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워녁s토리 Aug 05. 2018

플라스틱 빨대는 진짜 문제가 아니다!

문제 진단, 문제 해결의 프로세스

카페에서 사라지고 있는 일회용 컵과 빨대

카페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컵과 빨대가 사라지고 있다. 정부가 과태료를 매기고 단속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단편적인 이유에 불과하고, 큰 시각에서 보자면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비닐 수거 대란 이후, 썩지 않는 물질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기 시작했다. 플라스틱 또한 같은 결을 가지고 있었고, 일상에서 가장 쉽게 줄일 수 있는 카페에서부터 캠페인이 시작된 것이다.



바다거북 머리에 박힌 플라스틱 빨대

https://www.youtube.com/watch?v=4wH878t78bw

좀 더 거슬러 올라가 보면, 빨대 줄이기 운동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2015년, Texas A&M 대학 해양생물학자 Christine Figgener가 찍은 유튜브 비디오에서부터 촉발되었다. Figgener은 바다거북 머리에 박힌 빨대를 뽑는 이 영상을 올리며 플라스틱이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경고했다. 10~12cm 길이의 빨대는 특히나 해롭다고 강조했다. 해당 영상은 3200만 명이나 시청했으며, 언론의 조명을 받으며 플라스틱 빨대 줄이기 캠페인으로 이어졌다.  




플라스틱 빨대는 진짜 문제가 아니다.

Plastic Straws aren't the problem.


블룸버그 통신에 위와 같은 사설이 실렸다. 플라스틱 빨대 안 쓰기 운동은 힙할 수는 있으나, 오염을 줄이는 방법은 따로 있다는 것이다.


기사를 간단히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 모든 플라스틱 빨대가 바다로 흘러간다고 해도 해양 쓰레기의 0.03%에 불과하다.

- 플라스틱 빨대를 줄이는 것이 양심적으로 좋을지는 몰라도, 실질적인 도움은 되지 않는다.

- 해양 쓰레기 표본을 분석한 결과 단 한 종의 쓰레기가 46%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것은 그물(fishing net)

- 상업 용도의 어업 장비를 관리하는 제도는 1990년대에 이미 제정되었다.

- 그러나 개발 도상국은 위의 가이드라인을 따르기 힘든 상태. 재활용하거나 쓰레기를 수거해 올 인센티브가 전혀 없다.

- 글로벌 시푸드 회사들이 장비 관리 가이드라인을 잘 따르도록 압박해야 하고, 개발도상국 어민들에게는 해당 비용을 부담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  소비자들과 사회 운동가들이 위 운동에 동참하여 실질적 문제 개선을 이끌어야 한다.


우리가 해 온 플라스틱 빨대 안 쓰기 노력이 정작 해양오염물질 줄이기에는 헛수고였다는 안타까움이 스친다.


문제 진단

위 기사와 같은 문제 진단이 좀 더 일찍부터 제시되었어야 했다. 해양 쓰레기를 구성하는 가장 큰 요소는 무엇이며,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 선행되어야 했다. 바다거북의 머리에 빨대가 꽂힌 장면은 자극적이면서도 슬픈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훨씬 많은 해양 생물들이 빨대가 아닌 다른 것으로 고통받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는 "빨대로 인해 고통받는 바다거북이 없어져야 한다"가 아니라 "썩지 않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해양이 오염되는 것을 막자"이다.




가치판단

위의 기사를 읽고 잠깐 고민에 빠졌다.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는 것을 최종 목표라 보았을 때, 빨대 쓰지 않기 운동은 거의 아무런 효과를 미치지 못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운동은 꽤나 성공적인 캠페인이고 실제로 우리 삶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기 때문이다.  각 플레이어들의 역할도 잘 짜 맞춰진 톱니바퀴가 돌아가듯이 성공적이었다. 해양생물학자는 처음으로 문제제기를 했고, 언론은 더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기사를 냈으며, 소비자 및 사회운동가들은 해당 문제에 공감하며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자칫 오해할 수도 있는데, 빨대 줄이기 운동이 잘못되었다는 말이 아니다. 어쨌든 플라스틱 빨대의 소비가 줄고 있고, 그 이외의 플라스틱 제품 사용에 대한 경각심이 환기되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꼭 바다에 버려지는 것이 아니더라도 어딘가에는 땅에 묻힐 것들이었다. 썩지 않은 채로 지구 어느 부분을 멍들게 만드는 것은 매한가지다. 그리고 0.03%의 쓰레기라도 줄이려고 노력하는 캠페인을 누가 어떤 명목으로 잘못되었다고 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바다거북'과 '빨대'라서 성공한 부분도 분명 있을 것이다. 동정심을 불러일으키기에 바다거북이라는 생명체가 가지는 파급력이 있었던 것이다. 돌고래였다면 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겠다. 그런데 만약 '플라스틱 그물 조각에 박혀 죽은 해파리'였다면 이와 같은 움직임을 촉발시킬 수 있었을까? 그리고 불특정 다수에게서 호응을 얻고 생활습관을 바꾸기에는 빨대 만한 것이 없었을 것이다. 일반인들이 의식적으로 빨대 소비를 줄이는 것은 훨씬 간편하다. 반면 '글로벌 회사 및 개도국 어민들에게 어업 장비 사용 가이드라인을 따르라고 촉구'하는 캠페인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기에는 허들이 너무 많다.






기사를 읽고 자문자답 식 생각 발전이었다.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는 파급력에 비해 해양오염을 줄이는 데에 큰 효과가 없어서 안타까웠다. 그러나 조금만 더 생각해서, 이렇게 많은 파급력을 가지는 데에도 몇몇 이유들이 있었겠다는 결과에 도달했다. 

캠페인이나 프로젝트가 움직이는 것이 참 오묘하고도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매거진의 이전글 다음 중 스타벅스와 경쟁관계가 아닌 기업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