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딘닷 Mar 04. 2023

[딘닷의 한국유랑기 #6] 전라남도 나주

‘나주’는 배만 유명하다고? 홍어가 빠지면 나주가 아쉽지!


2년간의 휴재기를 끝내며

약 2년동안 여러 가지 핑계를 대며, 블로그를 손 놓다시피 했다. 

팍팍해진 경제상황에, 직장 일에, 코로나에 사실 돌이켜보면 지난 2년은 여행 특히 세계를 떠돌아 다니는 걸 좋아하는 나에게 정말 힘든 시기였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탓하기에는 결국 나의 끈기가 부족했고 게을렀기 때문이라고 꾸짖어본다. 항상 모든 건 계획보다 실행이라고, 완벽하게 하기 보단 그냥 과거 여행의 기록의 일부로서 흘겨 남겨도 충분했을 터인데 조금이라도 짜임새 있게 써보겠다고, 일관된 기준에 맞춰 써보겠다고 하며 차일피일 미룬 게 벌써 2년이 되었다. 


거기에 더해 유튜브 시대가 도래하면서 글로 남기는 블로그가 무슨 소용일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뭔가 남기고 싶다. 형태는 어떻든 상관 없다. 

이 다짐이 또 언제 허망하게 끝날지는 모르겠지만, 오랜 시간이 이미 지났지만 그 때 다 못 끝낸 여행기를 마져 끝내야 새로운 시작도 하게 될 수 있을 거 같아 이렇게 전라남도 여행기의 마지막 에피소드를 올린다.



장흥 한옥 고택에서 이번 여행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서울로 올라가는 길에 점심을 먹을 곳을 찾던 와중에 얘기만 많이 들었지 가보지 못했던 '나주'가 들어왔다. 


보통 '나주' 하면 '배', '나주평야'나 '국민연금' 본부가 있는 곳 정도? 

근데 막상 도착하고 보니 '홍어'가 그렇게 유명하다고 한다. 

원래는 '홍어' 하면 흑산도였는데 일본 해적들이 자주 출몰해서 흑산도 어부들이 영산강 안쪽의 나주까지 오게 되었고 그렇게 나주는 홍어로 유명해 지게 되었다고 한다.


나주 시내 영산강 근처. 홍어 가게들이 늘어선 홍어 먹자골목

어디를 갈까 망설일 틈도 없이 그냥 대로변에 떡하니 있는 이 집이 뭔가 위엄(?)이 있어서 바로 들어갔다.

사실 '홍어'라는 이름과 삼합 형태로 나오는 음식만 많이 먹었지 그 모양에 대해서는 딱히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가오리랑 참 많이 닮았고 생물학적으로도 친척 관계 정도 된다는 걸 입구에 걸린 설명을 보고 새삼 느꼈다. 

홍어에도 이렇게나 다양한 종류가 있었다니!

아마 당분간 나주에 다시 올 일은 없을 테니, 온다고 해도 (홍어 애호가가 아닌 내가) 홍어를 다시 먹을 일은 더더욱 없을테니 온 김에 코스 메뉴로 왠만한 홍어 메뉴를 이번에 다 섭렵해 보기로 했다. 

밑반찬

홍어 회무침과 홍어간/껍질이 나왔다.

회를 엄청 좋아하는 나지만, 생선의 생간을 먹으려고 하니 선뜻 젓가락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스시 먹을 때 종종 먹는 앙키모(아귀간)을 생각하니 와이낫 이란 생각도 들어서 바로 시식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나름 산지여서 그런지 엄청 비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뭔가 그 '쌩'의 느낌을 최대한 중화해 보려고 소금 참기름을 엄청 찍어서 먹었다.

다음 타자는 홍어살을 튀긴 홍어 탕수육...


이게 복병이었다. 


일단 막 튀겨서 나와 그런지 어엄청 뜨거웠던 데다가, 온도로 인해 그런지 홍어 특유의 암모니아 냄새가 입 속에서 수류탄처럼 터졌다. 뜨거움과 톡쏘는 냄새가 폭발하니 얼굴이 말도 안 뒤게 일그러졌다. 

누군가에겐 별미. 나에겐 별로 ㅠ

함께 했던 친구의 시식 리액션을 찍은 동영상이 있는데 가관이지만 차마 여기엔 안 올린다.


세 번째가 하이라이트, 홍어 삼합


양이 너무 많으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적당히 맛 보면서 허기 채우기 적당한 정도가 나왔다. 

삭힌 홍어회 외에도 내장 같은 게 올려져 나왔는데 새로운 음식에 도전해 보기 좋아하는 나로서도 거의 벌칙 수준일 정도로 느껴졌으니 홍어의 위력은 무시무시했다.

색깔만 얼핏 보면 뭐가 홍어인지 뭐가 수육인지 분간이 잘 안된다.

그래도 삼합은 평소에도 종종 먹어왔던 음식이라, 오리지널의 맛은 어떨까 기대하며 재료를 하나하나 얹어서 먹어 보았다. 삼합은 꽤나 먹을만 했다!


그 다음 나온 건 홍어 전, 튀김... 탕수육 보다는 나았지만 특유의 톡 쏘는 맛이 코끝으로 느껴졌다.

홍어 무침

막걸리가 빠질 수 없지

이건 기억이 잘 안 나는데 홍어 젓갈?!

마무리는 홍어탕...

홍어로 만들 수 있는 게 이렇게 많다니!

식사 후에는 영산강변 산책을 했다.

주말이었는데도 너무나 한산했던 영산강변...

이쪽이 홍어 먹자 골목과 나주 구시가지

그렇게 긴장감(?)이 감돌았던 점식 식사를 마치고 다시 서울로 향했다. 

전라도는 구름이 꼈었는데 올라갈수록 개이기 시작했고 충청도를 넘어서자 화창해졌다. 


잠시 휴게소에 들렀다.
화장실에 좋은 글귀가 있어 찍어봤다.


코로나 창궐로 답답했던 시기에 땅끝 마을과 남도를 돌면서 리프레시가 많이 됐다. 

사람들이 드물어서 다소 쓸쓸한 느낌도 없지 않았지만 반대로 고즈넉하게 온전히 장소를 구경할 수 있어 좋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