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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루세 Jun 02. 2021

추억의 극장 (1) - 중앙극장

명동성당 옆 중앙극장에 대한 단상

명동성당에서 을지로입구 역 방향으로 내려가다 보면 눈에 뜨이는 극장인 중앙극장. 지금은 철거되었지만 삼일 고가도로변에 위치해 있어서 맞은 편에서 보다보면 극장이 자칫 눈에 뜨이지 않을 수 있다. 명동 중심가에서는 다소 외진 곳에 위치해 있을 수 있지만, 젊은 세대가 가장 많이 몰리고 번화한 중심가인 명동에 위치한 몇 안되는 문화시설로 60년대에서 90년대 초반까지 많은 사랑을 받았던 대형 상영관이다.  


명동이라는 지리적인 이점은 극장의 흥행에 큰 도움을 주었는데, 특히 1970년대에는 중앙극장 뒷골목에 자리했던 <튀김골목>은 저렴한 가격에 술과 안주를 즐길수 있는 장점 덕분에 80년대 재개발되기 이전까지 젊은이들의 아지트로 명성을 떨치기도 하였다. 



중앙극장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대작 외화들을 전문적으로 상영하던 극장의 이미지이다. <죠스>, <챔프>, <사관과 신사> 등의 대작 외화와 <쿼바디스>,<기적> 등의 흘러간 고전 대작들을 재개봉하여 많은 영화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극장이다. 한국영화 중에선 80년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던 가수 전영록이 몸소 주연을 맡은 액션활극 <돌아이> 시리즈의 단골 개봉관으로서도 유명세를 떨쳤다. 





90년대 들어 불어닥친 대기업의 영화사업 진출 붐 속에서 중앙극장은 쌍용그룹이 직접 경영을 맡다가 이후 IMF 사태를 거치면서 다시 벽산그룹이 운영을 맡는다. 92년에 낡은 시설을 개보수하여 재개관했던 중앙극장은 1998년 당시 한창 불어닥친 멀티플렉스 개관 흐름에 편승하여 3개관으로 재탄생 되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는 극장가의 확실한 대세로 자리잡은 멀티플렉스의 붐을 견디지 못하고 2000년대 중반 예술영화를 전문적으로 상영하는 스폰지 하우스 상영관으로 변신하였다. 그러나 계속되는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2010년 5월 31일 기나긴 역사를 마감하게 된다.


유아기, 유년시절, 청년기 등을 거치는 동안 인상깊었던 중앙극장의 대표적인 상영영화들을 살펴본다. (100% 필자의 주관적인 의견임) 


1. 죠스 (1978년 4월 22일 개봉, 서울관객 388,263명 동원) 




미국에서는 1975년 개봉하여 블록버스터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킴과 동시에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의 이름값을 전세계에 확실히 알린 영화. 국내에는 3년이 지난 1978년에 우진필름을 통해 당시 수입영화 중 최고가인 40만달러에 수입된다. 1978년 4월 중앙극장과 아세아 극장에서 동시에 개봉된 <죠스>는 국내 관객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으면서 납량 특선 영화로 대박을 친다. 필자도 상당히 어린 유아시절에 부모님을 따라 갔었는데, 영화 몇 장면들이 듬성듬성 기억이 난다. 그런데 더욱 뚜렷하게 기억에 남는 것은 극장 안에 있던 여고생 단체 관람객들의 비명소리가 시종일관 끊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빠밤빠~밤 빠빠빠빠빠빠 로 이어지는 존 윌리엄스의 OST가 지금도 귓가에 선명하다. 


2. 챔프 (1979년 9월 8일 개봉, 서울관객 553,719명 동원) 

<당시 챔프 신문지면 광고, 바로 옆에 당시 극장가를 강타했던 성룡 주연의 '취권' 광고가 함께 있다.>  

79년 가을에 개봉한 '챔프'는 폭발적인 흥행에 힘입어 이듬해 신정을 관통하여 봄까지 상영되는 진기록을 남겼다. 극중에서 존 보이트의 아들역으로 나온 리키 슈로더의 아역 연기도 상당히 인상깊은 영화였다. 권투선수 아버지의 따뜻한 가족애가 듬뿍 느껴지는 명작이었다. 워낙 어릴적에 극장에서 본 관계로 정확히 기억이 안났지만, 후에 KBS TV 명화극장에서 방영해주는 것을 다시 보고 아주 어릴적에 느끼지 못했던 영화의 감동적인 장면들을 충분히 접할 수 있었다. 


