릿한 브런치의 맛

통계를 누르는 나를 발견하다.

 오랜만에 브런치에서 알림이 뜬다.

 OO님이 구독했습니다. OO님이 라이킷했습니다.


  글을 한창 올리던 12월을 끝으로 나는 손을 떼고 있었다.

  작년 한 해가 버거운 시간이었고 모든 것이 정리되자 보상처럼 게으름을 즐기고 있었다.

  새해를 시작하는 1월을 기념할 만한 일 없이 그저 시간의 늘어짐을 온전히 누렸다. 어린이집 등원 후에는 소파와 한 몸이 되어 전 국민이 이야기하던 동백이를 정주행 했고, 라면을 한 개 반 끓여먹곤 낮잠을 자다 씻지도 않은 채 아이를 데리러 갔다. 한 번은 아이가 엄마가 데리러 오는 게 싫다고 이야기한 적 있었는데 아마 꼬질한 내 모습 때문이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2월부터는 시작하기로 했던 것이 꽤 많았다. 학교를 다녀야 하고, 전문가 자격증을 취득할 예정이었다. 취향이 맞는 사람들과 토론 모임을 갖기로 했으며 이천에서는 글쓰기 모임과 문화잡지의 편집위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아이도 올해 네 살이 되어서 새롭게 시작하는 것들이 생겨서 '올 한 해도 쉴틈 없겠군' 이라며 마음을 다잡던 중이었다. 1월에 한 껏 게으르면서도 마음 놓을 수 있던 이유는 2월부터 정신 없어질 일정들에 대비한 웅크림이었기 때문이었다.  

  시간을 흘려보내면서도 미뤄두었던 모임과 여행을 정산해내며 지냈다. 그렇게 1월을 마무리하며 한량 모드를 'OFF' 해야겠다 싶어 질 즘 '코로나 19'가 스멀스멀 솟았다.  2월 중순부터 모든 일정이 "무기한 연장" 된다는 문자를 받았다. 학교 개강도 한 달은 미루어졌다. 붕 떠버린 시간이 아까워 미뤄두었던 것들의 목록을 뒤적였다. 대부분 어딘가로 이동해서 해결해야 하는 것들이었다. 갈 수가 없었다. 옴짝달싹 못한 채 집안에서의 생활에 충실해야 하는 시기였다.

  책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글도 쓰고 싶지 않았다. 저장해 놓은 글들은 백개도 넘었건만 발행하고 싶은 건 한 개도 없었다.  2월부터 해야 할 것들이 줄줄이 취소되고 나니 남는 시간 동안 무얼 하며 보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은 채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꺼져가는 성냥개비에 불을 확 들이미는 것 마냥 브런치가 툭툭 깨웠다.


알람은 3일 연속 꾸준히 울렸다.

'브런치 어딘가에 브런치 북이 추천으로 뜬것인가, 다음 메인에 뜬것인가?' 나도 보고 싶은데 나만 안 보이는 내 피드.


  댓글이 달리고 라이킷과 소중한 구독자 수가 늘어나니 통계를 자꾸 들어가 보게 된다. 한참 글을 올리던 11월에는 조회수가 3만을 돌파한 글이 있었는데 조회수가 1000을 돌파했습니다부터 스크린숏을 저장해 놨었다. 저 알림이 올 때마다 어찌나 심쿵 심쿵하던지 며칠간 통계를 들락날락하며 올라가는 입가를 내릴 수 없었다.



제일 처음 구독자수가 1000을 돌파 했던 글은'발바닥의 꼬순내' 얼마나 신이 났던지! 처음 브런치의 짜릿함을 맛 봤던 날이다!
내 글중 가장 많이 읽은 건 시어머니 이야기 이다. 조회수 3만이 나왔다. 1,000단위로 알림이 오다가 10,000이 넘어가고 나니 5,000단위로 알림이 왔다.



최근 3일간의 알람들, 소중한 구독자수와 라이킷 감사합니다!



   석 달만에 울리는 알람에 설레기 시작했다. 나는 사람들의 공감과 관심이 좋다.  작가의 서랍을 뒤적여 정리해뒀던 글들을 꺼냈다. 작년에 독립출판으로 책을 냈지만 쉽게 내 입으로 작가라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으면서도 마음속에서 내 글 자체를 검열하고 있던 걸지도 모르겠다. 이미 독립출판으로 나온 책인데도 부족함만 보여서 부끄러웠고 자꾸 글 쓰는 걸 미루게 되었는데 사람들의 라이킷과 늘어나는 구독 수, 진심이 담긴 댓글은 내게 큰 토닥거림이 되었다. 움직 일 수 있는 기름칠을 해주는 것 같다.

  작년까지 지옥 같은 시간을 보냈다. 글을 썼던 이유도 그 시간을 잊고 싶어서였다. 글쓰기는 분명 내게 치유를 주었지만 다른 상처를 남기기도 했다. 그런 시간들을 보상받듯 올해는 많은 것이 좋은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 같다. 마음이 편안해졌다. 며칠 전 정원을 돌보다 보니 초록잎들이 조금씩 올라오고 있던데, 이제는 봄이 오려나 보다.


 부족한 글을 읽고 애정을 표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공감 가는 진심 담긴 글을 쓸게요. 감사합니다.




https://brunch.co.kr/@wangbeeyaa/86


https://brunch.co.kr/@wangbeeyaa/67


작가의 이전글 달콤하고 은은하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