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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drain Oct 30. 2016

그 여름의 바다 1

첫 번째 파도

당신은 첫눈에 반한다는 말을 믿으십니까?



살면서 딱 두 번. 첫눈에 반한 적이 있다. 


첫 번째는 고등학생 때. 

첫사랑에 실패하고 한참을 암흑에서 허덕일 때, 엄마 생일 선물을 위해 들른 학교 앞 꽃집에서, 훗날 오래도록 회자될 '꽃집 오빠'를 처음 만났던 그 날. 아무렇지 않게 꽃을 사서 계산을 하고 꽃집 문을 열고 나오자마자 다리가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았던 그 날. 나는 누군가에게 첫눈에 반하는 게 이런 것이구나 알았다. 그날 후로 꽃집 오빠를 보기 위해 매일같이 꽃집에 놀러 갔고 그렇게 우리는 친해졌다.  고등학생을 상대로 어떤 마음이 생기는 것이 죄스러웠던 어른 남자였던 그 오빠의 태도변화로 자연스레 그와는 멀어지게 되었다. 그 이후로 16년의 시간 동안 첫눈에 반한 다는 건 평생에 한번 가질까 말까 한 기적 같은 일이며 다시는 내 인생에 없을 거라 여기며 살아왔다. 


16년 후. 어느 여름. 

친구와 바다에 놀러 갔다. 맛집을 검색해서 늦은 저녁을 먹기 위해 그 지역의 레스토랑으로 갔다. 그러나 주문을 마감했다는 직원의 말에 다음을 기약하며 돌아 나오는데 누군가가 부랴부랴 나와 우리를 잡았다. 

미안하다고, 재료가 떨어져서 주문을 마감했으니 내일 꼭 다시 와달라고. 

그와 나눈 첫마디였다. 다음 날 점심. 그곳을 떠나기 직전에 그곳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하러 다시 그 레스토랑을 찾았다. 그리고 다시 그를 만났다. 그는 내내 궂은일을 혼자 도맡아 하고 있었다. 직원들은 쉬고 있는데 혼자서 부지런히도 일하고 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이 참 멋있었다. 한참을 고민했다. 여름의 힘이었는지, 휴가지에서의 달콤함때문인지 그 용기의 근원은 알 수 없지만 이대로 간다면 평생 후회할 것 같은 강한 직감이 있었다. 직원에게 부탁해 그에게 메세지를 남겼다. 

당황스러우시겠지만 그냥 가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 연락처를 남깁니다.
싱글이시면 연락 주시고 커플이시면 행복하세요. 


30분을 바다에서 걷는 동안 연락은 오지 않았다. 후에 들은 이야기지만 컴플레인 쪽지인 줄 알고 30분을 안 열어봤다고 한다. 그가 고민을 하는 동안 나는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려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문자 하나가 왔다. 

아까 연락처 받은 00대표 입니다. 


대표구나. 그래서 그렇게 궂은일을 혼자 다했구나. 심지어 연상이랜다. 서른세 살에 싱글 오빠라니. 그렇게 멋있는 오빠가 아직도 싱글로 남아있다니. 유니콘을 발견한 듯 기뻤다. 

그렇게 그와 시작했다. 나는 그에게 첫눈에 반한 채로, 그는 내 얼굴도 모른 채로. 




휴가철이었고 그의 가게는 늘 바빴다. 직원도 몇 명이 빠진 상태라 그가 늘 주방에 들어가야만 했다. 그는 연락이 없었다. 내가 연락을 해도 그는 읽고 씹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며 어쩌다 답을 해도 단답이었다. 

그에게 물었다. "나랑 연락하기 싫어요?" 

그는 미안해하며 답했다. "아닌데. 지금 엄청 많이 하고 있는 건데." 

이 역시 그와 오래 연락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단답조차 그에게는 엄청난 노력이었고 그런 쪽지에 그렇게 연락하는 성격도 아니었다. 그도 생전 처음 희한한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를 만나며 처음 알았다. 나는 누군가를 좋아하면 모든 걸 이해해주는 여자가 되는구나. 

그에게  제안했다. 

연락을 씹으면 내가 너무 상처받고 오해하니까 바쁠 때는 점 하나라도 보내줘요. 

이후 그는 내가 열개의 카톡을 보내면 . 하나를 보내곤 했다. 

나는 그 점하나가 그렇게 행복했다. 


그 해 여름. 나는 그의 연락 없음에 좌절하다가 그의 단답과 점하나에 금세 마음이 행복해지는, 감정 기복이 굉장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는 한여름의 강한 바람이었다. 

바람이 나한테 한 일이 뭔지는 분명히 알겠는데 그 바람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겠을 때, 나는 아무런 대처를 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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