3. 사관과 신사 (1983년 1월 1일 개봉, 서울관객 563,533명 동원) 




불우한 환경을 딛고 사관학교 입학, 혹독한 훈련을 딛고 사랑하는 여인과의 사랑을 이루어내는 러브 스토리. 여 주인공은 가난한 여공으로 설정된 이른바 전형적인 신데렐라식 러브 스토리인 이 영화는 당시 최고의 꽃미남 꽃미녀 스타였던 리차드 기어와 데보라 윙거를 전면에 내세워 관객들에게 안구정화는 물론 환타지를 안겨 주었다. 예나 지금이나 선남선녀 배우들로 포장된 신데렐라 러브스토리는 관객들의 구미를 당기는 흥행코드이다.1983년 새해 첫 날 중앙극장에서 개봉된 이 영화는 무려 563,533명을 동원. 그 해 개봉 외국영화 중 최고 흥행영화로 올라선다. 


4. 돌아이2 (1986년 7월 17일 개봉, 서울관객 98,600명 동원) 




당시 최고의 아이돌 가수 전영록은 가수로서뿐만 아니라 연기자로서도 틈틈이 활동하였다. 70년대에는 얄개 시리즈에 곧잘 모습을 드러냈던 전영록은 80년대에 이두용 감독과 함께 <돌아이>라는 한국형 액션활극을 선보였다. <돌아이2>는 당시 최고의 인기를 모았던 람보 시리즈의 영향을 받은 탓인지 전영록을 졸지에 람보로 둔갑시킨다. 4편까지 나오는 시리즈 동안 다양한 시도를 했던 <돌아이>라는 독특한 영화제목은 영화 자체의 화제성보다 일상생활에서 유행어로 더 인기를 끌기도 했다. 


5. 레모 (1986년 8월 30일 개봉, 서울관객 111,601명 동원) 


개봉 당시 007 시리즈에 필적하는 첩보시리즈로 키울 영화라고 언론을 통해 선전을 하는 바람에 관심을 갖게된 영화. 지금은 없어진 ORION 영화사에서 제작한 이 영화는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을 뻔했던 평범한 경찰관이 비밀 조직에 의해 성형수술을 받고 동양의 신비한 무술인 시난주를 전수받아 악당 소탕에 나선다는 스토리이다. 시난주라는 무술이 한국 고유 무술이라고 해서 더 화제를 모으기도 했는데, 영화 자체로선 킬링 타임용 액션영화로서 무난한다. 하지만 거기까지이다. 뉴욕 자유의 여신상에서 결투씬이 등장하는 등 나름 스케일을 키워보았지만, 주인공 '레모 윌리엄스'는 '제임스 본드'만큼 매력적이지가 못했다. 


6. 쿼바디스 (1986년 11월 8일 개봉, 서울관객 217,798명 동원) 


1951년에 제작된 머빈 르로이 감독의 대하사극 <쿼바디스>가 35년만에 중앙극장에서 개봉되었는데, 예상밖의 흥행 성공을 거두게 된다. 당시로선 여전히 <벤허>류의 대하사극이 관객들의 흥미를 당길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쿼바디스>는 학교, 교회등의 단체 관람이 러시를 이룬 것도 흥행성공의 한 요인이었다. <쿼바디스>의 성공으로 인해 이듬해 <십계>, <기적> 등의 50-60년대 헐리웃의 유명 대하 사극 수입붐이 불기도 했다. 


7. 레비아탄 (1989년 6월 24일 개봉, 서울관객 199,585명 동원) 




올 여름 개봉하여 관객들의 혹평 속에 용두사미 격으로 막을 내렸던 영화 '7광구'의 원조격이 되는 영화이다. 사실 이 영화도 제임스 카메론의 '어비스'의 제작시기에 발맞춰 제작된 일종의 아류작이다. 심해 깊은 곳에 숨겨져 있던 괴생명체 바이러스가 인간의 몸속에 침투하여 괴물로 돌변하면서 벌어지는 해저 액션영화인데, 당시 '로보캅'으로 큰 인기를 모았던 피터 웰러가 주연을 맡았다. 중학교 때 친구들과 여름 기말고사가 끝나고 이 영화를 보기 위해 중앙극장으로 향했는데,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영화표를 구하려는 관객들의 줄이 인근 쁘렝땅 백화점까지 이어질 정도로 장사진이었다. 




이제 중앙극장 자리에는 대형 사무실 건물이 들어섰고 중앙극장의 흔적은 전혀 찾을 수 없다. 국도극장, 스카라극장과 더불어 충무로 키드들에게 추억을 남겨준 또 하나의 극장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세월의 흐름과 극장문화의 변화 앞에 한 시대를 풍미했던 중앙극장은 문을 닫음과 동시에 그 흔적마저 영원히 영화팬들의 기억속에서만 자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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